[이미영기자] '시트콤의 거장' 김병욱 감독은 언제나 청춘스타를 탄생시켰다. 평범한 듯한 일상의 캐릭터지만 그의 손을 거치면 재기발랄한 캐릭터로 재탄생한다. 그래서 많은 연기자들의 그의 캐릭터를 욕심냈다.
'시크릿가든'의 썬으로 많은 주목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던 이종석도 수많은 경쟁률을 뚫고 MBC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 승선했다. 지난 늦여름, 교복을 입고 촬영에 돌입했던 그는 봄내음이 가득한 3월 말 마지막 촬영을 앞두고 있다. '하이킥'과 사계절을 함께 했다는 그는 성장통을 겪은 극중 종석처럼, 연기자로 훌쩍 자라있었다.

드라마 종영을 앞두고 있는 이종석은 "세트 촬영이 끝났는데도 정말 실감이 안 난다. 여전히 '진짜 끝날까' 하는 생각도 들고, 영원히 할 것 같은 느낌도 든다"며 '하이킥'과의 이별을 못내 아쉬워했다.
이종석에게 '하이킥'은 '큰' 작품이다. 데뷔작 '시크릿가든'이 자신의 얼굴을 알린 작품이었다면, '하이킥'은 이름을 알린 작품이다.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캐릭터와 함께 성장하는 재미를 누렸다. 작품 초반에만 해도 갈팡질팡했다는 그였지만 어느순간 종석의 모습에 그의 감정이 투영되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시크릿가든' 썬 역할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딱딱한 캐릭터였지만 성장을 해가면서 원래 저하고 비슷한 느낌을 많이 찾았어요. 무심한 듯 하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다는 것, 표현하는 것이 서툰 것도 닮은 것 같아요."
극중 안종석은 사업 실패로 꿈을 접은 뒤 난생 처음 교과서를 펴고 공부를 시작하기 시작했고, 짝사랑이라는 낯선 감정을 맞딱드리기도 했다.
이종석은 "극중 종석은 '하이킥' 캐릭터 중에서 가장 먼저 성장을 시작했고, 그 성장폭도 가장 큰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종석의 역습은 수능 에피소드부터 시작된 것 같아요. 잠든 척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서는 마음을 고쳐먹고 공부를 하게 되는데, 새롭게 시작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해되면서 슬펐던 신이죠. 사실 대본에 우는 장면은 없었는데, 안내상 선생님의 대사를 들으며 울컥해서 진짜 눈물이 났죠. 아버지의 마음이 진심으로 느껴졌거든요. 지원이랑 마지막 과외 끝날 때도 그랬고, 진짜로 울컥하던 순간이 많았죠."

'하이킥3'은 '역습'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사실 인물들의 거창한 '한방'보다는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들이 그려졌다. 이종석은 '역습'이 사실 캐릭터나 상황의 반전이 아닌, 지금까지 흘러온 그 자체라고 설명했다.
"드라마 제목이 '짧은 다리의 역습'이잖아요. 나의 지금 상황과 완전히 상반되는 반전의 의미를 담을 수도 있지만 사실 역습이라는 의미 자체가 모든 캐릭터가 다 똑같이 성장하는 것이라고 생각 안 해요. 이미 120부 동안 이야기가 흘러온 것 자체가 성장이고 역습이죠. 종석이가 대학에 합격하거나 의사가 되는 것이 역습이 아니라, 혹시나 대학에 떨어지더라도 종석이는 이미 역습을 보여준 것 같아요."
극중 종석의 성장은 김지원에 대한 짝사랑의 감정과 맞물려 이뤄지기도 했다. 삼촌 계상을 짝사랑하는 지원을 향해 풋풋한 짝사랑의 설레임과 아픔의 감정을 동시에 보여줬다.
이종석은 짝사랑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하이킥'을 하면서 짝사랑을 배웠다"고 웃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짝사랑을 해본적이 없어요. 짝사랑과 비슷한 감정을 가졌을 수는 있겠지만 가슴 아픈 짝사랑은 없었어요. 계상과 종석이 함께 있는 모습을 바라보는 신이 있는데 진짜 울컥하더라구요. '짝사랑이 이런 감정이겠구나' 싶었죠. 처음에는 이런 감정이 굉장히 낯설었어요. 언젠가는 제게도 짝사랑을 하는 날이 오겠죠(웃음)."
이종석은 지원 앞에서 귀까지 빨개지는 모습을 보이며 풋풋한 순애보를 펼쳤지만, 여동생 수정과는 티격태격하며 또다른 매력을 발산했다. 이종석은 크리스탈 얘기가 나오자 "수정이와는 싸우는 합이 잘 맞다"고 활짝 웃었다.
"수정이와는 실제로 때리며 싸웠을 정도로 워낙 편했어요. 다음날 제 가슴에 멍이 들어있기도 했고, 재미있게 촬영했죠. 실제 수정이는 까칠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요. 스킨십이 자유로워서 간혹 오해를 하는 분들도 있었어요. 하하. 지원이와는 대본이 나오면 대기실에서 연습을 많이 했죠. 거의 NG도 안 나고, 호흡이 가장 잘 맞았어요. 계상이 형은 연기자에 대한 조언을 많이 해주고. 진짜 다른 연기자들과 북적북적하면서 가족처럼 지냈죠."
이종석은 "어떤 사람들은 '하이킥'을 실패작이라고도 하지만 전 성공작이라고 생각한다"며 "배우 인생에서 잊지 못할 좋은 작품"이라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거듭 밝혔다.
"이렇게 길게 작품을 한 것도 처음이고, 시트콤이라 템포가 굉장히 빠르다보니 순발력도 많이 늘었고, 120회 동안 수많은 감정들을 느꼈어요. 훈련을 탄탄하게 받고 졸업하는 것 같아요."
'시크릿가든'을 시작으로 '하이킥'까지 부지런히 달려온 그는 "무조건 쉬리라 생각됐는데 막상 끝날 때쯤 되니 드라마가 또 하고 싶다"며 "'풀하우스'의 비 같은 캐릭터나 '샐러리맨 초한지'의 정려원 남자 버전을 연기해보고 싶다. 열심히 찍은 영화도 잘 됐다"며 벌써 다음에 대한 기대감으로 눈빛을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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