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투수라면 누구나 선발요원을 꿈꾼다. 5일에 한 번 등판해 한껏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나머지 4~5일을 여유있게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금만 잘 하면 연봉도 두둑히 받는다. '마당쇠'처럼 등판하는 불펜 투수들이 박탈감을 느낄 정도다. 지난해까지 불펜 투수로 활약한 임태훈(두산)은 "선발투수가 뭇하면 중간계투로 내려가지만 불펜투수들은 곧바로 2군행"이라며 피해의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두산 선발투수 이용찬은 독특하다. 그는 남들이 선망하는 선발투수보다 마무리 보직을 더 선호한다. 매일 대기하면서 언제 등판할 지 몰라 가슴을 졸이는 클로저 역할이 자신에게 제격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시즌 풀타임으로 '선발 투수의 맛'을 본 그는 마무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지난 겨울 새로 부임한 김진욱 감독에게 "마무리로 돌아가고 싶다"고 요청했을 정도다. 그를 확실한 선발감으로 점찍은 김 감독이 설득을 위해 애를 먹어야 했다.
올 시즌 두산 3선발로 내정된 이용찬은 시범경기서 쾌조의 컨디션을 과시했다. 에이스 김선우와 니퍼트에 버금가는 피칭을 펼쳤다. 그러나 정규시즌이 개막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졸지에 3선발에서 4선발로 밀렸기 때문.

사연은 이렇다. 지난 10일 청주 한화전 선발은 3선발로 내정된 이용찬의 몫이었다. 그러나 폭우로 경기가 취소되면서 그의 등판일은 이틀 뒤인 12일로 밀렸다. 11일 선발은 입단 동기로 4선발인 임태훈이 예정대로 나섰다. 당시 두산 타선은 이원석의 만루홈런 등 상하위 타선 구분 없이 터졌다. 11안타로 6점을 얻어 임태훈을 든든하게 지원했다.
그러나 하루 뒤인 12일 두산 타선은 2득점으로 침묵했고, 투구 리듬이 엇갈린 이용찬 또한 4.2이닝 10피안타 5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소득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이 경기는 올 시즌을 야심차게 준비한 이용찬이 이를 악무는 계기가 됐다. 로테이션이 한 바퀴 돈 뒤 다시 찾아온 18일 잠실 삼성전. 이용찬은 팀이 기대하던 모습을 100% 보여줬다. 6회까지 단 2안타만 내주고 상대 강타선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공 103개를 던지는 동안 삼진 6개를 잡았고, 볼넷은 2개만 허용했다. 5회까지 직구와 포크볼 위주에 슬라이더와 커브를 곁들여 삼성 타자들을 요리했다. 힘이 필요할 땐 힘으로, 피해갈 때는 삼성 타선의 허를 찌르는 피칭이 빛을 발했다.
전날 9-1 대승으로 신이 난 두산 타선은 적시에 점수를 뽑으며 이용찬을 지원했다. 4회 최재훈의 우전 안타로 선취점을 뽑은 뒤 5회 김현수의 우전안타, 6회에는 고영민의 좌월 솔로홈런으로 차곡차곡 점수를 쌓았다. 6회에도 두산은 정수빈의 우중간 2루타와 이종욱의 내아안타로 점수차를 벌렸다.
전날 대패하며 시무룩해진 삼성은 7회초 반격을 시작했다. 두산 2번째 투수 서동환의 난조를 틈타 손주인의 2타점 2루타, 김상수의 내야안타로 1점차까지 쫓아갔다. 그러나 2사 1루에서 2루 도루를 시도한 김상수가 두산 포수 최재훈의 정확한 송구로 횡사하면서 추격의 리듬이 끊겼다. 9회초에도 삼성은 동점 기회가 있었으나 1사 2루서 손주인의 좌전안타 때 좌익수 김현수의 정확한 홈송구에 2루주자 강명구가 태그아웃되며 땅을 쳐야 했다.
두산은 8회 이혜천, 9회 프록터를 내세워 삼성의 막판 추격을 힘겹게 뿌리치고 4-3 승리를 확정했다.
이용찬은 경기 뒤 "오늘 컨디션은 별로 좋지 않은 편이었다. 어깨 쪽에 살짝 뭉친 감이 있었다"면서 "그것 때문에 힘을 빼고 던진게 컨트롤이 잘 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오늘은 지난 경기와 달리 직구 위주보다는 포크볼 구사 비율을 늘렸는데, 그게 주효한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이날 승리로 두산은 2연승을 기록했다. 반면 삼성은 3연패 늪에 빠졌다.
조이뉴스24 /잠실=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사진 최규한기자 dreamerz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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