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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중근에게 느껴지는 '이상훈의 향기'


[정명의기자] LG 투수 봉중근(32)과 은퇴한 선배 이상훈(41)은 공통점이 많다.

LG 트윈스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좌완투수라는 점 말고도 여러모로 닮은 꼴이다. 선발 투수로 뛰다가 마무리로 전향한 것도 그렇고 타자를 제압한 뒤 마운드 위에서 큰 동작으로 포효하는 모습도 닮았다. 해외 야구를 경험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봉중근은 이상훈을 동경한다. 지난 5일 두산과의 잠실경기에서 시즌 2세이브째를 수확한 뒤 그는 "어린 시절 이상훈 선배를 보면서 야구 선수에 대한 꿈을 키워왔다"며 "만약 마무리 보직을 맡는다면 이상훈 선배만큼 잘하고 싶다"고 말했다.

어쩌면 두 선수가 닮은꼴인 것도 봉중근이 이상훈을 동경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야구 선수에 대한 꿈도, 마무리 투수에 대한 욕심도 모두 이상훈의 영향이었다. 봉중근은 "이상훈 선배를 보면서 마무리 투수의 매력을 느꼈다. 와일드한 내 성격과 (마무리가)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봉중근은 아직 LG의 확실한 마무리 카드가 아니다. 지난해 6월 수술한 팔꿈치가 아직 완전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등판한 뒤 하루는 무조건 쉬어야 한다. 투구수에 따라서는 이틀을 쉴 수도 있다. 등판 후 면밀한 점검도 이어진다. 그야말고 지금의 봉중근은 특별 관리대상인 셈이다.

그렇다고 봉중근이 마무리가 아니라고 하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 연투가 불가능하지만 봉중근이 등판 가능한 날 세이브 상황이 펼쳐진다면 그날의 마무리 투수는 누가 뭐래도 봉중근이다. 그렇게 벌써 2세이브를 따낸 봉중근이다.

봉중근과 이상훈의 가장 큰 공통점은 팀의 '에이스' 선발 투수로 뛰다가 온전치 않은 몸상태 속에 마무리로 전향했다는 것이다.

이상훈은 1994년 18승에 이어 1995년에는 무려 20승을 올렸다. 그러나 허리부상으로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없다는 이유로 1996년부터 마무리로 뛰기 시작했다. 1997년에는 37세이브를 수확했고, 일본과 미국 무대를 거친 뒤 한국에 복귀한 뒤 2003년에는 30세이브를 기록하기도 했다.

봉중근 역시 메이저리그 생활을 청산한 뒤 2007년부터 LG 유니폼을 입고나서 2008년 11승을 시작으로 3년 연속 두 자릿 수 승리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며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았고, 올 시즌 초반 실전에 복귀했다. 짧은 이닝을 소화하는 재활 과정 속에서 팀내 마무리 자리가 공석이 됐고, 마무리투수 카드로 봉중근이 지목된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상훈이 SK로 이적, 은퇴한 이후부터 LG는 '마무리 잔혹사'라고 불릴 정도로 뒷문 불안에 시달려왔다. 우규민이 2007년 30세이브를 기록하며 잔혹사를 끊는가 싶었지만 이듬해부터 부진을 보였다. 그렇게 번번이 마무리 투수 부재로 어려움을 겪어왔던 LG에 봉중근이 희망의 불빛을 던진 것이다.

일단 김기태 감독은 "5월까지는 봉중근의 연투는 없다"고 말했다. 바꿔 말하면 6월부터는 봉중근의 연투도 기대해볼 수 있다는 뜻이다. 봉중근이 온전한 모습으로 LG의 뒷문을 책임질 때, 그 때가 바로 이상훈 이후로 사라져버린 LG의 특급 마무리 계보가 새로 시작되는 시점이라 할 수 있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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