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혜림기자] 영화 '차형사'는 성유리에게 첫 번째 상업 영화다. 영화 '누나'와 '토끼와 리저드'로 관객을 찾은 적이 있지만 오락 영화에 도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한 모습을 보고 부모님조차 깜짝 놀라시더라"는 성유리를 지난 30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났다.
'차형사'는 모델 에이전시의 마약 스캔들을 수사하기 위해 직접 모델계에 잠입하는 형사 차철수(강지환 분)와 그를 모델로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디자이너 고영재의 이야기를 그렸다. 성유리가 연기한 고영재는 까칠하지만 속내는 따뜻하고, 자신의 일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인물. 화려한 차림새로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만드는 것도 그의 몫이다.

◆"극중 첫 의상은 직접 스케치"
"신태라 감독님은 영재가 처음 등장하는 순간 관객들로부터 '쟤 누구야'하는 반응이 나오길 원하셨어요. 영재가 처음 입고 등장하는 핑크색 의상은 기성복에서 찾기 어렵다고 판단해 제작한 옷이에요. 디자이너 지아킴이 만들었는데 제 스케치를 완벽하게 살려서 제작해 주셨어요. 레이디 가가의 무대의상이나 오뜨꾸뛰르 시즌 의상들을 참고하기도 했죠."
극중 등장하는 화려한 호피무늬 의상이나 검정 시스루 의상 역시 그가 디자이너들과 함께 스케치해 만든 옷들이다. 성유리는 "진짜 디자이너가 된 것처럼 스케치를 하고 자료를 찾는 과정을 거쳤다"며 "영재라는 캐릭터가 하는 일들을 내가 하니 진짜 디자이너가 된 듯했다"고 회고했다.
성유리는 현란한 의상들을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수많은 피팅 과정을 거쳤다. 그는 "의상을 입을 때마다 스타일리스트와 매번 꼼꼼하게 피팅을 했다"며 "한 번은 입을 수도 없는 남자 샘플 의상이 무척 예뻐보여 빌려온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그가 구해 온 의상은 가죽에 징이 잔뜩 박힌 재킷. 무려 15kg에 육박하는 무게의 옷이었다. 성유리는 "정말 너무 무거웠지만 제가 빌려왔으니 무슨 할 말이 있었겠냐"며 웃었다.

◆"강지환과는 못볼 꼴까지 다 본 사이"
'차형사'는 성유리의 본격적인 스크린 도전작이라는 점 외에도 극중 형사 차철수를 연기한 강지환의 파격적인 체중 감량으로 화제를 모았다. 성유리는 "촬영 현장이 엄숙하고 치열했다"며 "강지환 씨가 식사를 못하고 다이어트를 하는 와중에 옆에서 웃고 까불기가 미안했다. 안쓰러울 정도였다"고 고백했다.
강지환과 성유리는 지난 2008년 KBS 2TV 드라마 '쾌도 홍길동'에서 첫 호흡을 맞췄다. 두 사람은 당시 촬영에 돌입하기 전 액션스쿨에서 만나 5~7시간동안 함께 훈련을 소화하며 가까워졌다.
"서로 무방비 상태에서 만났죠. 몸에서 소금이 나올만큼 운동을 한 모습으로 한달이 넘게 만났으니 못볼 꼴을 다 본 사이에요.(웃음)"

◆"키스신 앞두고 강지환에게 포즈 코치했다"
'차형사'의 클라이막스는 단연 모델로 변신한 형사 차철수가 런웨이를 화려하게 장식하는 장면이다. 콜렉션을 마무리하며 펼치는 고영재와 차철수의 진한 키스신도 빼놓을 수 없다. 성유리는 농도짙은 키스신을 촬영하던 당시를 떠올리며 "인상깊은 장면으로 만들고 싶어 강지환에게 포즈를 코치했다"고 말했다.
"키스신을 찍을 때는 세트장에서 70시간 정도 촬영을 했을 때에요. 제대로 못 자 정신이 혼미한 상태였죠. 그래도 영화 속 키스신은 차형사와 고영재의 멜로가 도드라지는 장면이니 기억에 많이 남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강지환 오빠에게 '오빠, 내 허리를 이렇게 감싸 쥐고 꺾이게 하면 예쁠 것 같아'라고 말했어요."
그의 코치를 들은 강지환의 표정은 어땠을까. 성유리는 "'이런 애였나?' 나이 드니까 적극적인데?' 하는 표정으로 나를 보더라"며 장난스럽게 웃어보였다.
성유리가 본 '차형사' 속 최고의 장면은 어떤 순간일까. 그는 "내가 등장하지 않는 부분은 시나리오로만 봤었는데 마약에 취한 형사들의 모습과 이희준의 인라인 스케이트 신에서 많이 웃었다"며 "관객 입장에서는 모든 장면이 재밌었다"고 말했다.
첫 상업 영화인지라 스코어와 관객 수에 대한 개념이 잘 서지 않는다는 성유리는 앞서 강지환과 "500만 관객을 돌파하면 노래를 부르겠다"는 공약을 내걸어 눈길을 끌었다.
"노래는 너무 약한가요? 춤이라도 춰야 하나.(웃음) 사실 아직은 극장에 가면 우리 영화의 포스터가 걸려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뿌듯한 상태에요."
'7급 공무원'의 신태라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배우 강지환·성유리·이희준·김영광·이수혁 등이 출연한 영화 '차형사'는 지난 30일 개봉해 상영중이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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