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혜림기자] 배우 이진욱은 확실히 수다쟁이가 됐다. 평소 말이 없어 가족들과도 많은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는 그지만 tvN '로맨스가 필요해 2012(이하 로필 2012)'의 윤석현으로 살면서는 극중 인물처럼 사랑과 삶, 일상에 대해 담백하게 터놓는 사람으로 변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진솔하고도 조리있게 풀어놓던 이진욱과의 만남은 그래서 유쾌했다.
공중파 드라마에선 쉽게 만나볼 수 없었던 진한 러브신들로 화제를 모은 '로필 2012'는 세 여성의 솔직한 연애담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다. '로필'은 지난 2011년 시즌1이 방영된 이후 또래 여성들의 폭발적인 공감을 자아내며 시즌2로 보다 과감하게 돌아왔다.

◆"정유미와 러브신, 지금 하면 더 잘할 수 있다" 이전 시즌의 성공이 새 주인공을 맡은 이진욱에게 부담으로 작용했을 법도 한데 그는 "시즌1의 성공보다는 석현이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소화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컸다"고 털어놨다. 석현은 여주인공 주열매(정유미 분)와 12년 째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한 시나리오 작가로, 잘생긴 외모와 솔직한 성격을 두루 갖춘 매력남이다.
"그 어떤 연기보다 매력적으로 보이는 연기가 가장 힘들어요. 대본에 '매력적인 미소를 짓는다'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미소'라는 지문이 있다니까요.(웃음) 대체 어떤 미소인지 모르겠어서 감독님과 작가님에게 묻기도 했어요. 제 표정 중에 그런 모습이 있으니 스스로 찾아보라고 말씀해주셨죠."
'로필2012'는 시작부터 정유미와 이진욱의 농밀한 '100초 밀회' 영상으로 시선을 끌었다. 지난 6월18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이정효 감독은 "이진욱 씨가 베드신을 잘 리드해 줘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렇지만 정작 이진욱은 당시를 떠올리며 "지금 하면 더 잘할 수 있다. 그 땐 처음이라 많이 굳어있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진욱에게 이번 촬영은 데뷔 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진한 키스신이었다.
"나이가 서른 둘인데, 남들 하는 만큼은 키스를 해 봤을 것 아니에요. 그런데 촬영 땐 정말 처음 키스를 하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집중이 되지 않았던 건지 몸이 너무 굳어 있었어요. 남자로서 머뭇거릴 수 없다는 생각에 저돌적으로 했는데 그래도 서툰 느낌인 거에요. 그러다 어느 순간 몰입이 돼서 찍기는 했는데, 호흡이 빠른 장면이라 사인이 안맞아서 마구 부딪히기도 했죠."

◆"절친 김지석과 삼각관계, 일부러 데면데면"
'로필 2012'를 통해, 이진욱은 절친한 사이인 배우 김지석과 여주인공을 두고 묘한 삼각관계를 연기하게 됐다. 연인으로, 남매같은 친구로 석현과 오랜 시간을 보낸 열매에게 김지석이 연기하는 카페 사장 지훈은 새로운 떨림을 주는 존재다. 이진욱은 이번 드라마의 시나리오를 함께 봤을 정도로 가까운 친구인 김지석과 사랑의 연적이 됐다.
"긴장감을 유지하려고 김지석과 전처럼 자주 연락을 하지 않아요. 너무 친하다 보니 사실 얼굴을 보면 웃음이 나거든요. 그럴 수밖에 없지만, 배우로서 성실하지 못한 자세라고 생각해서 요즘은 데면데면 지내고 있어요. 현장에서도 서로 '어, 왔어?' 하는 인사만 하고 밥도 같이 먹지 않아요. 김지석이 낯은 많이 가려도 장난꾸러기거든요. 초등학생처럼 순수하고요. 눈에 웃음기가 어른거릴까 봐 주의하는 편이에요."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드라마들을 굳이 챙겨보지 않는 것도 역할에 온전히 몰입하기 위한 그의 선택이다. 촬영 일정이 바쁘기도 하지만 "일부러 보지 않는" 경우도 많다.
"멋진 캐릭터들을 보면 저도 모르게 따라하게 되는 느낌이 있어요. 그렇지 않은 배우들도 많지만 저 같은 경우는 그래요. 머릿속에 강하게 박힐 만큼 강한 인상의 연기는 더 그렇더라고요. 참 신기하죠. 물론 활동을 쉴 때는 영화도 드라마도 많이 봐요."

◆"어릴 적 꿈은 미생물학자…연기자 데뷔, 운 좋았다"
지난 2004년 데뷔해 활발한 활동을 펼친 그지만 의아하게도 스크린 연기에 도전한 적은 없다. 이진욱은 "딱히 하지 않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지만 시기가 맞거나 내게 잘 어울릴만한 작품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특별히 원하는 캐릭터가 있는지 물었더니 "나 같이 생긴 사람이 범인 역할을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래선지 범죄자 역을 맡으면 다들 내가 범인이라는 걸 알아챌 것 같다"며 웃어보이기도 했다.
어린 시절 이진욱은 과학자가 되고 싶었다. 농촌 진흥정에서 연구원으로 살며 식량 대란에 대비하고 싶었다는 그는 엉뚱하게도 스무살 무렵 "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다다랐다. "하고 싶었던 것이 미생물학이라면 할 수 있는 것은 연기"라는 결론이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무식해서 용감했던" 선택이었다.
데뷔 후 단역을 거치지 않고 바로 비중있는 캐릭터를 거머쥘 수 있었던 것도, SBS '연애시대'로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던 것도 그는 "굉장히 운이 좋은 케이스"라고 표현했다. 분명한 계기 없이 시작한 배우의 길에서 이진욱은 용감하게, 또 운 좋게 성장 중이다. 머리도 가슴도 '로필2012'의 시나리오 작가 윤석현의 것으로 만들어 가고 있는 그를 만나자, 겁 없던 스무살 청년 이진욱의 선택이 새삼 고마워졌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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