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영기자] '닥터진'은 '배우' 김재중을 발견했다. 내공있는 이범수도 그의 연기를 칭찬했다. 이제는 인기 아이돌이라는 타이틀 대신 배우라는 이름도 썩 잘 어울리는 김재중이다.
MBC 주말기획드라마 '닥터진'에서 김재중은 종사관 김경탁 역을 맡았다. 비운의 캐릭터다. 사랑하는 여인에게는 일편단심 사랑을, 자신을 이용하려는 아버지를 향해 묵직한 충심을 보였다. 그래서 더 애달팠고, 가슴 아팠다. 강하지만 슬픈 눈빛 연기는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마지막 촬영을 끝내고도 김경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김재중을 지난 6일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전날 새벽 다섯시까지 배우들과 뒤풀이 하느라 비몽사몽이다"라는 그였지만 김경탁 이야기가 나오자 금새 눈빛이 반짝였다.
◆"'닥터진' 출연, 무서웠던 이유는…"

지난 5일 마지막 촬영 현장. 김재중은 "제 몸이 쓰러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땡볕 아래 누워있었는데 '이러다 죽겠구나' 위기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만큼 '닥터진'은 그에게 힘든 작품이었다. 촬영 전에는 부담감이 컸다. 겨우 연기 두번째 도전작이 내공있는 배우들도 힘들어 한다는 사극이었다. 촬영 후에도 '극한의 순간'들이 계속 됐다. 폭염에, 밤샘 촬영도 여러번이었다. 3달 동안 집에 들어간 횟수는 겨우 10여차례. 차와 근처 모텔에 아예 짐을 풀었다. 아파도 아픈 티를 낼 수 없었고, 링거를 맞을 시간도 없었다. 그래도 김재중은 "'닥터진' 하길 참 잘했다"고 말한다.
'닥터진' 촬영 전만 해도 그는 자신의 연기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다. 도전은 두렵지 않았지만 혹여 자신의 연기가 다른 배우들에게 해를 끼칠까 조심스러운 마음이 있었다.
"작품 들어가기 전에는 너무 무서웠어요. '닥터진'이라는 작품에 내가 들어가도 되는건지, 이 작품을 잘하면 좋은 전환점이 되는 거지만 저 때문에 망가지게 될까봐,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입을까봐요. 그래서 더 연기를 잘하고 싶어도 혹여 잘못되서 더 잘할 수 없게 될까봐. 솔직히 매너리즘에도 빠져있었어요. 하고 싶은 것은 너무 많은데 '미친듯이 하고 싶다'라는 의지가 없어서 조금 힘들었죠. 그런데 '닥터진'이 제 전환점이 됐죠."
아이돌 출신 연기자. 그것은 김재중에게 짐이었다. 김재중은 "신인으로서 첫 발판을 연기에 디딘 사람이 있다면 저는 가수로 연기를 하는 것이었다. 연기적인 스펙트럼이나 역량은 너무나 적은데 주변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들도 있고 자칫하면 가수로 다진 것도 잃을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했다. 그런 생각이 무서웠다"고 말했다.
김재중은 그러한 고민에 대한 해법을 '닥터진'에서 찾았다.
"너무 겁나긴 했는데 연기자로서 본래의 모습을 버릴 수 있는 방법이 있었어요. 이전에는 김재중의 모습을 20%면 20%, 1%면 1% 들고 가려고 했어요. 이젠 그 안에 있는 저를 완전히 버릴 수 있는 용기가 생겼죠."
◆"김경탁에 완전 몰입…대본에도 없던 눈물 흘려"

사실 초반에는 헤맸던 것이 사실이다. 힘이 잔뜩 들어갔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재중 스스로도 "사극이라는 좁은 틀에서 생각을 했다. 종사관이니깐 힘은 있어야 하고, 조선시대 남자에 걸맞는 딱딱하고 수줍은 사랑만 생각했던 것 같다. 3-4회를 모니터 하면서 '바꿔야겠구나' 생각했다. 연기 선생님이 가르쳐줬던 것을 머릿속에서 지웠다"고 말했다.
그리고 김재중의 연기는 눈에 띄게 일취월장했다. 현장에서의 습득력도 집중력도 남달랐다. 나중에는 김경탁 역에 완전 몰입했다. 대본 지문에도 없었던 눈물이 저절로 나와 제작진을 놀래켰을 정도. 특히 21회에서 아버지 역의 김응수가 죽는 신에서는 실제로 너무 마음이 아파 눈물을 펑펑 쏟아 화제가 됐다.
"계산해서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에 맞게 몸이 대처를 하더라고요. 후반부에 눈물신 몇 개는 아예 대본에 없었던 거에요. '경탁이 운다'라는 지문이 없었는데 그 상황에서 눈물이 나온 적도 많았죠. 어떤 감독님은 '왜 여기서 우냐'고도 했어요. 의도되지 않은 것들이 나오니 다른 배우들이 당황스러울 수 있다고요."
김재중은 단 한 작품에서 빠른 연기 성장력을 보여준 것에 대해 "백지장이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웃었다.
"경험이나 내공이 없으니까 흡수하는 속도가 어쩔 수 없이 붙는 것 같아요. 배우는 족족 잘 흡수할 수 있고, 신인 연기자에 걸맞지 않게 너무 좋은 캐릭터를 주셨잖아요. 실전에 부딪히다보니 닥치면 하게 되는 인간의 본성이 나오는 것 같아요(웃음)."
김재중은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연기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주인공이 아니어도 좋아요. 욕심도 없어요.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예를 들면 광기있는 사이코패스 같은 연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닥터진'처럼 돌아가고 싶은 과거는 없어도 미래는 궁금하다는 김재중. "이뤄놓은 것도 있지만, 계속 이루고 싶은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김재중. 가수로서도, 연기자로서도 그의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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