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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8년]제2의 빅뱅·소녀시대 없었다…아이돌 위기 오나


아이돌 위주 가요계, 다양한 장르로 분위기 전환

[이미영기자] 아이돌의, 아이돌에 의한, 아이돌을 위한 대한민국 가요계. 적어도 지난 2-3년은 그랬다.

음원차트 1위부터 10위까지 아이돌 음악이 차지했고, 음악 프로그램 출연자의 9할은 아이돌 그룹이었다. 해외시장에서도 아이돌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일본의 오리콘 차트에서도, 아시아 각국의 차트에서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전세계 케이팝의 중심에는 아이돌이 있었다. 어느새 대한민국 가요계는 아이돌 중심으로 흘러갔고, 그 외의 가수들은 실종됐다.

그런데 2012년 가요계, 미묘하게 분위기가 달라졌다. 여전히 아이돌은 많고, 해외 시장 진출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황금알을 낳는' 식으로 여겨지던 아이돌 시장에도 불황의 그림자가 조금씩 드리우고 있다. '음반을 내기만 해도 대박'이라는 공식도 사라졌다. 치열해진 만큼 경쟁에 도태되는 숱한 그룹들이 생겼다.

아이돌이 주춤한 사이, 다른 장르의 가수들이 치고 올라왔다. 올 상반기 '슈퍼스타K' 출신의 버스커버스커를 시작으로 싸이가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으며 분위기를 완전히 반전시켰다. 나얼과 에픽하이 등 데뷔 수년차의 뮤지션들이 가요계 분위기를 휩쓸고 '응답하라 1997'과 '나는 가수다' 등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지난 음악들이 조명받고 있다.

아이돌의 위기일까, 아니면 가요계의 또다른 기회일까.

◆2012 가요계, 신인 그룹만 50여팀…제2의 빅뱅·소녀시대는 없었다

많아도 너~무 많았다. 올해 데뷔한 그룹은 비투비, 백퍼센트, 가디스, 스피카, B.A.P, EXID, 비투비, 뉴이스트, 헬로비너스, 쉬즈, 갱키즈, JJ프로젝트, 빅스, 미스터미스터, 써니데이즈, 씨클라운, 글램, AOA, 디유닛, 피에스타, 팬텀 등 무려 50팀이 넘는다. 대형 기획사부터 군소 기획사까지 앞다퉈 신인 그룹을 대중에 선보였다.

데뷔를 앞두거나 갓 데뷔한 아이돌의 꿈도, 기대감도 컸다. 인터뷰에서 이들은 롤모델로 소녀시대와 2NE1, 혹은 빅뱅과 동방신기 등을 꼽았다. "연말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타고 싶다"거나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리고 싶다" 등 목표도 뚜렷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제2의 빅뱅이나 소녀시대는 나타나지 않았다. '대박'은커녕 '중박'이라고 할만한 팀도 없었다. 신인들이 집중적으로 쏟아진 올 상반기만 따져봤을 때 가온차트 다운로드 200위 안에 든 신인 아이돌 그룹은 EXID의 '후즈댓걸'(111위), 스피카의 '러시안룰렛(131위) 등 두 팀이 전부였다.

이들 그룹들은 수적으로 포화 상태에 이르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방송 출연 기회를 잡기도 쉽지 않았다. 그나마 대형기획사의 경우 상황이 나았지만 일부 아이돌의 경우 방송 횟수가 5회 미만인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야말로 신인 아이돌의 히트가 '가뭄'인 상황. 아이돌 시장의 포화 상태도 문제지만 차별화된 그룹이 없었다는 지적도 많다. 몇몇 인기 작곡가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이들에게 곡을 받다보니 음악이 비슷하다는 것. 또한 그룹의 콘셉트 역시 성공한 아이돌을 쫓다보니 기존 아이돌보다 나을 것이 없다는 평가다.

◆음원차트, '대세' 아이돌이 사라지고 있다

신인 아이돌 그룹은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아이돌 그룹은 가요계를 장악하고 있다. 음악프로그램의 라인업은 대부분 아이돌 그룹으로 채워졌고, 스타 아이돌은 여전히 잘 나간다. 올 상반기 가온차트의 디지털 종합 순위에서 티아라의 '러비더비'(2위), 빅뱅의 '판타스틱 베이비'(3위), 씨스타의 '나혼자'(4위), 소녀시대-태티서의 '트윙클'(8위) 등이 상위권을 장악했다. 동방신기와 비스트, 2NE1, 미쓰에이 등 그룹들도 여전히 인기가 많다.

그러나 아이돌이 '대세'였던 수 년간의 분위기와 비교하면 분위기는 확실히 달라졌다. 상반기 가장 많은 사람들이 듣고 다운 받은 음원은 아이돌이 아닌 버스커버스커였다. 올 여름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아이돌 컴백 대란 속에서도 1위를 지켰다. 한동안 아이돌의 독무대였던 음악순위 프로그램에 변화의 움직임이 일기 시작한 것.

안방극장과 스크린에 '복고'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아이돌 위주의 음원차트도 빠르게 붕괴됐다. '응답하라 1997'에서는 90년대 추억의 음악이 흘러나오며 향수를 자극했고, '나는가수다'의 열풍을 타고 한동안 TV 속에서 사라졌던 가수들이 무대에 섰다.

10, 20대 중심으로 움직이던 음악 시장이었지만 '강남스타일'이 기폭제가 되어 소비층이 30, 40대 직장인으로까지 확장되고 수요가 늘어나면서 가요 제작사들도 발빠르게 움직였다.

2000년대 활동하다 몇 년만에 앨범을 낸 한 가수는 인터뷰에서 "아이돌이 워낙 많고, 가요계가 급변했다는 생각을 해서 그동안 쉽게 앨범을 낼 수 없었다. 아이돌의 트렌디한 음악 속에서 제 색깔을 고집하자니 촌스럽게만 느껴질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음악시장의 변화가 앨범을 낼 수 있는 용기를 줬다는 것.

'탈 아이돌' 현상은 하반기에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비주얼과 퍼포먼스 위주의 아이돌 음악이 유행하는 대신 '듣는 음악'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나얼과 십센치, 케이윌 등이 강세를 보이고 있고, 3년 만에 컴백한 에픽하이도 건재를 과시하고 있는 중이다.

◆아이돌 위기=케이팝 위기? '강남스타일'에서 배워라

혹자는 아이돌의 위기라고 평가한다. 그렇다면 아이돌이 인기를 주도하고 있는 케이팝 시장 역시 붕괴될까. 지금 가요계는 아이돌의 위기인 동시에 한국 가요계의 최대 기회이기도 하다. 아이돌에만 기댔던 가요 시장이 동반 성장의 기회를 맞았다. 동시에 음악 시장의 콘텐츠가 다양화, 다변화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아이돌 스타들은 의미있는 성과를 일궈왔고 지금도 세계 음악 시장을 이끌고 있다. 동방신기와 빅뱅 등은 가까운 나라 일본에서 수십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수백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수많은 아이돌 그룹이 일본과 중국, 태국 등에서 거대한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얼마 전부터는 아시아 시장을 벗어나 미국과 유럽, 남미 등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동방신기와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등이 서는 SM타운 콘서트가 몇 분 만에 매진되자 표를 구하지 못한 해외팬들은 플래시몹 항의를 펼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지구 반대편 칠레에서는 JYJ가 해외 차트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아이돌 스타들이 전세계를 누비며 거대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화려한 퍼포먼스와 칼군무, 중독성 강한 노래, 예쁘거나 멋진 외모 등은 아이돌 가수들이 케이팝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요인이다. 그러나 이는 모래성처럼 무너질 수도 있다. 비슷한 색깔을 지닌 아이돌 그룹에 우리가 무감각해지는 것처럼, 해외팬들도 언젠가는 케이팝에 흥미가 떨어질 수 있다. 더군다나 개성도, 실력도 없는 아이돌의 무분별한 해외시장 진출은 오히려 케이팝의 위기를 자초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싸이의 세계 시장 '강제 진출'은 현 가요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세계 양대 음악시장인 영국과 미국을 제패했고, 더 나아가 세계를 휩쓸고 있는 중이다. '강남스타일'은 아이돌의 케이팝 스타일과 대척점에 서있는 노래다. 콘텐츠의 승리이며, 한국 가요계 코드를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만약 싸이가 아이돌이 아니라는 이유로 음반 제작이 불가능했거나 혹은 스스로 위축됐다면, 아니면 자신의 음악 색깔을 버렸다면 '강남스타일' 신드롬은 촉발될 수 없었다.

철저한 시스템 속에서 키워지는 아이돌에만 의존한다면, 다양한 콘텐츠 없이 몇몇 성공작에만 기댄다면 '제2의 싸이'도, '제2의 소녀시대'도, 케이팝의 미래도 없다. 멀리 내다보고 넓게 조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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