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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에도 '경기장 장기 임대' 길 열릴까?


[이성필기자] 2002 한일월드컵을 겨냥해 건립된 월드컵경기장들은 대회 이후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그나마 서울월드컵경기장의 경우 상업시설이 들어서 수익을 내면서 전국 10개 월드컵 경기장 중 유일하게 흑자로 버티고 있다.

10일 울산 현대-알 아흘리(사우디아라비아)의 2012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열리는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은 지난해에만 17억원의 적자가 났다. 돈 먹는 하마가 따로 없어 최근 울산광역시에서 경기장 3층 일부를 유스호스텔로 활용하겠다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만성적자 시달리는 K리그 홈구장들

월드컵경기장을 홈구장으로 사용중인 K리그 구단들 대부분이 고민에 빠져 있다. 포스코가 기부채납한 포항 스틸야드(포항 스틸러스), 광양축구전용구장(전남 드래곤즈)을 제외한 일반 경기장도 마찬가지다. 지자체와 머리를 맞대고 흑자 전환 방안을 짜내기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각종 규제에 묶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K리그 각 구단은 수원시가 프로야구 10구단 창단을 선언한 KT에 무려 25년간 무상으로 야구장을 임대하는 방안과 광고 및 식음료 등 수익 사업권 100% 보장, 경기장 명칭 사용권 등 전례 없는 혜택을 주는 것에 대해 부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기장 장기 무상 임대는 지난 2009년 12월 30일 대한야구협회장을 맡고 있는 새누리당 강승규 전 의원이 발의한 스포츠산업진흥법과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가능해졌다. 법안 통과 전까지 구장 임대는 3년이 최대였지만 개정안으로 인해 25년까지 장기 임대가 가능해졌다.

법에는 '지방자치단체는 공공체육시설의 효율적 활용과 프로 스포츠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 <제21조 제1항>에 따라 공유재산을 25년 이내의 기간을 정해 그 목적 또는 용도에 장애가 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사용 및 수익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25년까지 장기 임대가 가능하기 때문에 지자체가 마음만 먹으면 임대 기간은 고무줄처럼 늘어날 수 있다. 수원시의 KT에 대한 파격 혜택도 이 법안을 기초로 마련됐다.

수원시의 야구단 유치 파격 혜택에 부러운 눈

그러나 수원을 연고로 하는 프로축구단 수원 삼성 블루윙즈의 경우 역차별로 보일 수 있는 상황이다. 수원의 구장 임대료는 입장 수입의 25%다. 연간 8~9억원 선이다. K리그 구단 중 가장 높다. 전북 현대와 성남 일화가 15%, 부산 아이파크, FC서울, 울산 현대가 10%다. 그나마 전북의 경우 전주시 시설관리공단 등과의 협의를 통해 올해부터 10%로 낮췄다.

임대료뿐 아니라 경기장 각종 시설 사용료도 상당하다. 매점 운영권은 물론 전광판 사용, 라커룸, VIP룸, 인터뷰룸 등 모든 시설에는 사용료가 책정되어 있다. 이마저도 내년에는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수원시 측은 역차별 논란에 대해서는 특별히 입장을 내놓을 게 없다는 반응이다. 시측 관계자는 조이뉴스24와의 전화 통화에서 "수원월드컵경기장의 경우 경기도 60%, 수원시 40%의 지분이 나눠져 있다. 시에서 특별히 도와줄 방법이 없는 게 분명한 사실이다. 구단이 관리재단과 풀 일이다"라고 전했다.

해당 연고지 시설관리공단이 관리하는 경우와 달리 수원월드컵경기장은 경기도가 재단법인으로 만든 관리재단 소속이다. 이 때문에 경기도와 수원시가 토지 소유권과 지분 문제로 갈등을 빚어 기부채납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경기도 의회로부터 나오기도 했다.

시 관계자는 "구단의 서운한 감정은 이해하지만 수원의 모기업 삼성그룹에서 월드컵경기장 신축 당시 전액 부담하겠다고 했었다가 IMF 구제금융사태로 발을 뺀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당시 국비, 경기도비, 수원시비가 급하게 사용되지 않았느냐"라며 현재 사용료 정도면 문제가 없지 않으냐는 태도를 보였다.

수원 구단 측은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구단 측은 "당시 삼성은 2만3천석 규모의 경기장 건립을 약속했었다. 월드컵경기장으로 확대되면서 복합적인 문제가 생겼고 IMF로 모기업에서 선택과 집중을 하면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초기 투자 비용 400억원에 대해서도 회수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수원시에서 야구장에 제공하는 각종 혜택을 똑같이 주면 된다. 훈련장 등은 갖추고 있어 바라지 않는다. 장기 임대만 이뤄져도 고마울 따름이다"라고 전했다.

구단들 "K리그와 타 스포츠에도 장기 임대를 바란다"

물론 수원의 뒤늦은 아쉬움도 비판에 올라있다. 수원시는 프로야구단 유치를 선언하면서 올 초부터 일찌감치 경기장 무상 임대 등의 혜택을 발표했다. 당시에는 잠잠하다가 구단 창단 계획이 구체화된 뒤에야 왜 볼멘 소리를 하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수원 구단 측은 "당시에는 어느 기업이 참가할지도 불투명했고 또 야구단 유치가 이뤄진다는 보장이 없어 섣붙리 나설 수 없었다. 구단은 야구단 입성을 환영한다. 과거 현대 유니콘스와도 함께했다. 오히려 기업 참가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불만을 표시하면 이들의 야구단 경영 참여를 막는 꼴이 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수원을 바라보는 다른 프로축구단들의 심정은 온도차는 있지만 비슷하다. A구단의 관계자는 "지자체마다 다르겠지만 우리의 경우 티켓 한 장당 지방세가 15%가 붙는다. 이를 제외하고도 각종 시설마다 사용료를 낸다. 이를 다 합산하면 구단 운영비의 20%가 넘는다. 이 정도 비율이면 적자는 뻔하다"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스포츠마케팅에 대한 마인드를 어떻게 가지느냐가 중요하다. 구단이 경기마다 고용하는 아르바이트나 경호 인력 등에게 지급하는 비용도 연간 20억원이 넘는다. 이들 모두 지역민들이다. 이것을 지역 투자 비용으로 환산한다면 상당한 금액 아니냐. 수익을 서울 본사로 모두 올리는 대형마트와는 다르다"라고 주장했다.

종합경기장을 사용중인 B구단은 "너무나 답답해서 개인적으로 해외 사례를 연구했다. 2006년 영국 리버풀 시의회가 999년간 경기장 부지를 임대하는 법안을 통과한 것을 지자체와 공유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지자체가 축구를 포함한 프로구단들의 손발을 묶고 있으니 헛돈을 쓰는 꼴이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경기장 명칭권이라도 팔라고 했더니 지역 정서 운운하면서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답답할 따름이다. 수원의 '목 졸림'이 이해가 간다. 그렇지만, 장기 임대가 K리그와 타 스포츠에도 함께해야 한다. 프로리그 자체가 지역 문화 콘텐츠 중 하나 아니냐"라는 뜻을 전했다.

C구단은 "프로야구의 경우 KBO(한국야구위원회)가 조용히 움직이며 세 확산을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돋보인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나 대한축구협회도 이같은 움직임을 배워 구단을 도와줘야 한다. 장기적으로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지는 다 알 것 아니냐"라며 축구 행정기관들이 상황 파악에 나서기를 바랐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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