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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용 할아버지'의 한화 손자들 걱정


[정명의기자] "내가 즈그들(자기들) 할아버지하고 같이 놀았던 사람인데."

한화 이글스의 김응용(71) 감독은 선수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뻔히 들여다 보인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 감독의 말대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프로에 갓 입문한 선수들의 경우 손자라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나이 차다.

과거 해태, 삼성 사령탑을 지낼 때 호랑이처럼 무서운 이미지의 김 감독이지만 시간이 흘러 할아버지같은 인자함이 묻어나고 있다. 선수들을 대할 때 역시 마찬가지다. 감독으로서 항상 인자할 수만은 없다. 하지만 가끔은 손자들을 대하는 할아버지같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 김 감독이다.

서산에 완공된 한화의 2군 훈련장에서 마무리캠프를 지휘하고 있는 김 감독은 17일, 훈련 중이던 투수 김주(23)와 이태양(22)을 불러냈다. 최근 김 감독이 눈여겨 보고 있는 선수들이다. 이태양은 190㎝, 김주는 200㎝의 장신을 자랑하고 있다.

한 살 터울의 두 선수는 서로 자기의 실력이 낫다며 티격태격하며 장난을 치는 절친이다. 그런 모습이 귀여운지 김 감독은 "두 놈이 아주 웃긴다고. 서로 안 지려고 그래. 야구만 잘 하면 재미있겠어"라며 흐뭇한 웃음과 함께 기대감을 나타냈다.

두 선수의 외모 이야기가 나왔다. 야구 이야기로는 절대로 밀리지 않던 김주가 "외모는 태양이가 낫다"고 인정했다. 이를 지켜보던 김 감독이 두 선수를 불러세웠다.

"야구 잘 하고 비싼 연봉 받는 선수가 가짜 명품 가방을 메고 있어. 그런데 야구 못 하고 연봉이 많지 않은 선수는 진짜 명품 가방을 멨어. 사람들이 볼 때 누구 가방을 진짜라고 생각하겠어. 얼굴도 마찬가지야. 야구선수는 야구를 잘해야 잘생겨 보이는 거야. 얼굴만 잘생겼는데 야구 못하면 말짱 꽝이야."

할아버지가 손자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듯 나지막한 목소리로 한 이야기였다. 야구선수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야구를 잘하는 것이라는 '진리'를 알기 쉽게 설명해준 이야기이도 했다. 두 선수는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뭔가를 깨달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할아버지의 손자들 걱정은 끝나지 않았다. 두 투수를 돌려보낸 김 감독은 선수들의 식사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특히 아침 식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제대로 못 먹으면 훈련장 나오는 사이에 다 소화돼서 훈련에 금방 싫증을 낸다고. 아침식사가 중요해. 일반 직장인들도 아침밥을 안 먹으면 머리가 잘 돌지 않잖아. 선수들도 그래. 아침에 식당에 나가보면 팀 성적을 안다고. 야구 제일 못하는 팀이 사람이 제일 없고, 제일 잘하는 팀이 아침밥 먹는 사람이 제일 많아."

이야기가 끝나고 훈련을 마친 선수들이 덕아웃으로 몰려들었다. 김 감독은 "이것들 먹어라. 고구마가 몸에 좋다"라며 난로 위에 정성껏 익히고 있던 서산의 명물 '호박 고구마'를 선수들에게 나눠줬다. 손자들에게 먹을 것을 챙겨주는, 영락없는 할아버지의 모습이었다.

조이뉴스24 서산=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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