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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베를린', 버릴 캐릭터가 없다‥톱배우 고루 빛난 수작


하정우·한석규·류승범·전지현 주연, 31일 개봉

[권혜림기자] 류승완 감독의 신작 '베를린'은 캐스팅부터 제작, 첫 공개까지 숱한 화제를 뿌리며 기대를 모아온 작품이다. 지난 21일 언론배급 시사를 통해 베일을 벗은 '베를린'은 잇따른 호평 세례 속에 관객들의 기대를 얻고 있다.

'베를린'은 충무로 '대세' 하정우와 독보적 캐릭터를 지닌 류승범, 명실공히 연기파 배우로 활약해 온 한석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전지현 등 톱배우들이 총집합한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출중한 연기를 선보이며 주가를 높여 온 이들을 두고 연기력을 논하는 것은 자칫 무의미해 보인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감쪽같이 캐릭터에 녹아들었는지다. 상대 배우와 호흡하며 서사의 균형을 이루는 것 역시 관객 몰입도를 결정짓는 기준이다.

네 명의 주연 배우들은 각자 강렬한 캐릭터를 성공적으로 체화했다. 북한말, 독일어, 영어 등 낯선 언어로 구성된 대사 역시 호연의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서로 다른 감정으로 얽힌 인물 사이의 관계 역시 배우들의 열연으로 제대로 살았다.

영화는 독일 베를린을 배경으로 활동하는 북한의 비밀 요원 표종성(하정우 분)과 그를 쫓는 국정원 요원 정진수(한석규 분), 북한에서 베를린 공관을 장악하기 위해 파견된 동명수(류승범 분)의 쫓고 쫓기는 추격을 그린다. 전지현은 표종성의 아내이자 베를린 주재 북한 대사관의 통역관 연정희로 분했다.

초반부터 스피디하게 흘러가는 영화의 전개와 상관 없이, 네 인물의 관계도는 예상보다 복잡하지 않다.

여전히 대치 중인 남북 상황은 극중 유일한 남한 출신인 정진수와 나머지 세 인물 사이의 긴장을 유발한다. 그러나 정진수가 정면으로 쫓는 이는 국적 불명에 지문조차 감식되지 않는 일명 '고스트' 표종성이다. 두 사람의 관계는 영화의 주요 갈등을 이끌며 극의 전반을 가로지른다.

그런가 하면 표종성과 동명수 사이의 대립각에는 이데올로기 갈등 이상의 미묘함이 있다. 필요에 의해선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포커페이스' 동명수는 북한의 실세 동종호의 아들. 표종성을 제거하기 위해 베를린에 투입된 동명수는 연정희를 반역자로 몰며 부부 사이의 균열을 일으킨다.

진실이 아닌 욕망을 좇는 인물 동명수는 표종성과 연정희의 삶을 위협하는 존재. 개성 또렷한 배우 류승범은 피도 눈물도 없는 캐릭터 동명수를 만나 그야말로 '물 만난 고기'가 됐다.

"몸통은 하난데, 어찌 대가리가 둘이 갔나?" "왜 조심들을 안해" "우리가 배 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잖소?" "왜 헛된 희망을 심어줘" 등 류승범의 입에서 나온 동명수의 대사 하나 하나는 관객들을 '쫄깃한' 긴장감으로 몰아넣었다.

'인간 병기'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한 표종성 캐릭터는 인기 액션 영화 프랜차이즈인 '본 시리즈'의 제이슨 본(맷 데이먼 분)을 연상시킨다. 지문조차 기록돼 있지 않은 표종성은 '당을 위해' 자라고 훈련된 인물. 아찔한 액션 연기를 소화한 하정우는 류승범, 한석규, 전지현 모두와 놀랄 만한 시너지를 일으켰다. 눈을 뗄 수 없는 화려한 격술 역시 관전 포인트다.

'쉬리' 이후 14년 만에 국정원 요원을 연기한 한석규는 정진수 역을 맡아 여전한 연기력으로 스크린을 수놓았다. 신념에 충실한 중년의 남성 정진수는 그 신념이 '옛날 방식'이라 비웃음을 살지라도 자신만의 직업 의식을 투철하게 지키려는 인물이다. 그러나 표종성-연정희와 동명수의 관계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은 인간미를 더하며 캐릭터의 현실성을 높였다.

지난 2012년 영화 '도둑들'로 화려하게 충무로에 컴백한 전지현은 예니콜과는 180도 다른 북한 여인 연정희로 분해 의외의 모습을 보여줬다. 연출을 맡은 류승완 감독 역시 "전지현이 기대 이상의 호연을 펼쳐 깜짝 놀랐다"고 전할 정도다.

연정희는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믿었던 남편마저 자신을 의심하자 혼란을 느낀다. 전지현은 낮은 목소리로 내뱉는 짧은 대사들, 흔들리는 눈동자만으로도 절망을 그려내며 호평을 얻었다. 자칫 단선적인 캐릭터일 수 있는 인물임에도, '전지현표 연정희'는 그만의 기운으로 관객들의 눈길을 붙잡을 법하다.

'베를린'은 오는 31일 개봉한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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