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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 테베즈' 조형익, 그라운드 속죄 위해 돌아오다


[이성필기자] 한 사나이가 모래사장을 쉼 없이 뛰어갔다. 옆에서 이름을 불러도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그는 자신과의 싸움에 몰두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그는 제대로 발을 딛기도 어려운 모래사장에서 거친 호흡을 하며 과거의 기억을 지우기 위해 땀을 쏟고 또 쏟았다.

2011년 K리그는 승부조작 폭풍에 시달렸다. 대구FC의 경우 6명의 주축 선수가 승부조작에 가담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영진 감독이 경질되는 등 혼란의 상황에 놓였다.

'팔공산 테베즈', '팔공산 멧돼지'로 불렸던 공격수 조형익(28)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친한 선배의 부탁을 받고 무슨 일인지 모른 채 그저 도와달라는 말 한마디에 가담했다가 인생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

2008년 대구를 통해 프로에 데뷔한 조형익은 첫 해 32경기에서 1골 5도움으로 가능성을 보이더니 2009년 32경기 6골로 주전을 확보했다. 이후 2010년 30경기 9골 4도움으로 폭발했고 국가대표 발탁 가능성도 열렸다. 175㎝의 단신이지만 탄탄한 하체를 이용한 저돌적인 돌파에 대구 인터넷 중계방송 중계진이 "팔공산 테베즈가 움직입니다~"라며 별명을 붙여줬을 정도다. 대구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무럭무럭 성장하던 그는 2011년 승부조작의 광풍을 맞고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에게는 '승부조작'이라는 주홍글씨가 평생 따라다닐 것이다. 자진신고로 2년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던 조형익은 최근 대한축구협회의 보호관찰 징계 경감에 따라 6개월을 감면 받으면서 3월에는 K리그 출전이 가능해졌다. 승부 조작 사실이 밝혀진 뒤 조형익을 퇴출했던 대구는 다각도의 논의 끝에 그를 복귀시키기로 했다. 아직 재계약은 하지 않은, 시험 중인 상태다.

물론 그의 복귀에 대한 여론은 여전히 차갑다. 당성증 감독도 팬심을 우선으로 꼽았다. 당 감독은 "팬들이 정말로 이 선수가 반성하고 있구나를 느껴야 한다. 나는 아직 (조형익을) 용서했다고 말하지 않았다"라고 솔직하게 표현했다.

그래도 착하든 나쁘든 보듬어야 할 자식이다. 당 감독은 "밖에서 내 새끼에게 돌을 던지는데 나까지 그렇게 할 수는 없다"라며 일단 기회를 주겠다고 한 뒤 "공부를 가르치는 선생님으로서 학생이 수업 받을 생각이 없다면 받아들이지 않으면 된다. 당연히 자격이 되지 않는다면 경기에도 투입하지 않을 것이다. 다른 선수들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냉철하게 조형익을 바라보겠다고 전했다.

감독의 이런 깊은 마음을 알고 있을까. 조형익은 터키 안탈리아 전지훈련에서 모든 것을 쏟아붓는 중이다. 1년 6개월을 쉬어 우선 체력 만들기에 힘을 쏟고 있다. 개인 운동도 철저히 하며 그라운드에서 속죄의 활약을 할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프로 선수로서 자신이 보답해야 할 길은 오직 그라운드에서 열심히 뛰는 것이라는 당연한 진리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전에 팬들 앞에 나서 사죄할 준비도 되어 있다.

어렵게 말문을 연 조형익은 "내가 괜히 말을 꺼내서 팀에 손해를 끼칠까 걱정된다"라며 자신에 대한 차가운 시선이 팀 전체에 나쁜 영향으로 이어질까봐 조심스러워했다.

활달했던 조형익은 승부조작 파문 이후 모든 사람들과의 연락을 끊고 숨어서 살았다. 집 밖으로 나서지도 않고 인터넷도 하지 않았다. 억울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도 조금은 있었지만 몰랐다고 해도 죄는 큰 죄였다. 가족들도 그 때문에 보이지 않는 고통을 겪으며 함께 아파해야 했다. 한때 세상을 등지는 나쁜 생각도 해봤지만 지인들이 불어넣어준 용기가 그를 바로 세웠다.

"어떤 지인이 그러더군요. 네가 만약 징계가 풀렸더라도 어디선가 숨어서 다른 일을 하고 있다면 사람들은 네 잘못을 여전히 이야기하고 있을지 모른다고 그러더라구요. 어떤 방식으로든지 그라운드에서 사죄하고 용서를 구하면 그게 용서를 받을 수 있는 길이라는 말에 마음을 굳게 먹었습니다."

비판도 달게 받을 준비가 되어 있다. 그가 할 줄 아는 것은 축구밖에 없기에 모든 것을 감내하기로 했다. 자신보다 주변 사람들의 상처가 더 깊어질까봐 용기를 냈다. 자신이 흔들리지 않게 지켜준 부모님과 대학 시절 은사였던 명지대 김경래 감독에게도 떳떳해지기 위해서다.

사회봉사 200시간을 수행하면서 만난 복지시설 유소년 선수들의 따뜻함은 세상으로 다시 나서기 위한 촉매제였다. 아무 것도 모르는, 그저 '축구 선생님'의 가르침에 신난 표정을 짓던 아이들을 위해서도 숨을 크게 쉬고 뛰기로 했다.

"유소년들을 가르치는데 저에게 '선생님 고맙습니다', '선생님 응원할게요'라는 말을 들었어요. 그들은 내가 저지른 일들을 모른 채 그저 나를 바라보고 응원하더라고요. 그래서 더 뛰고 싶었어요. 내가 열심히 하는 것을 아이들에게 보여준다면 그것이야 말로 속죄가 아닌가 싶습니다."

팬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그는 휴식을 줄 때도 개인 운동에 힘쓰고 있다.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몸을 만들고 모래사장 구보로 폐활량 증가와 하체 근육 단련에 애를 쓰고 있다. 볼 다루기로 감각을 잃지 않으려 하고 과거 자신의 플레이와 지난해 대구의 경기가 담긴 DVD 시청으로 맹렬히 공부 중이다.

조형익은 자신의 조심스러운 복귀 발걸음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 용기가 나지 않았지만 그를 기다렸던 팀 동료들의 배려로 마음을 열었다. 팀 동료 송한복은 "(조)형익이는 정말 달라졌다. 과거의 형익이가 아니다"라며 용기 있게 용서를 구하는 조형익을 바라보는 팬들에게 비판적 지지와 따뜻한 응원을 모두 부탁했다. 이제 선택은 팬들의 몫이 됐다.

조이뉴스24 /안탈리아(터키)=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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