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혜림기자] 박찬욱 감독이 할리우드 영화 '스토커'를 작업하던 당시를 떠올리며 한국의 촬영 현장과 현지의 시스템이 달라 고전했던 순간 역시 설명했다.
21일 서울 남산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영화 '스토커'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찬욱 감독은 "미국에서 일해 좋았던 것은 미아 바시코브스카 같은 같은 배우를 만난 것"이라며 "한국에도 좋은 배우들이 많지만 미아는 없지 않냐"고 입을 열었다.
이어 "니콜 키드먼도 그렇고, 어떤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 자체가 좋았다"고 덧붙인 그는 "영화 속 피아노 음악을 만든 필립 글래스라는 작곡가는 제가 어릴 때부터 숭배하다시피 한 인물"이라며 "음악 감독 클린트 멘셀 역시 10년 전쯤 '파이'라는 영화의 음악만으로 저를 충격에 빠뜨렸던 사람"이라고 함께 작업한 이들을 향해 감격을 표했다.
그러나 한국보다 빡빡했던 할리우드의 촬영 현장은 박찬욱 감독을 진땀 빼게 만들기도 했다. 그는 "단점을 꼽자면 너무 바쁘다는 것"이라며 "한국에서 '몇 회 정도겠다' 싶은 것의 절반 정도밖엔 시간이 없었다"고 촬영 당시를 회고했다. 박 감독은 "미국인들은 늘 하는 것인지 몰라도 제게는 힘든 일이었다"며 "처음에 적응하는 데 애를 먹었고 마지막 순간까지 초 단위로 진땀을 빼며 겨우 겨우 찍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 감독은 "미국에서 제게 작업을 제의한 것은 개성이 좋았기 때문일 것"이라며 "그들도 그걸 존중해줬고 마음껏 발휘하길 원했다"고도 설명했다. 이어 "당연한 일이라 생각한다"며 "굳이 영어도 못 하는 이를 데려다 찍게 한 것은 잘 하는 것을 하라는 뜻일 것이다. 그래서 잘 하는 것을 해 줬다"고 웃으며 말했다.
박찬욱 감독은 '스토커'에서도 함께 한 정정훈 촬영 감독에게도 남다른 고마움을 표했다. 정정훈 감독은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박쥐'에 이어 다시 한 번 박찬욱 감독과 호흡을 맞췄다. 박 감독은 "정정훈이라는 가장 큰 조력자를 데려갈 수 있어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고백했다.
박찬욱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작 '스토커'는 18살 생일, 아버지를 잃은 소녀 앞에 존재조차 몰랐던 삼촌이 찾아오고 소녀 주변의 사람들이 사라지는 이야기를 그린 스릴러 영화다. 미아 바시코브스카·니콜 키드먼·매튜 구드 등이 출연한다. 할리우드 최고의 감독이자 제작자인 리들리 스콧과 故 토니 스콧 형제가 제작했다.
미국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의 주인공 웬트워스 밀러가 시나리오를 쓰고 '블랙 스완'의 클린트 멘셀이 음악 감독을 맡았다. 오는 28일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한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박영태기자 ds3fan@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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