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명화기자] '충무로 흥행사'라는 말이 무색치 않다. 한마디 한마디 작품에 대한 자신감이 넘친다. 19번째 장편 연출작 '전설의 주먹'을 내놓은 강우석 감독은 강한 자기확신과 함께 자신감을 보였다.
동명의 웹툰을 영화화한 '전설의 주먹'은 고교 시절 학교의 전설로 불리던 주먹짱들이 세월이 흘러 중년의 가장이 된 후 다시 자신의 전설을 재현하기 위해 격투기 링 위에 서는 내용을 그린다. '이끼'에 이어 다시 한번 웹툰을 영화로 만든 강우석 감독은 2시간30분이 넘는 청소년관람불가의 이 영화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듯 했다.
"우리 또래 남자, 가장들의 이야기다. 극중 유준상이 미국에 유학보낸 아들과 통화하는 대사는 바로 내 실제 경험담이기도 하다. 작가도 쓰지 못할 살아있는 대사라고 할 수 있다. 바로 내 이야기이자, 친구들, 중년 남자들의 얘기이기 때문이다."
30대라는 젊은 나이에 충무로 파워맨 1위 자리에 오르며 10년 동안 파워맨의 타이틀을 지킨 강우석 감독은 "초심으로 돌아가 재미있게 만든 영화"라고 '전설의 주먹'을 설명했다.
"언젠가부터 이것저것 계산하고 머리 써가며 영화를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현장이 재미가 없드라. 나부터 재미있게 영화를 해보자. 무조건 재미있게. 그러다보니 결과도 좋은 것 같다. 영화가 길다는 것은 이 영화에 들어있는 드라마가 풍성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캐릭터 한명한명, 히스토리가 있는 인물들이다. 영화를 만들면서 공을 들일 수 밖에 없었다. 줄여보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줄일 수 없었다(웃음)."

한국영화 첫 천만 감독이라는 의미있는 타이틀을 가진 강우석 감독은 "흥행에 대한 불안감은 없다. 시사 반응이 이렇게 좋았던 적이 없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미도' 때도 300만 정도 하겠다 라는 반응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대부분 700만, 800만을 부른다. 까칠한 기자들도 이렇게 칭찬 많이 해주고 평론가 평이 후한 적도 처음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 추게 한다고 요즘 기분이 참 좋다."
강우석 감독은 국내와 동시기 개봉하는 미국 시사회 참석과 언론 인터뷰를 위해 LA를 방문하기도 했다. 한국형 액션물이지만 미국 시장에서 통하는 정서가 분명히 있을거란 자신감을 안고 오른 미국행에서 '전설의 주먹'은 호의적인 평가를 이끌어냈다.
"할리우드 진출은 솔직히 자신없다. 나는 현장에서 이거저거 내키는대로 많이 바꾸기도 하고 추가하고 그런 감독이다. 미국에서는 그런 게 안 통하지 않나. 미국식 유머도 잘 해낼 자신이 없고. 그런 점에서 박찬욱 감독은 할리우드에서도 자기 색깔을 정말 잘 살려 자신의 스타일대로 영화를 만들었더라. 참 기분이 좋았다. 감독들이 할리우드로 진출하는 것도 좋지만, 우리 영화가 내수시장에서 잘되고 나아가 아시아 시장에서 대대적인 흥행을 이끌어내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시아의 자본을 끌어들여 할리우드 톱스타도 출연시키고 그러면 얼마나 좋겠다. 그렇게 생각할때 봉준호 감독 '설국열차'에 거는 기대가 크다."
충무로의 기둥을 지탱하고 있는 중견답게 강우석 감독은 한국영화 시장 전체를 보는 시각과 한 해 영화의 트렌드를 읽는 눈, 그리고 미래를 바라보는 안목을 지녔다. 자신의 영화 뿐 아니라 한국영화 전체를 바라보는 너른 시각으로 영화계를 조망하고 있었다.
"한국영화 시장 파이가 확실히 커졌다는 걸 느낀다. 지난해 천만영화 두편 나오고 '7번방의 선물'이 터지는 걸 보며 쾌재를 불렀다. 하지만 이럴때일수록 더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 과거 한국영화 르네상스, 호황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거품이 빠지며 무너져내리는 걸 보지 않았나. 영화가 재미없으면 관객은 금방 등을 돌린다. 한국영화 요즘 재미없더라 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끝난다. 올해는 '미스터 고'도 있고 '설국열차'도 있고 후반부도 걱정 없을 것 같다."
"'전설의 주먹'으로 '아이언맨3'와 승부를 해볼 참이다.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웃음). 아이언맨! 한판 붙자."
호기롭게 '아이언맨3'와의 정면승부를 내건 강우석 감독은 "앞으로도 꾸준히 재미있는 영화를 만드는 연출가이고 싶다"고 말했다. 아버지에게 힘을 주고 용기를 주고 위로를 주고 싶은 마음으로 만들었다는 강우석 감독의 마음이 담긴 영화 '전설의 주먹'은 현재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