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명의기자] LG 트윈스의 승리로 경기가 마무리돼 빛이 바래긴 했지만 장성호(롯데)의 한 방은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장성호는 16일 사직 LG전에서 롯데가 0-3으로 끌려가던 7회말 거짓말같은 동점 우월 스리런포를 작렬시켰다. 완벽한 피칭을 펼치던 리즈를 한 방에 무너뜨린 홈런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 롯데는 연장 끝에 3-5로 무릎을 꿇었다.
장성호의 홈런. 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이었다. 그렇다. 장성호는 2년 전에도 리즈를 상대로 결정적인 홈런을 터뜨린 적이 있다. 여러가지 상황이 16일 경기와 매우 흡사했다.
시계를 지난 2011년 5월11일로 돌려보자. 잠실구장에서는 LG와 한화의 경기가 펼쳐지고 있었다. 당시 LG 선발 리즈는 8회까지 무실점 역투를 펼치며 팀의 1-0 리드를 지켜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 리즈가 9회초 1사 2루의 동점 위기를 맞았다. 다음 타자는 당시 한화에서 뛰던 장성호. 리즈의 4구째를 받아친 장성호의 타구는 쭉쭉 뻗어 우측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2-1로 경기를 뒤집는 역전 투런포였다.
결국 그날 경기는 한화의 2-1 승리로 끝났고, 리즈는 9이닝 2실점 패전투수가 됐다. 승리의 히어로는 두말 할 것 없이 결정적 역전 홈런을 쏘아올린 장성호였다.

그로부터 2년여의 시간이 흐른 뒤 비슷한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홈런 타구가 날아간 코스도, 패배의 위기에서 팀을 구해냈다는 홈런의 성격도 판박이였다. 장성호의 소속팀이 이기고 졌다는 점이 다를 뿐이었다.
리즈는 장성호를 막지 못해 두 번이나 눈 앞의 승리를 놓치고 말았다. 반대로 장성호는 자신의 별명인 '스나이퍼'처럼 리즈의 저격에 성공했다. 그렇다면 장성호를 리즈의 천적이라고 불러야 할까.
기록상으로는 그렇지도 않다. 리즈가 한국에서 뛴 2011년부터 장성호는 리즈를 상대로 17타수 3안타를 기록했다. 상대 타율이 1할7푼6리로 결코 강하다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그 3안타가 홈런 2개, 2루타 1개로 모두 장타였다. 그것도 홈런 2방은 모두 결정적인 상황에서 리즈를 무너뜨린 한 방이었다.
리즈를 상대하는 스나이퍼의 조준경은 위기 상황에서만 정확도가 높아진다. 리즈는 다음 번 장성호에게 공을 던질 때 이 사실을 꼭 기억해야 할 것 같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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