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다 스윈튼 "영화 그만두려 했을 때 봉준호 만났다"

[권혜림기자] 세계적 명배우 틸다 스윈튼이 영화 작업을 그만두려 다짐했을 무렵 봉준호 감독을 만났다고 알렸다. 2년 전 이 만남은 '설국열차'에 틸다 스윈튼이 캐스팅 된 중요한 계기로 작용했다.

29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영화 '설국열차'의 감독과 배우들이 참석한 가운데 공식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번 영화 홍보를 위해 내한한 크리스 에반스와 틸다 스윈튼, 한국 배우 송강호와 고아성, 연출을 맡은 봉준호 감독이 참석했다.

틸다 스윈튼은 '케빈에 대하여'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 등에서 출중한 연기를 뽐내 세계적으로 많은 팬을 보유한 배우다. 이번 영화에서 그는 윌포드의 심복이자 열차의 2인자 총리 메이슨 역을 맡았다. 기존 얼굴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파격적인 외모 변신을 시도해 기대를 높였다.

틸다는 "2년 전 칸국제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을 봤을 때는, 물론 영화를 마친 뒤 매번 그러긴 하지만 제가 영화를 찍지 않겠다고 다짐했을 때였다"며 "봉준호 감독에게 그 이야길 했다. 그러면서 다시 영화를 찍는다면 재밌어야 한다고, 즐겁게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알렸다.

이어 "그 이야기를 듣고 봉준호 감독이 '설국열차' 캐스팅에 가능성이 있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며 "그래서 메이슨이라는 캐릭터를 두고 재밌는 놀이를 했다. 전부터 코가 들려있는 인물로 분장해보고 싶었는데 제안을 했더니 의외로 바로 '좋다'고 하더라. 메이슨이라는 캐릭터와 모티프가 전부 판타지적 요소가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이 연기한 메이슨, 그리고 영화 속 반란의 리더 커티스와 긴장 관계에 대해 "커티스와 메이슨이 서로 균형을 잡아야 했다"며 "리더십에 대해서라면 둘 다 제2인자로서 광적으로 윗사람을 따르는 역이었다"고 알렸다. 커티스 역시 꼬리칸의 성자 길리엄을 열차의 수장으로 만들기 위해 반란을 노린다.

틸다 스윈튼은 "분장에 대해 흥미롭게 이야기를 나눴다"며 "그 안에 어떤 인간이 있는지 궁금해햐게 되고 찾아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메이슨이 정확히 어떤 사람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메이슨에게 여자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그래서 봉준호 감독이 요정이라고 말한 것 아닌가 싶다. 캐릭터 속에 인간의 마음이나 심장이 과연 있는가, 그게 어디에 있는가를 찾는 것부터 시작했다"고 돌이켰다.

앞서 그는 봉준호 감독이 자신을 '엘프(Elf, 요정)'로 지칭했던 것에 대해 "이제 그 명칭이 공식화됐다"고 능청스럽게 말해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설국열차'는 새로운 빙하기, 인류 마지막 생존 지역인 열차 안에서 억압에 시달리던 꼬리칸 사람들이 반란을 시작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크리스 에반스·송강호·틸다 스윈튼·고아성과 더불어 존 허트·제이미 벨·옥타비아 스펜서 등이 출연한다. 오는 8월1일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공식 개봉하며 하루 앞선 오는 31일 전야 개봉으로 관객을 만난다. 러닝타임은 125분, 15세이상 관람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