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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다 스윈튼이 말하는 봉준호, 그리고 나이듦(인터뷰)


"늙는 것 무섭지 않아…주름지는 것도 좋다"

[권혜림기자] 영화 '설국열차'의 배우 틸다 스윈튼이 봉준호 감독을 향한 친밀한 감정을 표했다. 나이듦에 대한 솔직한 생각 역시 털어놨다.

3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영화 '설국열차'의 주연 배우 틸다 스윈튼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지난 29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설국열차' 팀을 수 차례 '가족'으로 표현했던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도 봉준호 감독을 '사촌'으로 칭하며 친근감을 드러냈다.

틸다 스윈튼은 '케빈에 대하여'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 등에서 출중한 연기를 뽐내 세계적으로 많은 팬을 보유한 배우다. 영화에서 그는 기차의 절대자 윌포드의 심복이자 열차의 2인자 총리 메이슨 역을 맡았다. 기존 얼굴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파격적인 외모 변신을 시도해 기대를 높였다.

지난 2009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의 팬임을 밝혔던 틸다는 지난 2011년 칸국제영화제에서 그와 만나 친구가 됐다. 이후 봉 감독과 틸다는 '설국열차'로 처음 함께 작업했다.

그는 "수많은 가족같은 분들과 영화를 했지만 그 중에서도 DNA 가족 같은 데릭 저먼 감독이 있었고 사촌같은 봉준호가 있다"고 입을 열었다. 수 편의 영화를 틸다 스윈튼과 함께 작업했던 데릭 저먼 감독은 지난 1994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블루' '대영제국의 몰락' '카라밧지오' '에드워드 2세' 등 수 편의 문제작들로 영화 팬들을 만난 바 있다.

틸다 스윈튼은 "봉준호 감독의 작업 분위기와 스타일이 원래 그렇다는 것을 안다"며 "굉장히 독특하고 좋았다"고 회고했다. 이어 "사촌이라는 표현을 쓰지만, 한국인들이라면 가족이라는 표현을 듣고 싶어할 것 같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친구였던 만큼 굉장히 가깝다"고 설명했다.

1960년생, 한국 나이로 54세인 틸다는 변함 없는 미모와 카리스마를 자랑한다. 이에 틸다는 웃으며 "완전 늙었다"고 답한 뒤 "제가 늙었다거나 살아있다는 증거가 제 아들이다. 저보다 더 크다"고 말했다.

그는 "난 늙음에 대한 무서움이 없고 주름지는 것도 좋다"며 "변화에 대해 무서워하지 않는다. 조금씩 개선되는 삶, 변화로 인한 지금의 삶이 정말 좋다"고 고백했다. "6개월도 더 젊고 싶지 않다. 지금이 딱 좋다"고도 덧붙였다.

'설국열차'는 새로운 빙하기, 인류 마지막 생존 지역인 열차 안에서 억압에 시달리던 꼬리칸 사람들이 반란을 시작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크리스 에반스·송강호·틸다 스윈튼·고아성과 더불어 존 허트·제이미 벨·옥타비아 스펜서 등이 출연한다. 오는 8월1일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공식 개봉하며 하루 앞선 오는 31일 전야 개봉으로 관객을 만난다. 러닝타임은 125분, 15세이상 관람가다.

이하 일문일답

(들어서자마자)"공항 여러 게이트를 거쳐 유엔 총회에 도달했다. 이 시간 동안 지구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문제를 한 번 해결해 보자.(웃음)"

-한국에서 '설국열차'로 레드카펫을 밟은 소감은?

"아주 편안했다. 자랑스러웠다. 이 영화가 특별했던 것은 '가족'이었던 우리의 영화라는 점이었다. 수 개월 떨어져 있다 이산가족이 상봉을 했고 소리를 질러 주는 팬들까지 있었으니, 현실같지 않았지만 너무 자랑스러웠다."

-굉장히 많은 작품에 출연했다. 기자회견 때부터 '가족'이라는 표현을 수 차례 강조했는데, 원래 모든 영화 팀들을 '가족'이라고 칭하나?

"데릭 저먼과 9년 동안 7편의 영화를 작업했는데 그와는 유전자가 일치하는 DNA 패밀리 수준이었다. 이어서 수많은 가족같은 분들과 영화를 했다. 그 중에서도 DNA 가족 같은 데릭이 있었고 사촌같은 봉준호가 있다. 원래 봉준호 감독의 작업이 그런 분위기와 스타일이라는 것은 안다. 굉장히 독특하고 좋았다. 사촌이라는 표현을 쓰지만, 한국인들이라면 '가족'이라는 표현을 듣고 싶어할 것 같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친구였던 만큼 굉장히 가깝다.

많은 사람들이 저를 미국 혹은 영국 사람이라고 하는데 저는 스코틀랜드 사람이다. 스코틀랜드와 한국 사람들 사이에 묘한 끈끈한 것이 있다. 봉준호 감독은 위스키, 술 때문이냐고 하는데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 감독이 스코틀랜드 사람 같을 정도로 가깝게 느껴진다."

-변함 없는 미모와 카리스마가 돋보인다.

"완전 늙었다.(웃음) 제가 늙었다거나 살아있다는 증거가 제 아들이다. 저보다 더 크다. 아들을 보며 어찌 내가 나이들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겠나. 하지만 난 늙음에 무서움이 없다. 주름지는 것도 좋다. 변화에 대해 무서워하지 않는다. 조금씩 개선되는 삶, 변화로 인한 지금의 삶이 정말 좋다. 6개월도 더 젊고 싶지 않다. 지금이 딱 좋다."

-메이슨 역을 소화하기 위한 여러 노력이 있었다고 들었다.

"(장난스러운 표정으로)다 내 것이다. 참여한 것이 아니라 내가 다 만들었다. 사실은 2시간 분장 전, 일어난 제 모습이 메이슨의 모습이다.(웃음) 물론 종합적으로 이야기해 나온 인물이지만 대본을 보면 혹은 촬영 끝까지 메이슨이라는 역을 묘사할 땐 온화한 성격의 남성이라고 적혀 있다. 절대 대본이 바뀌지 않았다. 역할을 처음 받았을 때 지도자의 초상화를 머릿속에 그려봤다. 전통적으로 재밌는 것은 왜 우린 지도자를 인간적이라고 믿고 싶어하느냐였다. 난 아니었다. 그건 식상하다고 생각했다. 머리 염색하고, 메달을 만들어 어깨에 붙이고, 저 허풍을 떠는 제스처 뒤엔 어떤 모습이 있을까 싶었다. 저들이 괴물을 만드는 것을 표현하고자 메이슨의 외모와 캐릭터를 창조해냈다.

영화에서 커티스와 메이슨은 거울 그림자의 역을 한다. 커티스는 심장 그 자체고 지도자다. 메이슨은 진실도 심장도 없고 가면을 쓴 인물이다. 처음으로 생각했던 것이 광대 놀이였다. 가발조차 핀으로 정교하게 붙인 것이 아니라 모자였다. 얼마나 쉽게 가면을 쓸 수 있는지가 드러난다. 대본에 남자라고 쓰여있었듯 여자로 보이는 남자였을 수도 있다. 모자에 가발에 이, 코에 가슴에도 브래지어를 한다. 제이미 벨이 특히 그걸 차 보는 것을 좋아했다.(웃음) 그 큰 가슴조차 가면일 수 있는 것이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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