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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기]양자컴퓨터 시대가 시작되는가?


1999년 마이클 크라이튼의 소설 '타임라인'에는 양자 컴퓨터를 이용해서 원격이동과 시간 이동이 가능해 지는 얘기가 나온다. 그 책을 읽었을 때만 해도 양자컴퓨터는 요원한 얘기고 앞으로도 수십년이 더 걸릴 기술로 생각되었다.

그런데 최근 지난 5월 구글이 나사 에임즈 센터와 협력으로 양자 인공지능 센터를 세우고 양자 컴퓨터를 이용한 난제 해결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캐나다 디웨이브 시스템즈의 양자컴퓨터를 1천500만 달러에 구입했다. 이미 2011년에 록히드 마틴이 같은 회사의 기계를 1천만 달러에 구입했다.

양자컴퓨터는 양자 역학 이론을 바탕으로 새로운 컴퓨팅 모델을 제시하는 분야로 1980년 초에 러시아의 유리 마닌이나 미국의 리차드 파인만 교수 등에 의해 가능성이 제시됐다. 이를 이론적으로 제시한 것은 1985년 옥스포드 대학의 데이비드 도이치 교수의 논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도이치 교수는 양자 컴퓨터의 가능성이 바로 멀티 유니버스의 증거라고 주장했다)

◆D웨이브가 대표적…중첩-얽힘 이용해 정보 저장-전달

양자 컴퓨터는 기본적으로 양자의 특성인 중첩(superposition)이나 얽힘(entanglement)을 이용해 계산과 정보 저장, 전달을 하는 모델이다. 하나의 양자는 여러 상태를 동시에 중첩해서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양자 게이트를 하나의 원자(루비듐이나 베릴륨으로 실험했음)와 전자로 구현한다고 하면, 전자의 에너지 준위를 바닥 상태와 들뜬 상태에 따라 각각 0와 1로 생각할 수 있다. 여기에 적절한 파장의 빛을 가하면 상태가 바뀔 수 있는 흥미로운 것은 반 값의 빛을 가하면 (시간을 반으로 하거나 강도를 반으로 하면), 전자는 두 가지 상태를 다 갖는 결맞음 중첩 (coherent superposition) 상태가 유지된다.

이를 정보 저장으로 생각하면 하나의 양자 비트인 큐비트(qubit)에는 0, 1의 가능한 모든 상태를 가질 수 있다. 양자 컴퓨터의 성능은 큐비트를 통한 양자 병렬 컴퓨팅을 통해서 이루어지는데, 8 큐비트를 갖는 레지스터는 0~255까지의 모든 값이 존재할 수 있으며, 단 한 번의 연산으로 모든 값에 대한 정보 처리가 가능하다. 이를 양자 병렬 컴퓨팅이라 한다.

양자컴퓨터를 구현하는 방식은 매우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디웨이브와 같이 초전도 회로를 이용하는 방법, 이온 트랩 방식, 광 격자 기반, 양자 도트 기반, 광자 기반, NMR, 공진기 양자전기역학 (Cavity QED) 방식들이 많이 알려진 방식들이다. 따라서 양자 컴퓨터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이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나의 방식으로 설명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양자 컴퓨터에 대한 일반적 이해가 아직은 어려운 이유이다.

양자컴퓨터를 통한 새로운 컴퓨팅은 새로운 알고리듬을 필요로 했는데, 1994년 피터 쇼어(Peter Shor)가 제시한 알고리듬을 통해 소인수 분해를 폴리노미얼 복잡도로 풀 수 있음을 보였다. IBM은 2001년 이를 NMR 방식의 7 큐비트 양자컴퓨터를 통해 15에 대한 구현을 보였고, 이 후 여러 그룹이 구현해 2012년에는 21에 대한 소인수 분해가 구현되었다.

쇼어 알고리듬은 RSA와 같은 공개키 기반의 암호 문제를 고전적 컴퓨터로는 수십만년이 걸릴 수 있는 암호 해독을 단지 몇 시간 안에 풀 수 있기 때문에 암호 해독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은 빠른 속도를 필요로 하는 것이지 지능이 필요한 고도의 문제는 아니다. 2013년 MIT의 세스 로이드 (Seth Lloyd)교수팀은 기계학습의 양자 컴퓨팅 버젼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2009년 같은 팀이 발표한 선형 방정식을 빠르게 푸는 방법을 좀 더 단순화한 방법이라고 한다.

양자 컴퓨터가 대규모의 데이터를 빠른 시간 안에 소수의 큐비트를 통해서 처리할 수 있는 장점이 기계학습 분야 같은 영역에서 매우 효과적일 수 있는 것이다. 구글의 일차적 접근은 이와 같은 양자 병렬 컴퓨팅을 통한 새로운 문제 해결에 접근하는 시도일 것으로 보인다.

일부 학자들은 디 웨이브의 문제 푸는 방식이나 작동하는 방식의 한계를 들어 진정한 양자 컴퓨터가 아니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에 관한 논란은 네이처지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특히 범용의 양자컴퓨터는 아니라는 점에는 핵심 연구자인 USC의 다니엘 라이더 (Daniel Lidar)도 동의한다.

◆IBM 최고 컴퓨터 30분 걸린 문제 0.5초 만에 풀어

디웨이브는 유전자 배열 분석이나 단백질 형성, 리스크 분석과 같은 조합 최적화 문제를 푸는데 유용하며 구글은 이를 기계 학습 관련 기술을 발전시키는데 사용하겠다고 하고 있다. 이미 2009년에 구글의 연구자들은 디웨이브 기계를 이용해 차의 이미지 인식 문제를, 하버드 대학에서는 2012년에 6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하는 단백질 구성의 문제를, 록히드 마틴에서는 소프트웨어 코드에 버그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문제를 풀었다. 이러한 유형의 문제에서는 IBM의 최고 수준의 컴퓨터가 30분 걸린 문제를 0.5초에 풀어낸 것으로 유명하다.

양자 컴퓨터의 정보 전송에는 코펜하겐 해석과 1935년 아이슈타인, 포돌스키, 로젠 (EPR)의 역설과 1964년 벨의 부등식에 의해 양자역학에서 유명해진 양자 얽힘(Entanglement)에 의한 특성을 이용해서 이루어진다 (자세한 설명은 양자 역학 책들을 참조하기 바란다).

‘갑’이 입자 w의 임의의 상태를 ‘을'에게 보내기 위해서는 서로 얽힘이 된 입자 2, 3 을 준비한다. 갑은 입자 w와 2를 얽히게 하고 입자 3을 ‘을'에게 보내고 입자계를 측정한 결과를 을에게 전송한다. 을은 ‘갑'의 측정결과와 입자3의 양자상태의 역변환을 거쳐서 원래 입자 w의 상태를 알게 된다. 이 과정에서 갑이 갖고 있던 원래의 상태는 파괴된다.

양자컴퓨터의 문제 중 하나는 결깨짐 또는 동요라고 불리는 (Decoherence) 현상이다. 이는 양자컴퓨터가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아 상호작용을 하게되는 상황인데, 이를 피할 수 있는 방안은 양자컴퓨터를 구현하는 방식에 따라 다르다. 모든 계산은 이 결깨짐이 일어나기 전에 이루어져야 하는데, 초저온인 경우 나노초에서 몇 초간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웨이브는 이를 위해 나이오븀(Niobium)으로 절대온도 0도에 가까운 초전도 상태의 회로를 구성해서 문제를 풀어내도록 했다. 다시 말해 안정적인 연산을 하기 위해서는 이 결맞음(Coherence) 상태를 유지해야 하며 이를 길게 유지하는 것이 아직 큰 난관이다.

2012년 노벨물리학상은 프랑스의 아로슈와 미국의 와인랜드가 받았는데 이들의 공헌이 바로 이온 트랩 방식으로 광자와 원자가 중첩이 되고 이를 고립된 양자계로 제어할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양자 컴퓨터의 실현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물리학과 나노 과학, 수학이 모두 다 연결되어 종합적으로 연구되어야 하는 양자 컴퓨터가 이제 세상 사람들에게 새로운 컴퓨팅의 시작을 알리는 수준까지 온 것이다. 이제 2013년은 컴퓨팅의 역사 속에서 반도체 기반의 컴퓨터 시대에서 양자 컴퓨터 시대로 넘어서는 바로 그 여명기로 기록될 수 있을 것이다.

* 양자컴퓨팅에 대한 좀 더 깊이있는 설명이 필요한 분은 옥스포드 대학 양자 컴퓨팅 센터(www.qubit.org)의 튜토리얼을 참고하기 바란다.

한상기

카이스트에서 인공지능을 전공하고 현재 컴퓨터과학과 인문사회학을 결합한 소셜컴퓨팅 분야의 각종 이슈를 연구하고 있다. 20여 년 동안 대기업과 인터넷 기업에서 전략 수립을 하고 두 번의 창업을 경험했으며, 여러 대학에서 강의를 했다. 사진과 영화, 와인을 좋아하며, 에이콘출판사의 소셜미디어 시리즈 에디터로 다양한 책을 소개하고 있다. 최근엔 학술과 현업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의 신규 사업 전략과 정부 정책을 자문하고 여러 매체에 기고하고 있다. 블로그(isocialcomp.wordpress.com)와 페이스북(facebook.com/stevehan)을 통해서도 왕성한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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