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대세론도 원칙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원칙을 벗어난 대세론은 그 힘을 잃었다.
최근 한국 축구에는 '박주영(아스널)-기성용(선덜랜드) 대세론'이 일었다. 홍명보호가 출범한 후 조금씩 얘기가 나오기 시작하더니 지난 10일 크로아티아와의 평가전이 끝난 후 박주영-기성용 대세론은 '절정'에 다다랐다.

극심한 골결정력 부재에 시달리는 홍명보호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실험한 원톱은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게다가 크로아티아전에서는 중원 플레이에서의 미약함도 드러냈다. 그러자 박주영과 기성용을 대표팀에 발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박주영이 골결정력 부재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고, 기성용이 있어야 강팀과의 대결에서 중원에 힘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소속팀에서 외면 받으며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는 박주영을 대표팀에 불러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게 해주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홍명보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원칙' 앞에서 무너졌다. 홍 감독이 원칙을 앞세워 대세론을 막아낸 것이다. 홍 감독의 원칙은 소속팀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선수는 대표팀에 발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홍 감독은 자신이 정한 원칙에 예외를 두지 않았다. 확고했다. '원칙주의자'다웠다. 박주영, 기성용이라고 해도 달라질 것은 없었다. 애제자, 또는 페르소나라고 해도 원칙 안에 들어야만 홍명보호의 품에 안길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소속팀 활약이 먼저였다. 대표팀 발탁은 그 다음이다.
박주영은 5개월 가까이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고 있다. 기성용은 스완지 시티에서 주전 경쟁에서 밀린 후 선덜랜드로 이적해 경기에 출전하고 있다. 하지만 홍 감독의 눈에는 완벽히 차지 않았다.
지난 13일 영국으로 직접 건너가 영국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을 만나고 23일 인천공항으로 귀국한 홍 감독은 "2~3경기 나가지 못하는 것이랑 장시간 벤치에 있는 것은 다르다. 대표팀이 장시간 훈련할 수 있는 곳도 아니다. 2~3일 훈련하고 경기를 치른다. (소속팀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를 차출하지 않겠다는) 그 생각은 변함없다"며 10월 브라질 등과 두 차례 평가전을 치르는 대표팀에 박주영의 제외를 시사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대표팀에 불러서 경기 감각을 높여주자'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홍 감독은 단호했다. 원칙을 먼저 생각했다. 홍 감독은 "주영이에 대해 각자의 생각이 다르다. 원칙이라는 것이 상황마다 바뀌라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기성용에 대해서도 홍 감독은 "(기)성용이가 이적해서 2경기 나왔다. 컨디션이 예전만큼은 아니다. 또 선덜랜드 감독이 경질돼서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한다. 브라질전에 발탁할지 아직 확정짓지 못했다"며 대표 발탁 문제에 확신을 전하지 않았다.
원칙을 지키겠다는 홍 감독의 확고한 철학에 박주영-기성용 대세론은 잠잠해졌다. 이제 홍 감독이 할 일은 그들이 없어도 대표팀이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다. 몇몇 선수에 의존하지 않는 진정한 '원팀'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팬들은 홍 감독이 박주영, 기성용 없이도 좋은 팀을 만들고, 이들을 대신할 만한 좋은 대안을 찾을 때까지 인내하고 기다려주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주변의 말들에 흔들리지 않는 '원칙주의자' 홍 감독에게 진정한 믿음을 주는 것이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