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혜림기자] 배우 강한나는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의 가장 큰 화제였다. 등이 훤히 파여 엉덩이 골이 살짝 드러난 과감한 드레스는 가슴 위주의 노출 코드에 익숙해져 있던 관객들에게 깜짝 놀랄 만한 신선함을 안겼다. 과감한 디자인에 주눅들지 않은 당당한 포즈와 밝은 표정도 한 몫을 했다. 신인답지 않은 매너가 드레스만큼 눈길을 모았다.
지난 3일 레드카펫과 개막식이 마무리된 뒤 해운대 BIFF 빌리지 인근 포장마차촌에서 강한나를 만났다. 올해 BIFF를 찾은 기자들과 매니지먼트 관계자들도 함께였다. 강한나를 향한 관심이 취재진을 테이블로 한 명 두 명 불러모았다.
이날 강한나는 패기 있는 신인 배우의 연기관부터 자신을 하루 아침에 부산영화제의 화제로 올려 놓은 드레스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레드카펫 위 세련된 모습에선 보이지 않았던 수수하고 소탈한 매력이 빛을 발했다.

강한나는 파격적인 디자인의 드레스를 소화하기 위해 피나는 운동으로 몸매 관리를 해야 했다고 남 모를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의 드레스는 맥앤로건의 의상. 트렌디하면서도 우아한 드레스를 수없이 선보인 바 있는 브랜드다. 강한나가 입은 옷 역시 수많은 유명인들이 탐을 낸 의상이었다. 디자이너가 드레스를 피팅한 강한나의 모습을 보고 망설임 없이 그에게 드레스를 입히기로 했다는 풍문도 나돌았다.
그는 "맥앤로건의 의상은 많은 연예인들이 입고 싶어했을 옷인데 한 벌 남아있던 옷을 제가 입게 됐으니 행운"이라며 "혹여 부끄러워 하느라 옷을 멋지게 보여주지 못할까봐 걱정헀다. 그 부위(등과 엉덩이)를 보여준 적이 없었는데 아름답게 봐주셔서 감사하기도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강한나는 "다행히 야하다는 반응보단 아름답다고 말해주는 분들이 많았다"며 "노출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작품같은 드레스에 시선이 갔으면 했다"고 덧붙였다.
드레스와 당당한 시선 이상으로 눈길을 모았던 것은 훤히 드러났음에도 군살 하나 없던 그의 등 라인이었다. 몸매 관리 비결을 물은 여기자들을 향해 강한나는 필라테스를 강력하게 추천했다. 그는 "집에 체중계가 없어서 얼마나 뺐는지는 모르겠지만 체중과 상관 없이 몸의 세밀한 라인들이 변하기 시작한다"며 운동의 효과를 설명했다.
늘씬한 몸매 탓에 상상하기 어렵지만, 강한나는 "먹는 것에서 큰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라고 했다. 파격적인 드레스를 소화하기 위해 식이요법 역시 병행해야 했던 일은 고단한 일이었다고. 그는 레드카펫 이후의 비화를 알리며 "스태프들은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갔고 저는 서울에서 챙겨 온 연유 크림빵을 먹었다"고 알려 웃음을 줬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달려 온 KTX에서 빵은 이미 제 모양을 잃고 찌그러졌지만, "빵을 그렇게나 좋아한다"는 강한나의 입은 아무래도 즐거웠다. 그는 "주변에서 해물찜을 먹으러 간다고 하는데도 저는 그저 빵만 먹고 싶더라"고 말하며 미소지었다.
강한나는 곽경택 감독의 영화 '친구2'에서 배우 김우빈과 호흡을 맞춘다. 분량이 많지는 않지만 신 숫자를 넘어서는 존재감으로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찍을 전망이다. 그는 자신의 캐릭터를 "사건의 핵심이 되는 인물이기도 하다"고 설명, 기대를 높였다.
포털 사이트엔 서너 개의 독립 영화 필모그라피가 전부지만, 강한나 본인에 따르면 그는 수십 편의 독립 영화 작업에 참여했다. 그는 "출연한 독립 영화의 수를 계산해 보면 제 나이 만큼은 될 것"이라고도 알렸다. 1989년생, 올해 만 스물 넷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니 쉼 없이 달려 온 그의 과거가 언뜻 보인다.
배포 있는 신인에게 비전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사실 노출에 대한 질문만 받지는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이렇게 영화나 연기에 대한 질문들을 해줘 고맙다"며 통 크게 웃었다.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하고 싶다"며 "확 눈에 띄는 이목구비가 아니어서 다양한 캐릭터로 변신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는 맑은 눈을 반짝였다.
"스펙타클도 좋지만 일상적인 연기에 끌린다"는 강한나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나오는, 그런 연기를 꼭 해 보고 싶다"고도 고백했다. 금세 떠올랐다 식어버리는 화젯거리로만 여기기에는, 그는 또렷한 꿈을 지닌 당찬 여배우였다.
조이뉴스24 /부산=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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