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화기자] 영화 '블랙 가스펠'의 언론시사회장에서 양동근은 시선을 의식하지 않은 채 이곳저고곳을 '후비적 후비적' 걸어다녔다. 품새가 큰 의상이나 팔 다리가 리듬감 있게 움직이고, 범상치 않은 헤어스타일이 눈이 확연히 들어왔다.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시사회장을 걸어다니던 양동근은 영화의 시사가 끝난 후 단답으로 유명한 소문과 달리 긴 문장으로 열심히 간담회에 응했다.

연예계 절친 정준과 함께 출연한 음악 다큐멘터리 '블랙 가스펠'은 어느날 툭 떨어진 작품처럼 느껴진다. 영화의 캐스팅 정보도 촬영 소식도 듣지 못한 이 영화는 지명도 높은 배우 세 사람과 음악 영화라는 수식어를 달고 극장에 내걸렸다.
기독교라는 종교적 테두리 안에서 동갑내기 친구인 양동근, 정준, 김유미가 함께 한 이번 영화는 흑인 음악의 근원이 된 블랙 가스펠을 배우고 그들과 함께 공연을 하겠다는 목표로 미국으로 떠난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정준이 프로듀서를 자처하고 영화계 젊은 크리스찬들이 재능기부한 히즈엠티 미니스트리가 연출자로 이름을 올렸다. 정준의 여행 제안에 얼떨결에 따라나선 양동근은 평소 관심이 많았던 흑인 음악의 뿌리를 접하고 많은 배움을 얻는다.
지난해 4월 미국에서 두달 동안 촬영한 이번 영화에 대해 양동근은 "앞으로의 인생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의미를 전했다.

"평소 흑인음악에 관심이 많았고 그들의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리듬감을 느꼈다. 자연스럽게 랩을 좋아하게 됐고 힙합 앨범을 내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흑인음악에 빠져 든 것 같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컴백홈'을 들으며 음악에 눈을 떴다는 그는 춤으로 먼저 음악을 접했고 인생의 많은 부분을 흑인음악과 함께 했다. 연기를 할때 특유의 대사톤도 랩의 영향이 컸다고 그는 말한다.
"대사를 하면 랩하는 것 같다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굳이 바꿔보려 하지 않았다. 다른 배우들과 차별되는 나만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의 다른 제작진처럼 배우들 역시 재능기부로 출연했다는 이번 영화는 개봉 후 발생하는 수익금으로 기독교 사역의 활성화를 위해 쓰여질 예정이다.
영화를 찍고는 있지만 어떤 영화가 나올지 몰랐다는 양동근은 "다큐멘터리라는 장르는 신선했다. 내 마음대로 해도 되는 점이 자유롭게 다가왔다.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태라는 것도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흑인 영가를 들으며 우리의 '아리랑'과 비슷한 공통된 지점을 느꼈다는 양동근은 "우리민족의 한과 흑인들의 한이 맞닿은 지점이 있었던 것 같다. 블랙 노트로만 이뤄져 있다는 음계는 놀랍도록 유사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블랙 가스펠'을 촬영한 후 결혼을 해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양동근은 "영화 촬영 당시 연인이었던 현재 아내와 결별한 상태였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연인과 헤어진 상태로 미국에 갔는데, 복잡하고 슬픈 상태였던 것 같다. 그런데 미국에서 흑인 음악을 접하고 그들과 호흡하면서 결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돌아와서 지금의 아내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고 결혼을 하게 된 것 같다. '블랙 가스펠'을 찍었던 미국에서의 경험과 결혼은 내게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앞으로의 내 인생과 연기, 음악활동 모두에 영향을 주는 큰 사건이었다."
느릿하지만 힘있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던 양동근은 결혼 후 심리적 안정감과 자신조차 몰랐던 부성애를 비로소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랩을 통해 거침없이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 많았다. 지금은 그 거침없는 에너지는 많이 떨어졌지만 정신적으로 성숙한 것 같다. 젊을 때는 반항적인 것이었다면 나이가 들어서는 세상과 삶에 대한 의문과 철학을 표현하지 않을까 싶다. '이제는 거침없이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예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거침없이 갈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내가 모르고 있던 나의 어떤 부분이 더 성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부터 시작한 배우생활로 20대에야 뒤늦게 찾아온 사춘기를 혹독하게 겪었던 양동근은 자신의 영혼이 쉴 곳을 찾아준 종교로 인해 그 시절을 헤쳐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새롭게 얻은 가정과 어린 분신으로 또 다른 성장, 성숙의 시간을 만끽하고 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