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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홍명보와 황선홍의 우정이 남다른 이유


닮아가는 그들…나란히 지도자 인생에서 성과 내며 성장중

[이성필기자] 한국 축구에서 'H-H라인' 수식어는 황선홍(45)-홍명보(44)를 지칭한다. 다른 후배들이 나와도 H-H는 그들을 상징하는 고유명사처럼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이들이 주는 무게감을 뛰어넘는 후배가 나오려면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둘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한국 축구의 수비와 공격의 상징이다. 1990년대를 화려하게 보냈고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에 있어 후배들을 리드한 최선참이었다.

지도자의 길로 접어든 뒤에는 다르면서 또 같은 길을 걷고 있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해 런던 올림픽 동메달을 수확했고 올해 성인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해 튼튼한 수비 조직력을 만들어 나가며 대표팀을 이끌고 있다. 황선홍 감독은 2008년 부산 아이파크에서 감독직에 오른 뒤 2011년 포항 스틸러스로 자리를 옮겨 2년 연속 FA컵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는 정규리그 우승으로 K리그 역사상 첫 더블(정규리그, FA컵 우승)이라는 성과를 냈다. 스타보다 팀을 먼저 생각하고 조직력을 중시하며 어린 선수들의 가능성을 잘 살려낸다. 공통점이다.

공격수와 수비수 출신답게 전술에선 차이도 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지도자의 향기를 뿜어내는 이들이 서로를 의식하지 않는다면 이상한 일이다. 하지만, 두 감독에게 '라이벌 의식'에 대한 질문을 하면 손사래를 치며 "라이벌이 아닌 닮고싶은 친구"라는 식의 대답이 돌아온다. 나이는 황 감독이 한 살 많지만 87학번이라는 동기생으로 묶이면서 자연스럽게 친구가 됐고 국가대표에도 함께 발탁 됐다는 동질감 때문이다.

이런 인식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일이 있었다. 약 한 달 전 몇몇 축구 담당 기자들과 함께 홍명보 감독을 만나 한국 축구 전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당연히 황선홍 감독에 대한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나왔고 짖궃게 포항에서 몇 명의 국가대표를 선발 할 것이냐는 질문도 나왔다. 당시 홍 감독은 11월 스위스-러시아와의 A매치 2연전 명단 발표를 앞두고 있었다.

홍 감독은 의미있는 대답을 했다. 그는 "내가 만약 포항 소속 선수를 대표로 선발하면 주변에서는 황 감독에게 나와의 친분으로 뽑은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할 수 있다. 해당 선수가 실력이 좋아도 그런 편견을 가질까봐 걱정도 된다. 그래서 적잖이 고민을 하게 된다"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친구가 팀을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것에 대해서는 박수를 쳐줬다. 함께 대표팀 생활을 하며 하늘같은 선배들을 모셨고 지도자 입문 초기 고생을 하면서 하나하나 배워나가는 것이 인상적이었다며 경력을 쌓으면 나중에 국가대표 감독도 충분히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홍 감독을 만난 다음날 송라 클럽하우스에서 황선홍 감독과도 한 자리에 함께 했다. 자연스럽게 전날 홍 감독과의 만남으로 대화를 풀어갈 수 있었다.

황 감독의 첫마디는 "(홍)명보도 고민이 많고 힘들겠다. 속에 담아둔 게 얼마나 많겠느냐"라는 걱정이었다. 곧 다가 올 2014 브라질월드컵 조추첨과 본선 성적, 원톱 자원을 찾지 못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는 친구에 대한 진심어린 애정이었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간 황 감독은 "명보도 사람이다. 속이 얼마나 타들어가겠냐. 주변에서 국가대표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많이들 이야기를 할 것이기 때문에 머리도 아플 것이다"라며 "그래도 최종 선택은 확실히 내리는 것이 명보 스타일이다"라고 정의했다.

황 감독에게는 국가대표에 대한 조언이 많이 들어온다. 그럴 때마다 황 감독은 국가대표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한 발 물러선다. 대신 "내가 국가대표 감독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명보는 왜 저런 선택을 햇을까"라는 가정법을 내세우고는 한다. 친구의 팀 운영에 대해 주관을 개입해 그르치기 싫기 때문이다.

둘은 종종 전화를 하는 편이다. 홍 감독은 국가대표 후보군에 포항 소속 선수가 있으면 주저없이 황 감독에게 전화해 몸상태와 마음가짐 등을 묻는다. 황 감독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막힐 때 홍 감독은 어떻게 할까에 대한 궁긍증이다. 조언을 구하지 관여를 하지는 않는다. 서로를 바라볼 때는 자존심은 내려 놓는다. 홍 감독이 언젠가는 프로팀 감독이 될 수도 있고 황 감독도 꿈꾸는 국가대표 지휘봉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둘은 라이벌이 아닌 상호 보완재이자 동반자다. 3일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황 감독이 홍 감독을 '동반자'로 규정한 진짜 이유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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