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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전수전' 겪은 신재웅, 마운드 설 수 있어 행복


2년 전 재기, 올 시즌도 선발 경쟁 속 여유

[정명의기자] LG 트윈스 좌완투수 신재웅(32)에게 가장 많이 따라붙는 수식어는 '인간 승리'다. 부상, 트레이드, 방출 등의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결국 재기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혹자는 아직 한창 나이의 그를 가리켜 "산전수전 다 겪었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신재웅이 재기에 성공한 것은 벌써 2년 전이다. 지난 2006년 이후 1군 등판 경험이 없던 신재웅은 2012년 5승2패 평균자책점 3.59를 기록하며 오뚝이처럼 일어났다. 지난해 역시 4승4패 평균자책점 3.05을 기록하는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2년 연속 부상으로 전반기를 거의 통째로 날렸던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올 시즌 역시 신재웅은 LG의 선발 투수로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아직 확실한 보직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선발진에 포함될 것이 유력하다. 신재웅은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열린 연습경기 성적이 경쟁자들 가운데 가장 좋다. 3경기에 등판해 7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귀국 후 모교 동의대와 가진 연습경기에서도 4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다.

쾌조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는 신재웅이지만 아직 몸 상태는 100%가 아니다. 신재웅은 "정규시즌 가장 좋을 때의 60~70%정도"라며 "지난 2년 간 페이스를 너무 빨리 올리다보니 개막전 무렵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페이스를 개막전에 맞춰 천천히 끌어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속 욕심은 버린 지 오래

최근 신재웅이 연습경기에서 기록한 최고구속은 시속 139㎞. 시즌이 시작되면 좀 더 빨라지겠지만 신재웅은 기본적으로 빠른공을 주무기로 하는 투수가 아니다. 물론 프로 데뷔 초기에는 150㎞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던지던 투수였다. 하지만 지금은 구속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신재웅은 "날씨가 따뜻해지면 좀 더 빨라지기는 하겠지만 구속에 대한 욕심은 없다. 어떤게 더 중요한 지를 생각하니 구속 욕심은 자연스럽게 없어지더라"며 "구속보다는 공끝, 회전에 신경쓰면서 힘을 실어 던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무리 공이 빨라도 공끝이 안 좋고 밋밋하고 하면 맞아 나가더라"고 말했다.

올 시즌을 맞아 약간의 변화도 시도하고 있다. 투구 시 와인드업을 하지 않고 세트 포지션에서만 공을 던지기로 한 것. 투구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이다. 또한 스플리터의 비중을 낮추고 체인지업의 비중을 높이기로 했다. 체인지업이 팔에 무리가 덜 간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선발 후보, 선의의 경쟁 펼친다

현재 LG의 선발진은 류제국, 리오단, 우규민만이 정해진 상태. 부상으로 낙마한 리즈의 대체 외국인 선수가 한 자리를 차지하면 남는 자리는 딱 하나다. 그 자리를 두고 신재웅과 다른 후보들이 경쟁을 펼치고 있다.

김선우, 김광삼, 신정락, 윤지웅, 임지섭 등이 신재웅과 경쟁을 벌이는 선수들. 일단 좌완인데다 연습경기 성적이 가장 좋아 신재웅이 경쟁에서 한 발 앞서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신재웅이 남은 선발 한 자리를 완전히 차지한 것은 아니다. 신재웅도 "연습경기 결과는 큰 의미가 없다. 아직 시범경기도 남아 있다"며 "시범경기에서 잘 던져야 하는데, 내가 추운 날씨에 약해 빨리 따뜻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선발 경쟁자 중 윤지웅과는 특별한 사이다. 동의대 선후배 관계이기 때문. 후배는 선배를 잘 따르고, 선배는 후배를 잘 챙긴다. 게다가 같은 왼손에 투구 스타일도 비슷하다. 윤지웅 역시 구속보다는 제구를 통해 상대를 제압하는 스타일이다.

신재웅은 "지웅이랑은 비슷한 게 참 많다. 이름도 비슷하다. (봉)중근이 형이 우리 둘을 헷갈릴 정도"라며 웃은 뒤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잘 하는 사람이 살아남을 것이다. 팀을 위해서는 좋은 일이다"라고 말했다.

◆산전수전 다 겪어, 마운드 서는 것 행복

신재웅이 자신의 인생을 돌아본 한 가지 일화를 소개했다. 지난해 9월22일 NC와의 경기에서다. 선발로 등판한 신재웅이 2-0으로 앞서던 4회말 2사 후 권희동에게 솔로포를 맞고 2-1 추격을 허용했다.

이어 신재웅이 이현곤에게도 중전안타를 맞자 LG 벤치는 투수를 신정락으로 교체했다. 당시 2위를 달리며 선두 삼성을 바싹 추격하고 있던 LG로서는 1승이 다급했던 상황. 하지만 신재웅으로서는 아웃카운트 4개만 더 잡으면 승리투수가 될 수 있었기에 강판은 충분히 서운할 수 있었다.

강판 후 아이싱을 받고 있던 신재웅에게 많은 동료들이 "괜찮냐"고 물었다. 신재웅의 기분을 헤아린 것. 여기서 당시 최고참이던 최동수가 "괜찮아. (신)재웅이는 산전수전 다 겪어서 이런 건 아무렇지도 않아"라고 말했다. 순간 신재웅도 그 상황을 웃으며 넘기게 됐다.

당시를 떠올리며 신재웅은 "생각해보니 정말 그날 일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보다 더 힘든 일이 얼마나 많았나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며 "그날 팀도 이겼다"고 말하면서 호탕하게 웃었다. 신재웅에 이어 등판한 신정락이 남은 5.1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LG는 6-1로 승리했다. 신정락은 9승째를 올렸다.

신재웅은 "2년 전에는 오로지 마운드에 오르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그 땐 무작정 열심히 했던 것 같다"며 "지금은 마운드에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한다. 2년 전을 생각하면 지금 마운드에 서는 것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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