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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리밴드 "문제아적 이미지? 음악으로 극복해야"(인터뷰)


5년 만에 첫 미니앨범 '로미오와 마네킹' 발매

[이미영기자] 아름답기만 한 인생은 없다. 지독한 오해에 답답하기도 하고, 상처가 곪아터지기도 한다. 만만치 않은 현실 속에서 꿈을 쫓는 과정이 쉽지도 않다. 그러나 죽을 만큼 아픈 뒤 비로소 돌파구가 보일 때가 있다. 예상치 못한 행복이 찾아올 때가 있다. 아팠기 때문에 더 가치있는 오늘이다.

예리밴드가 5년 만에 첫 미니앨범 '로미오 마네킹'을 냈다.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슈퍼스타K3'의 숙소 무단 이탈 사건 논란에 휩싸이면서 질타를 받았다. 위기 돌파를 위해 KBS2 '톱밴드'에 출연했지만 기대만큼의 성적을 거두지는 못 했다. 그 사이 멤버들도 교체됐다.

그러나 예리밴드는 무너지지 않았다. 기존 김선재 김하늘 등 여성 멤버 2명이 빠지고 드럼의 남궁혁, 베이스의 이학인 등과 함께 새 진용을 꾸렸다. 치열하게 음악을 했고, 그 결과물이 나왔다.

보컬 예리는 "내 인생의 첫 앨범이다. 감격스럽기도 하고 기쁘고 또 슬펐다. 그간 몸에 들어갔던 힘이 빠져서인지 온몸이 아팠다"고 했다. 원년 멤버 승오 역시 "데뷔 앨범은 너무 오랫동안 못 만났던 친구였다.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고 말했다. 예리밴드의 새로운 시작을 앞둔 멤버들의 표정이 밝았다.

◆"'슈스케' 사건 이후, 사람들의 손가락질 힘들었지만"

예리밴드에 대한 대중들의 이미지는 아마 '슈퍼스타K3'와 결부되어 있을 듯 하다.

지난 2011년 Mnet '슈퍼스타K3' 본선에 올랐지만 제작진과 이른바 '악마의 편집' 논란에 휩싸이며 갈등을 빚었고 결국 프로그램을 떠났다. 3년이 지난 지금도 예리밴드는 '슈퍼스타K3'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말했다.

"저희의 음악을 알리고 싶은 좋은 취지로 출연했는데 출연 후 길거리를 잘 걸어다닐 수도 없을 정도였어요. 길에서 알아보고 욕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손가락질을 받기도 했어요. 길을 못 돌아다니는 것은 괜찮은데 팀을 어떻게 꾸려나가야 하나, 어떻게 만회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죠."(예리)

"저희나 엠넷 '슈스케' 제작진이나 각자의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어요. 저희가 음악을 꾸준히 하는 것이 오해를 풀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되지 않을까 싶어 계속 음악을 해왔어요. 시간과 노력으로 증명하는 길 밖에 없는 것 같아요."(한승오)

예리밴드는 논란 이후인 2012년 KBS 2TV '톱밴드2'에 출연했지만 24강 문턱에서 좌절했다. 그들은 "빨리 이미지를 회복해야 한다는 생각에 다급했고 절실했다"며 "실추된 우리의 음악적, 인성적 이미지를 원점으로 돌려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하지만 당시의 선택들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예리는 "참가했던 것도, '슈퍼스타K'에서 자진하차 한 것도 후회하지 않는다. 좋은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 한승오도 "매 순간 선택을 후회하면 저희 인생을 부정하는 것이다. 좋은 결과든 나쁜 결과가 있든 좋은 자양분이 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시련 속에서 그들은 더 음악에 몰두했다.

◆"새 멤버들과 심기일전, 예리밴드 더 파워풀해졌다"

'슈퍼스타K' 자진하차 후 예리밴드는 악명을 떨쳤고, 멤버들은 힘들어했다. 기존 멤버 두 명이 차례대로 팀에서 나가고, 남궁혁(드럼), 이학인(베이스) 등 새 멤버들과 새 출발을 하게 됐다. 평소 예리밴드와 친하게 지냈던 멤버들이었기에, 팀 적응에 별 어려움은 없었고, 새롭게 탄생한 예리밴드는 심기일전했다.

"새 멤버들에게 미안한 마음은 있죠. '욕먹지 않으려면 나가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회복을 할 날이 있을 거다' 다독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따가운 눈총을 받고, 암묵적인 보이콧을 당하는 악조건이 있지만 우리끼리 화목하게 음악을 잘하면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한승오)

치열하게 음악에 몰두한 뒤 내놓은 타이틀곡은 '로미오 마네킹'. 실연을 당한 여자가 남자에게 외치는 독설을 담은 곡으로, 보컬 예리의 힘 있는 보컬과 메탈릭한 기타 리프가 인상적. 남성 멤버가 추가되면서 음악은 더 파워풀해졌다. 예리밴드는 "예전의 예리밴드는 라이트한 느낌이었다면 사운드가 더 터프해졌다. 전체적으로 무게감이 생겼다"라고 변화를 설명했다.

유명 뮤직비디오 연출가 홍원기 감독이 연출한 '로미오 마네킹' 뮤직비디오도 화제가 됐다. 여러 남자들에게 폭행을 당하고 있는 여자가 복수를 위해 칼을 들고 싸우는 장면과 신체일부를 절단해 피가 솟구치는 장면 등 다소 잔인한 장면들이 포함되면서 19금 판정을 받았다. 홍대신에선 보기 드물게 음악의 완성도를 위해 1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회사에 우리한테 투자할 것이 있다면 콘텐츠에 올인해달라고 부탁했죠. 예쁘게 나오거나 멋지게 나올 생각보다 임팩트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부탁 드렸더니 회심의 미소를 지으시더라고요. 잔인함 속에 가려진 화면의 디테일이 마음에 들어요. 잔인해서 끝까지 못 봤다는 지인들도 많은데, 확실히 임팩트는 있는 것 같아요."

◆ "한류의 록 선점하고 싶다"

'로미오와 마네킹'만으로 예리밴드의 색깔을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성상납 및 성범죄 등에 다룬 '이상한 나라'를 비롯해 남자를 답답해하는 여자의 마음을 노래한 '이리와 놀자' 등 다양한 장르의 곡들이 담겼다.

예리밴드는 "'로미오와 마네킹'이 무거운 소재라면 '이리와 놀자'는 발랄하고 같이 놀 수 있는 노래다. 예리밴드가 같이 놀 수 있는 밴드구나라는 생각이 들게끔 했다"고 했다. '문제아적' 취급을 받기도 하고, 가십거리에 휘둘리기도 했지만, 예리밴드가 대중들에게 조금 더 다가서고 싶은 마음이 담겨있다.

실제 예리밴드는 "음악에 대한 정체성은 지키되 대중들과 소통하고 타협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팀이고 싶다"고 했다. 국내에서는 타 음악 장르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받는 음악이지만, 밴드 음악과 대중의 소통에 대한 나름대로의 고민도 하고 향후 활동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일본에서는 밴드 팀이 5천여 팀인데 국내에서는 활동하고 있는 밴드가 500팀이 안 되요. 밴드 자체의 저변이 적죠. 퍼포먼스나 비주얼도 중요하고 음악적인 공도 들여야 돼요. 메이저에 있는 팀은 상대적으로 러프한 열정이 없고 인디신에서는 열정은 있으나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노하우가 없는 것 같아요. 자신의 음악을 지키면서 상업적인 가치까지 얻을 수 있는 팀이 최상인데, 예리밴드는 그런 시야에 대한 노하우를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단기간에 이루기는 쉽지 않겠지만 우리가 열심히 하면 한류의 록을 선점할 수 있겠다는 꿈도 있죠. 앞으로의 발전에 대한 목표 의식을 갖고 열심히 해보고 싶습니다."

예리밴드는 "저희 같은 팀이 있어야 한국 대중음악도 더 다양해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며 활짝 웃었다. 어제의 시련을 딛고, 내일의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예리밴드다.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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