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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회', 지옥문은 열렸고 치욕은 예고됐다


심혜진·경수진, 김희애·유아인 관계 알아채기 직전

[권혜림기자] 치욕이 예견된 사랑이었다. 누구도 축복하지 않을, 시작부터 불안을 껴안은 감정이 지옥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지난 14일 방영된 JTBC 드라마 '밀회' 9화는 지난 8화에서 다룬 오혜원(김희애 분)과 이선재(유아인 분)의 비밀스런 밤을 혜원의 시각에서 반추하며 시작했다. 예고 없이 선재의 집을 찾은 혜원은 주인 없는 집에서 그를 기다렸다. 부인하고 감추려 했던 감정을 스스로 인정하고 드러내기까지 과정은 혜원이 선재의 집에 들어서던 순간의 고뇌로 응축됐다.

아슬아슬한 계단을 오르고 통로를 지나 현관 문을 열고 빈 집을 서성이기까지, 그 마음은 혜원이 선재에게 남긴 장문의 문자 메시지로 묘사됐다. "다시 내려갈까 계단 하나 하나마다 망설였"던 혜원은 "어둡고 비좁은 통로를 올라가는데 참 좋더라. 여기를 지나면 네 집에 들어간다는 게"라고 적었다.

이성과 정념의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여인의 속내는 이날 청년의 눈물을 쏙 뺀 메시지를 통해 어느 순간보다 직접적으로 그려졌다. 선재의 집이 "온전히 나에게 허락된 것 같았다"는 그는 비로소 진짜 선재의 세계에 들어섰다.

헤원에게 널찍하고 세련된 제 집에서 와인을 마시는 것은 남루한 선재 집의 옥상에 쭈그리고 앉아 사발면을 먹는 것만 못했다. 청춘을 바쳤던 피아노, 라흐마니노프와 파가니니를 끝까지 즐기는 방법도 선재를 통해 알게 됐다. 초라한 자기 검열의 끝, 몰래 찾은 선재의 집에서 까치발을 들어야 했던 여인의 마음은 점점 청년의 것이 되어갔다.

그러는 동안 둘의 밀회는 날선 상류 사회의 레이더에 본격적으로 걸려들기 시작했다. 수상한 관계를 일찍이 눈치 챈 혜원의 남편 강준형(박혁권 분)과 별개로, 서한예술재단 이사장 한성숙(심혜진 분)이 혜원의 속내를 읽어냈다. 선재의 성형수술을 제안하자 "그 애 눈 예쁜데"라며 만류하고, 선재를 전담해 가르치라는 제안에 부담인 척 싫은 티는 내지 않는 혜원을 보며 '큰 여우' 성숙이 아무 것도 모를 리 없다.

성숙의 지시는 서한음대 학장 민용기(김창완 분)를 거쳐 강준형에게까지 흘러들어갔다. 민용기의 대사에선 이미 혜원과 선재가 휘말릴 스캔들이 은유적으로 예고됐다. 강준형을 "언짢은 상상하는 건 아니지?"라며 어르고는 천재 음악가 쇼팽과 그의 연상의 연인으로 알려진 여성작가 조르주 상드를 언급한 것. 혜원과 선재의 사랑은 추악한 알력다툼에 이용되기 직전이다.

설상가상, 선재를 사랑하는 다미(경수진 분)까지 오혜원의 정체를 알아챘다. 능청스레 인사하는 다미 앞에서 몸이 굳고 만 혜원의 모습은 이날 방송의 엔딩이었다.

우아한 여인 오혜원이 선재를 통해 경험한 소박한 순간들은 오히려 그의 안식이 됐다. 그러나 평탄할 사랑은 아니다. 이날 혜원은 자신의 말과 행동을 통해 그가 감내해야 할 치욕을 예고했다.

연습실을 찾은 선재는 카메라를 의식하는 혜원을 위해 직접 통제실을 찾아 "카메라를 꺼 달라"고 부탁한다. "통쾌하네. 어떻게 그럴 생각을 했냐"는 혜원의 말을 시작으로, 둘은 화기애애하게 대화한다. 하지만 한 바탕 크게 웃은 뒤 "나는 너 예쁜 옷도 못 사줘. 원조교제라 그럴까봐"라고 자조하는 혜원의 얼굴은 일순간 비참해진다.

이후 함께 들어선 선재의 집에서 다시 키스를 나눈 두 사람은 더 아찔한 상황을 맛봤다. 옥상에서 낭만을 즐기던 찰나, 선재의 친구 다미와 장호(최태환 분)가 예고 없이 집을 찾았다. 혜원은 가까스로 옥상에 몸을 숨겼다. 혜원의 근사했던 구두는 신발 수납장의 아무 칸에나 감춰졌다. 정갈했던 외투도 방바닥 구석에 급히 치워졌다.

"이런 거네요. 들킨다는 게"라고 숨을 돌리는 선재에게 혜원은 무덤덤하게 말한다. "이 정도는 애교지. 지옥문이 열린거야. 뭘 또 그렇게 간절한 눈빛으로 보니?" 그의 말대로 이날의 에피소드는 두 사람, 아니 오혜원이 겪을 수난의 복선에 불과하다. 세상 가장 우아한 얼굴을 자랑했던 오혜원은 아마도 더한 치욕을 맛보게 될 터다.

가난하지만 순수한 20세 천재 피아노 연주자와 약점을 만들어선 안 될 '삼중첩자' 40세 유부녀의 사랑이다. 책임은 여인에게 전가된다. 감춰야 했을 욕망을 터뜨린 대가다. 그리고 '밀회'의 정제된 렌즈는 혜원을 벌하는 이들의 면면이 얼마나 "더러운"지도 담담히 비출 것이다.

"난 참 이상하게 살잖니. 그래서 이제 나는 네 집을, 너라는 애를, 감히 사랑한단 말은 못하겠어. 다만 너한테 배워볼게. 그러니 선재야. 영어, 독일어 잘 몰라도 한없이 총명한 선재야. 세상에서 이건 불륜이고, 너한테 해로운 일이고, 죄악이지. 지혜롭게 잘 숨고 너 자신을 지켜. 더러운 건 내가 상대해. 그게 내 전공이거든. 엄청 오글거렸지. 이제 손발 펴고 아침 먹어."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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