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혜림기자] JTBC 월화드라마 '밀회'를 보다 보면 종종 궁금증을 품게 된다. 브라운관에서 익숙치 않거나 알듯말듯한 얼굴의 배우들이 캐릭터 그 자체가 된 연기를 펼치고 있을 때다. 대부분 연극 배우 출신으로, 안판석 감독과 몇 차례 호흡을 맞췄던 배우들이다.
'밀회'를 빛내고 있는 신스틸러들로 배우 윤복인·장소연·백지원·양민영·길해연·허정도를 꼽을 수 있다. 혜원(김희애 분)의 친구 윤지수, 혜원의 직속 부하인 안세진, 성숙(심혜진 분)의 비서인 왕정희, 음대 기악과 교수 김인주, 상류층들에게 비자금 투자 조언을 하던 백선생, 준형(박혁권 분)의 조교 임종수라고 설명한다면 고개를 끄덕일 시청자들이 많을 것이다. 한 번을 봐도 잊을 수 없는 연기를 펼쳐 온 이들에게 시선이 가는 것도 당연하다.

기댈 곳 없는 혜원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안식처같은 친구 윤지수 역을 맡고 있는 윤복인은 연극배우 출신다운 또렷한 딕션(발음)이 인상적인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안판석 감독의 전작인 JTBC '세계의 끝'에서는 '밀회' 속 혜원의 남편 역을 맡고 있는 박혁권과 부부로 출연해 혜원처럼 박혁권의 의심과 질투를 유발한 바 있다.
선재(유아인 분)의 정장을 맞추던 외국인 디자이너와 유창한 영어로 대화해 큰 인상을 남겼던 장소연은 혜원처럼 되고 싶어하던 기획실 직원 안세진 역을 맡고 있다. 실제 영어 외에도 중국어, 일본어 등 다수의 외국어에 능통한 재원이다. 안판석 감독과는 MBC 드라마 '하얀 거탑', JTBC '아내의 자격'에 이어 3번째 작품을 함께 하고 있다. '아내의 자격'에서 김희애의 든든한 동생이었던 장소연이 이번에도 김희애의 편이 돼줄지 관심이 모인다.
백지원은 혜원의 친구지만 은근슬쩍 혜원의 추락을 반기고 뒤통수를 치는 왕비서 역을 맡았다. 친구의 뒤통수를 치는 배신자지만 자신의 밥그릇을 챙기는 지극히 현실적인 인물이다. 4부만을 남겨놓은 '밀회'의 전개에서 왕비서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에도 시선이 쏠린다.
서한음대 기악과 교수 김인주로 출연중인 양민영은 실제 음악가 출신이다. 값싼 악기를 쓰는 가난한 학생을 무시하고 욕하는, 현실 어딘가에 진짜 있을 것 같은 인물로 분해 공분을 얻고 있다. 교수 역을 맡아 비연기자답지 않게 사실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실제로는 오스트리아에서 첼로를 전공한 바 있고 독일어와 영어에 유창해 통역가로도 활동했다. 현재 한국과 유럽 간 무역관련 비즈니스 컨설팅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상류층의 비자금 관리에 도움을 주는 역술인으로 출연해 인상적인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길해연 또한 연극배우 출신이다. '세계의 끝'에서는 성과를 우선시하는 질병관리 본부장으로, '아내의 자격'에서는 실제 연변 출신으로 착각할 만큼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준 가사도우미로 출연했다.
허정도는 임종수 역을 맡아 강준형(박혁권 분)의 조교로 분해 힘든 삶을 사실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특히 '밀회' 8부에서 부당한 지시를 내리는 준형 앞에서는 공손하다가 준형이 나가고 나자 리얼한 욕을 뱉는 모습으로 씁쓸한 웃음을 안겼다. 서울대와 한국예술종합대학 출신의 허정도 역시 '세계의 끝'에서 시청자를 만났다. 환자들을 도발하는 신경계 이상이 생긴 감염병 환자로 출연해 강렬한 연기를 펼쳤다.
잠깐의 출연이었지만 시청자들에게 실제인지 연기자인지 궁금증에 빠뜨렸던 이들도 있다. 돈을 주며 회유하는 김희애에게 물 한 잔을 끼얹으며 일갈하던 연변 출신 종업원 역을 맡았던 서정연과 아내의 불륜에 힘들어하던 박혁권이 찾아갔던 역술인으로 등장해 "부인의 관이 4개라 남자보다는 일을 우선시한다"며 능청스러운 연기를 선보였던 이윤희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한편, '밀회'는 담판을 지으러 온 선재 친구 다미(경수진 분)의 방문에 깜짝 놀라는 혜원의 표정으로 끝나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오는 5일 9시 45분에 방송된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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