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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빈 "전역의 눈물, 절대 안 운다 다짐했는데"(인터뷰②)


영화 '역린'으로 복귀, 현빈의 정조 어떻게 만들어졌나

[권혜림기자] 배우 현빈이 군 전역 당시 흘렸던 눈물의 의미를 떠올렸다. 연기에 목말랐던 배우의 열정이 새 영화 '역린'에 고스란히 담기게 된 과정도 돌이켰다.

12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역린'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는 배우 현빈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역린'은 톱스타 현빈의 군 제대 후 첫 복귀작이자 사극 도전작으로 기대를 모은 영화다.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 첫 번째 사극 연기에 도전했다. 수차례 극화됐던 역사 속 인물 정조 역을 맡아 그만의 색채로 숨결을 불어넣었다.

지난 2011년 3월, 해병대에 자원 입대하며 의미심장한 눈물을 흘렸던 그는 2012년 12월 제대 현장에서도 그간 답답했던 마음이 섞인듯한 눈물을 쏟았다. 연기에 대한 갈증 역시 눈물로 고백해 시선을 모았다.

12일 이뤄진 인터뷰에서 현빈은 제대 현장에서 흘린 눈물을 돌이키며 민망해했다. 당시 "휴가 때도 제가 연기를 할 수가 없으니 후배들이 연기하는 곳에 가서 그들의 연기를 보며 대리만족했다"며 "제게 다시 연기할 수 있는 시간이 왔으니 여러분이 기다려주신 만큼 잘 준비해서 하고 싶었던 연기를 하겠다"고 알렸던 그는 이날도 "군 복무 당시 연기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전역할 땐 진짜 안 울려고 했었어요.(웃음) 훈련소 땐 솔직히 연기에 대한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죠. 그냥 잘 자고 잘 먹는 게 임무였으니까요. 자대 배치를 받은 후 백령도에 들어갔는데, 쉬는 시간이나 밖으로 훈련을 갈 때 혼자 있는 시간들이 오면 생각이 점점 나기 시작했어요. 처음에 휴가 나왔을 때는 아는 형이나 후배들의 현장을 보기도 하고 대리만족했는데, '이제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에 눈물이 났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절대 안 울겠다'고 다짐하고 나왔는데, 눈물이 푹 터졌다"고 말을 이어 간 그는 "나오자마자 큰 절을 했을 때도 울컥 했었지만 '아니다. 안 울어야 해' 하면서 참았다"며 "잘 참아내고 있었는데 그게 빗나갔다. 그래서 저는 그 날을 떠올리는 것이 싫다. 별로 안좋아한다"고 말해 웃음을 줬다.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현대극 연기를 선보였던 그는 제대 후 '역린'을 통해 첫 사극에 도전했다. 의미 있는 도전이었던 만큼 애정도 컸다. 현빈은 "연기를 안 하고 있던 시간들이 있으니, 작품에 대한 애착이 더 큰 것 같다"며 "못하고 있었던 것들을 안에 가지고 있다가 처음 터뜨렸기 때문"이라고 고백했다.

연기를 하고 싶었던 간절한 마음, 더 좋은 연기를 보여주겠다는 마음은 새로운 시도과 만나 남다르게 빛났다. 그는 성군 정조이기 전에 살해 위협을 감지한 불안한 왕 정조를 연기해야 했다. 사극 특유의 톤, 절제된 표현을 위해 이재규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음향 기사와도 매 장면 목소리를 체크했다. 편안한 말투와 위엄 있는 목소리 사이를 오가며 그만의 정조를 완성해갔다.

"촬영을 하면서도 컷 사인이 떨어지면 바로 모니터를 했고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사람들의 머릿속에 '사극은 이런 톤이어야 한다'는 인식이 있는데, 저도 그런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죠. 그런데 제가 생각할 때는 다 달랐어요. (정조가) 26세에 실제 있던 일이고, 성인이긴 하지만 완전히 완벽한 군주의 모습은 아닐 것 같았죠. 그렇게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니고 즉위한 지 1년 밖에 안 된 상태니 어떤 부분은 어설플 수도, 어떤 면은 생각보다 괜찮을 수도 있다고 봤어요. 늘 살해의 위협을 안고 가야 하는 인물이기도 했고요."

정조는 기존의 많은 사극 드라마에서 조명해 온 인물이지만, 현빈은 '역린' 속 정조를 위해 다른 배우들의 연기를 찾아보진 않았다. "기존에 어떻게 했는지는 상관이 없다고 판단했다. 전혀 다른 상황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현빈의 설명이다.

"이전에 선배들이 연기하신 정조를 본 적이 없어요. 어떻게 연기했는지 모르죠. 일부러 안봤던 면도 있어요. 보게 되면 괜히 따라할 것 같기도 했고요. 어떻게 다르게 표현됐는지는 모르겠는데, 영화에선 왕으로서 정조의 모습도 없지 않지만 인간적인 모습이 다른 작품에 비해 훨씬 많이 나오지 않았나 싶어요. 애초에 그 쪽으로 중점을 뒀었죠. 그런 면이 다르지 않을까 해요."

'역린'은 지난 4월30일 개봉한 뒤 지난 11일을 기준으로 320만 관객을 넘어서며 흥행 중이다. 100억 대작인 만큼 손익 분기점은 아직이지만 현빈의 출연 영화들 중 가장 많은 관객을 끌어모은 영화임은 확실하다. 그는 "흥행이 더 돼야 한다"고 웃으며 입을 연 뒤 "많은 분들이 보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특히 마지막 메시지를 많은 분들이 새기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영화 후반부의 중용 23장 구절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어수선한 시국과 만나, '작은 것에도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관객들의 뇌리에 남다르게 박힐 법하다.

"어떻게 보면 쉬운 말일 수 있지만, 어려운 말이에요. 그 말을 지치고 힘들 때 생각하면 '파이팅'하게 되더라고요. 일주일 넘게 무대 인사를 돌며 하루에 스무 군데 이상을 찾은 적도 있었는데, 지치거나 힘들 때 문득 그 구절이 떠올랐고 힘이 다시 났어요. 영화를 떠나 많은 분들이 그 구절을 알게 된다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역린'은 조선시대 정조 즉위 1년, 왕의 암살을 둘러싸고 왕을 죽이려는 자와 살리려는 자, 살아야만 하는 자의 엇갈린 운명을 그린다. 정유역변을 모티프로, 역사 속에 감춰졌던 숨막히는 24시간을 담았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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