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혜림기자] 요리사를 꿈꾸던 청년이 연극에 빠져들었다. 호텔조리과로 진학한 대학교에서 연극 동아리에 들었다가 인생의 진로를 바꿨다. 주인공으로 섰던 동아리 연극의 무대에서 덜컥 연기의 맛을 알아버렸다. 결국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무대를, 연기를 택했다. 영화 '그댄 나의 뱀파이어'의 남주인공 박정식의 이야기다.

한국판 뱀파이어 로맨스 '그댄 나의 뱀파이어'는 멜로 드라마와 코미디를 버무린 작품이다. 작가 지망생 규정(최윤영 분)은 서른이 되어가도록 반찬가게 알바에 시나리오 쓸 노트북도 없는 자신의 처지가 힘들다. 꿈을 이루기 위해 쓰기 시작한 뱀파이어 이야기는 한 글자도 써내려 갈수 없고, 그녀를 응원하던 사람들도 하나 둘 포기를 권한다.
그런 규정의 고시원에 한밤중 수상한 남자 강남걸(박정식 분)가 이사를 온다. 검은 옷에 검은 마스크를 하고 검은 우산을 쓴 그는 햇빛과 마늘을 싫어한다. 수상한 송곳니까지 난 그는 꼭 규정이 쓴 시나리오 속 뱀파이어 같다.
남자 주인공 강남걸을 연기한 남자 배우는 신인 박정식이다. 서울예술대학 연극과에 재학 중인 그는 다수의 장편 독립 영화에 출연했다. 그 중에서도 '그댄 나의 뱀파이어' 속 남걸은 가장 또렷한 존재감을 자랑한 캐릭터다. 갸름한 턱선, 날카로운 눈매는 뱀파이어를 닮은 영화 속 남걸 역에 꼭 어울린다. 연기는 할수록 어렵다며, 아직 연기보단 요리에 자신이 있다는 그지만 때로 날카롭기도 순하기도 한 저 눈빛을 주방에서만 보긴 아까웠을 법하다.
영화의 개봉을 맞아 조이뉴스24와 만난 박정식은 배우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를 묻는 질문에 "요리를 하고 싶었지만 꿈에 대한 결심이 명확하지 않았다"며 "정체성이 뒤늦게 잡혔던 것 같다"고 돌이켰다. 이어 "첫 연극 때, 첫 번째 대사만 치고는 다 까먹었던 기억이 난다. 당시의 기억이 트라우마로 남았고 이후엔 절대 이렇게 어설프게 연기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고 알렸다.

'그댄 나의 뱀파이어'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에 대해선 "제 캐릭터가 독특해 혼자 인물을 설명하기엔 어려운 면이 있었다"며 "극 중 남걸의 어머니 역으로 장영남 선배가 짧게 등장하는데, 그러면서 남걸 캐릭터가 모두 설명된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관객들이 강남걸이라는 인물을 이해하기 어려웠을 텐데, 장영남 선배의 등장으로 모든 것이 다 해소되는 장면이예요. 최윤영과 키스신도 있는데, 그 장면도 좋아해요. 사실 조금 덜 친해진 상태에서 촬영해서 만망하긴 했어요.(웃음) 극 중 제 캐릭터가 있으니 가까이 가지 못했거든요."
긴 눈매 탓인지 첫 인상에선 차가운 분위기가 짙게 풍겼지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풀어놓는 그의 모습은 밝고 유쾌했다. 이미지대로 거칠고 날선 배역을 많이 제의받진 않는지 묻자 그는 "작년에 영화 '천 번을 불러도'를 촬영했는데 최악으로 나쁜 인물이었다"며 "그 역이 굉장히 강렬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캐릭터가 잘 잡혀 있는 활동적인 인물을 연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사실 제 얼굴이 멜로나 로맨스를 연기하기에 그렇게 적합한 얼굴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더 어울리는 역할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죠. 그런 면을 채울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하지만 안 되면 과감하게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봐요. 불가항력적인 것은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하죠."

상업 영화판에 막 발을 뗀 신인인 만큼 함께 작업하고 싶은 배우들도 많다. 그는 "연기 잘 하는 분들이 너무 많다"며 "장영남 선배와도 꼭 한 번 다시 연기하고 싶다"고 알렸다. 장진 감독의 연극 '서툰 사람들'의 음향 감독으로 일했던 당시 장영남의 연기에 감동했다는 박정식은 "연기도 성격도 굉장히 매력적인 분"이라고도 말했다. 설명이 필요 없는 베테랑 배우 한석규 역시 그의 롤모델이다.
"한석규 선배도 워낙 예전부터 좋아했기 때문에 꼭 같이 연기해보고 싶어요. 꼭 같은 장면에서 연기하지 않더라도 현장에서 만나뵙기만 해도 영광일 것 같아요. SBS '힐링캠프' 한석규 편을 아직도 가끔 봐요. 그 분의 연기 철학, 가치관에 대해 들어보고 싶어요. 가장 좋아하는 배우에요."
이후에도 박정식의 입에선 유명 배우들의 이름이 줄줄이 흘러나왔다. 차세대 충무로를 이끌 여배우로 손꼽히고 있는 심은경을 비롯해 배우로서, 감독으로서 활발히 활동 중인 하정우, 제2의 전성기를 맞은 배우 이정재 등도 그가 꼭 한 번 함께 연기하고 싶은 이들이다.
더 많은 배우들과, 더 많은 작품에서 연기를 펼치기 위해 박정식은 꾸준히 노력 중이다. 영화 '그댄 나의 뱀파이어'의 전국 GV로 관객을 만나는 중이고, 배역 오디션에도 틈틈이 임하고 있다. 그는 "절대적인 것은 없는 것 같다"며 "항상 잘하지도 항상 못하지도 않겠지만 노력해서 안되는 건 없지 않겠냐"고 말하며 웃어보였다.
"''화려한 휴가' '타워'의 김지훈 감독님을 존경하는데, 배우들은 게으르면 안된다고 말씀하셨어요. 생각의 게으름, 행동의 게으름을 경계해야 된다는 이야기였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해야만 언젠가 그 노력이 보이는 것 같아요. 그 이야길 지키려고 노력하죠."
이원회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배우 박정식·최윤영·이재윤·김종구·문희경 등이 출연한 '그댄 나의 뱀파이어'는 지난 12일 개봉해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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