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스토리] 이동헌 네오엠텔사장(2) - 기업은 사람처럼 큰다


 

예방접종이 없던 시절, 사람은 성장해가며 많은 병을 앓고 면역이 생기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은 아주 중요하다. 오히려 잔병 없이 성장한 아이가 큰 병에 걸린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기업도 같은 과정을 거친다고 본다. 그러나 지금은 예방접종이라는 좋은 방법이 있다. 예방접종의 개념은 병을 피해가는 것이 아니고 가볍게 걸려서 항체를 만들어 내성을 키우는 것이다.

기업도 결정타를 맞기 전, 미리 이겨낼 정도의 가벼운 병치레를 하는 것이 좋다. 많은 경영자들은 책을 통해 선행학습을 하고 이런 것을 피해보려고 한다. 자기가 만든 회사만은 병도 안 걸리고, 사춘기도 거치지 않는 특별한 존재로 키우고 싶어하는 극성엄마처럼 말이다. 이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치명적일 수 있다.

조직의 성장에 따른 운영 방법의 업그레이드, 사업의 단계에 따른 수익구조 개편, 단기적 조치와 장기적 조치, 설립시에 설정된 회사 기본조건에서 간과한 잠재적 문제점 등... 모든 인자는 어느 시기이든 홍역처럼 나타난다. 물론, 회사에 면역을 만들겠다고 무슨 병에 해당하는 조치를 지금 당장 취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실제 회사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그냥 피해갈 수 있다는 착각과 섣부른 치료법이다. 흔히들 증세가 나타나기 이전, 그러한 잠재적 문제를 우리 회사만은 피해갈 수 있다는 자기 암시적 착각에 빠진다. 그 정도에서 끝나면 다행이지만 증세가 나타나면서 아주 어설픈 치료를 스스로 하기 시작한다. 그 즉시에는 그 치료법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것은 결국 문제를 더 악화시킨다. 곪아가고 있는 상처에 화장품으로 치장만 하는 격이랄까?

우리 회사가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무렵, 나 역시 같은 오류를 범했다. 창업 1년이 지나면서 투자 받은 자금 여력으로 직원도 더 뽑고, 시장 확대와 새로운 사업기회 모색 등으로 회사의 규모가 30명 이상으로 급격히 늘었다. 그래서 이사한지 6개월 만에 사무실을 다시 옮겨야 했다.

어느 정도 규모 있는 사무실에 연구소 공간도 제대로 갖추고, 사장실 명패 붙은 자그마한 방도 하나 생겼다. 문제는 이 때부터 시작이었다. 소위, 부서간 커뮤니케이션, 창업 초기 입사자와 뒤늦게 들어온 경력자 간의 갈등 등 조직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거기에다 2차 투자를 기대했던 자금시장이 싸늘하게 얼어붙으면서 예상보다 수익모델에 따른 현금흐름 창출의 극대화 요구시기가 앞당겨졌다. 홍역에 걸린 아이가 영양 부족까지 겪는 것처럼 심하게 앓을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이러한 열병을 그 후로 직원 수가 다시 배가 되고, 사업규모가 커질 때마다 크고 작게 겪어야 했다.

나 자신은 당시 스스로에 매우 실망했고 그래서 의기 소침한 시기를 보내야 했다. 미리 들어 알고 있었으면서도 겪어야 했는가라는 질문에서 헤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시간이 흐른 뒤, 경험과 과정은 나에게 깨달음을 주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이 모든 병은 크건 작건 피해가려 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다. 리스크는 그것이 리스크라는 것을 알면 이미 리스크가 아니라고 했던가?

나는 리스크 자체를 예측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더라도, 리스크가 오는 상황을 받아들이고 그에 대처하는 마음가짐은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계속>

, 사진=이원기기자 yiwong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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