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리기자] 천재들의 숨막히는 심리 게임 '더 지니어스'의 세 번째 시즌인 '더 지니어스: 블랙 가넷(이하 더 지니어스3)'에 장동민이 출사표를 던졌을 때 그의 선전을 기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촬영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난 후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장동민은 철저히 그의 전력을 숨겼다. '더 지니어스' 참여 소감에 대해서도 "아는 것도 없고 무식한 놈이라 걱정했다. 그런데 굉장히 재미있고 '사람은 역시 많이 배워야 하는구나'라는 걸 깨달았다. 늦게라도 공부를 시작해볼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본 '더 지니어스3'에서 장동민은 '늦게라도 시작해볼까' 했다던 공부 깨나 했다던 사람들을 제치고 다양한 게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의외의 게임 실력은 물론, 플레이어들을 휘두르는 남다른 멘탈까지, '더 지니어스3' 판을 지배했던 장동민은 마침내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다시 돌아온 '더 지니어스' 시리즈의 올스타전 '더 지니어스: 그랜드 파이널(이하 더 지니어스4)'에서도 장동민의 활약은 계속됐다. 사실 '더 지니어스4' 이전까지 장동민의 입지는 절체절명 그 자체였다. '무한도전-식스맨' 참여로 시작된 여성 비하, 삼풍백화점 생존자를 향한 막말 등 과거 발언 논란은 매일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결국 라디오 DJ와 '무한도전-식스맨' 자진 하차와 사과 기자회견으로 이어졌다. 장동민의 사과에도 자숙을 요구하는 일부 시청자들의 목소리는 높았다.
이 가운데 시작된 '더 지니어스4'. 두뇌 싸움만큼 중요한 것이 멘탈 싸움인 만큼 각종 논란에 휘말렸을 장동민에게는 결코 쉬운 싸움이 아니었다. 그러나 장동민은 각 시즌의 우승자와 강력 우승 후보를 모두 꺾고 파이널전의 우승까지 거머쥐며 지난 우승이 결코 천운이 아니었음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우승을 거머쥔 장동민은 "개그맨을 향한 고루한 사람들의 의식이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방송을 떠나서 개그맨이 끼면 왠지 격이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지고, '쟤는 뭔데 저기에 있어?' 그런 얘기들을 하잖아요. 경제나 정치 얘기를 할 때, 해외 유명 화가나 클래식 얘기를 할 때, 애들 교육 얘기할 때도 그렇고 개그맨이 끼면 왠지 우스워 보이고. 그런 생각이 굉장히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다들 그런 생각이 잘못됐다고는 생각할 거예요.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생각하게 된다고요.
이게 첫 단추라고 하기에는 그렇겠지만 남들이 얘기하는 고스펙자들이 총집합해 있는 와중에 제가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우승했다는 게 꼭 제가 그 분들보다 머리가 좋다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세상 사람들의 시선이 조금은 변했으면 좋겠어요."
장동민은 이번 시즌을 위해 더욱 철저히 준비했다. 평생을 '노력'이라는 단어를 모르고 살았다는 장동민은 이번 '더 지니어스4'를 위해 처음으로 노력이라는 것을 해봤다고. '더 지니어스4'는 이번 시즌 공정한 데스매치를 위해 총 11가지의 데스매치를 미리 공개하는 데스매치 선공개 룰을 도입했다. 이를 이용해 장동민은 데스매치 연습에 나섰고, 특히 지난 시즌 그에게 뼈아픈 패배를 안겼던 십이장기 특훈에 돌입했다.
"저는 살면서 노력해 본 적이 없어요. 태어나면서부터 잘 하는 거 아니면 노력하지 않아요. 처음 하는데 잘 못한다, 그러면 안 해요. 그렇게 계속 살았죠. 게임은 워낙 좋아하고 그래서 져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저만 그렇게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 안 했던 거에요. 이번 시즌 하면서 클래스가 달라졌다는 것은 노력하고, 연습하고, 열심히 준비했다는 거죠. 원래 게임 센스가 좋았던 것에 어마어마한 노력이 들어가면서 지난 시즌의 장동민과는 클래스가 달라졌다고 생각했어요. 노력하면서 제 스스로를 입증하고 테스트 해보고 싶었거든요.
제가 오현민과 지난 시즌에서 십이장기를 데스매치에서 했었는데 이번에 또 십이장기를 선택했을 때 제작진도 뭐라고 하고, 오현민도 절대 안 진다고 했어요. 이 게임은 한 번 이긴 사람이 지는 경우는 거의 없거든요. 그런데 저는 다시 이 게임을 한다면 상대는 오현민이고, 반드시 붙어서 이기고 싶다고 생각하고 혼자 연습을 해왔거든요. 왕중의 왕이 되려면 유일하게 1패를 했던 십이장기에서 이겨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땀은 배신을 하지 않아줬죠."
오현민은 그가 가장 위협적인 라이벌로 꼽은 상대. 그러나 가장 애정을 드러낸 참가자기도 했다. 게임에서도 굳건한 동맹으로 생명의 징표를 나눠가지며 '장-오 연합'으로 서로를 TOP3까지 이끌었던 두 사람은 '더 지니어스' 안팎으로 돈독한 우정을 나누는 사이다.
최근 오현민은 초록뱀주나E&M과 전속 계약을 맺으며 전문 방송인 활동을 예고했다. 이에 대해 장동민은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제가 예뻐하는 동생이라 걱정이 많다"며 "'지니어스'는 방송이 목적이라 같이 융화되고 그럴 수 있는데 다른 방송은 그러기 힘들 수도 있을 것 같다. 방송에 대해서는 '나를 많이 팔아라. 형을 쓰레기도 만들어도 좋으니 형 얘기를 방송에 나가서 많이 해라'라고 얘기했다"고 오현민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비춰진 장동민의 모습은 확실히 '스마트'와는 거리가 멀었다. 늘 누군가를 윽박지르거나, 독설을 내뱉는 그에게서 '더 지니어스' 속 '뇌섹남' 장동민의 이미지를 본 이는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인터넷에서 '더 지니어스' 스펙 비교를 본 적이 있는데 다들 스펙이 화려하더라. 그런데 제 스펙은 아무 것도 없고 개그맨만 써 있더라"는 장동민은 "왜 저런 애가 저기 있냐고, 웃기려고 저기 있는 거냐는 댓글이 너무 슬펐다"고 고백했다.
늘 큰 재미와 감동은 기대하지 못한 곳에서 시작되기 마련이다. '더 지니어스'가 만들어낸 '갓동민'의 기적 역시 그렇다. 소위 대한민국 1% 수재들과의 게임에서 두 번이나 우승을 차지한 개그맨. 장동민은 그렇게 왕 중의 왕이 됐다. 어려운 상황 속 노력의 가치를 알게 됐다는 장동민은 '더 지니어스'의 메시지를 교훈 삼아 지난 인생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인생을 제대로 살아나가겠다는 각오다.
"왜 개그맨들은 늘 천대를 받고 웃겨야 하는 존재고 기대감 제로여야 하고, 스펙 좋은 사람들은 스펙만으로 기대를 받아야 할까요. 그 사람의 본질을 보는 게 아니라 단순히 스펙만 본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회를 거듭할 수록 제가 스펙 없는 사람들의 대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 지니어스'는 제게는 최고 스승 같은 프로그램이에요. 선생님은 없었지만 많은 걸 배웠죠. 다시 되돌아볼 수 있었고, 앞으로의 인생을 정의하고 계획할 수 있었어요. '노력하면 안 되는 게 없구나, 땀은 배신하지 않는구나'를 느꼈습니다. 앞으로 정말 노력하며 살겠습니다."
조이뉴스24 /장진리기자 mari@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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