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시상식, 나를 기억해- SBS편③


'펀치' 김래원, '풍문' 유준상, '가면' 수애, '냄보소' 박유천 등

[김양수, 이미영기자] 연말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12월엔 지상파 3사가 '연기대상'을 선보인다. 한해 동안 열심히 경작한 드라마 농사를 평가받는 자리다. 이 시즌에 늘 나오는 푸념이 있다. '너무 일찍 방송돼 손해봤다'는 것.

그래서 준비했다. 놓쳐서는 안될 주옥같은 드라마들, 하지만 너무 일찍 방영한 탓에 잊혀질 뻔한 작품들을 선별했다. 단기기억상실증으로 연초 방영작들을 싸그리 잊어버린 당신을 위한 드라마 가이드.

◆'펀치' 김래원, 강렬한 펀치 날렸다

'펀치'의 김래원은 뛰어난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에 강렬한 '펀치'를 날렸다. '펀치'(극본 박경수 연출 이명우 김효언)는 그야말로 김래원의, 김래원을 위한, 김래원에 의한 드라마였다.

'펀치'는 탄탄한 스토리와 휘몰아치는 전개, 반전을 거듭하는 극적 장치와 정의 실현이라는 묵직한 주제. 여기에 김래원의 명품 연기가 얹혀지니, 그야말로 더할 나위 없는 작품이 완성됐다.

김래원이 연기한 박정환은 입체적인 캐릭터였다. 성공에 대한 욕망으로 똘똘 뭉쳐 불법과 비리도 마다치 않는 삶을 살았고, 가족까지 외면하다 시한부 판정을 받게 됐다.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이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또 딸이 더 나은 세상에서 살길 바라는 정의실현을 위해 권력과 싸웠고, 세상과 싸웠다. 영민한 두뇌 플레이와 저돌적인 추진력, 포기할 줄 모르는 집념은 시청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올해로 데뷔 18년차를 맞은 김래원은 캐릭터와 혼연일체 된 연기와 탄탄한 콘텐츠로 연기파 배우의 존재감을 또 한 번 입증한 것.

'펀치'의 조재현도 빼놓을 수 없다. 조재현은 온갖 불법과 비리로 점철된 검찰총장 이태준 역을 맡아 김래원과 팽팽한 연기 대결을 펼쳤다. 억센 경상도 사투리와 짜장면 먹방까지 디테일한 연기로 생동감을 불어넣었고, 김래원 박혁권 등 배우들과 환상의 케미도 빛났다. 조재현의 내공 덕에 '펀치'는 웰메이드 드라마가 될 수 있었다.

◆'풍문' 유준상, 어색함마저 계산한 낯선 캐릭터 완성

'풍문으로 들었소'(극본 정성주 연출 안판석)에서 유준상은 대체불가 연기자였다. 한정호라는 캐릭터에 유준상 아닌 다른 캐릭터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단연 돋보였다.

'풍문으로 들었소'는 대한민국 초일류 상류층의 속물 의식을 풍자로 꼬집는 블랙코미디로, 통렬한 카타르시스와 씁쓸한 현실 감각이 돋보인 수작이었다. '갑'의 횡포와 '을'의 반란은 때론 따끔했고, 때론 날카로웠다. 유준상이 연기한 '절대 갑' 한정호는 작품 전체를 이끌고 간 캐릭터였다.

1회만 해도 유준상의 연기가 어색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드라마 전체를 놓고 봤을 때 그마저도 계산된 연기가 아니었을까 싶을 만큼, 한정호라는 캐릭터는 지금껏 드라마에서 본 적 없는 낯선 캐릭터였다. 막강한 권력을 무기 삼는 지질한 모습도 있었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독기 서린 차가움이 있었다. 마지막회 고독한 듯 보이지만 독기 서린 어깨 장면은 긴 여운을 남겼을 만큼, 유준상의 디테일이 빛났다.

전작들에서 밝고 쾌활한 이미지로 '국민남편'이라는 이미지를 얻었던 유준상이다. 그런 그에게 비호감으로 똘똘 뭉친 한정호는 새로운 도전이었을 터. 그러나 갑의 이중성을 그만의 개성 있는 연기력으로 안정적으로 소화했고,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증명했다. '대상'이 아깝지 않을 만큼 훌륭한 도전이었다.

◆'가면' 수애, '야왕' 주다해는 잊어라

올 한해 브라운관은 '1인2역'으로 풍성했다. KBS '후아유-학교2015' 김소현, SBS '애인있어요' 김현주, '하이드 지킬 나' 현빈, MBC '킬미힐미' 지성, '내딸 금사월' 전인화 등은 극중 둘, 혹은 그 이상의 인물을 연기하며 드라마를 이끌었다.

수애 역시 '1인2역'으로 '가면'(극본 최호철 연출 부성철 남건)의 재미를 한층 배가시켰다. 극중 수애는 빚에 허덕이는 백화점 판매원 변지숙이 '도플갱어'인 재벌2세 서은하의 삶을 대신 살면서 헤어 나올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수애는 섬세한 감정연기로 시청자들이 몰입도를 높였다. 특히 수애는 억지 전개라는 '혹평'에도 중심을 잃지 않았다. 오히려 전개의 허술함을 연기력으로 채워넣으며 설득력을 부여했다. 각기 다른 여성의 매력을 수애 고유의 아름다움으로 승화한 데 이어, 주지훈과의 멜로도 손색없이 완성했다.

방송 이후 시청자게시판에는 '역시 수애' ''야왕' 주다해를 잊게 만든 연기력' '상위 1% 연기력' 등 호평이 이어졌다.

◆'냄보소' 박유천, 멜로, 액션, 코믹 다 되는 배우

박유천이 군 입대 전 마지막 드라마를 통해 한계 없는 배우임을 입증해 냈다.

박유천은 '냄새를 보는 소녀'(극본 이희명 연출 백수찬)를 통해 액션, 멜로, 코믹을 오가며 한층 넓어진 연기 스펙트럼을 뽐냈다.

극중 박유천은 3년 전 바코드 살인사건으로 여동생을 잃은 이후 감각을 잃은 최무각 역을 맡았다. 그는 1회부터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안방 극장을 집어삼킨 오열 연기부터 안방을 웃음바다로 만든 반전 코믹 연기까지, 극과 극 매력을 발산했다. 신세경과의 '꽁냥꽁냥' 로맨스 역시 더할 나위 없었다.

먹방도 화제를 모았다. 극중 최무각은 미각은 없지만 배를 채워야 안정을 찾는 대식가. 매회 펼쳐지는 열정적인 먹방에 시청자들은 '먹는 것도 섹시하다'며 '먹섹남'이라는 수식어를 선사했다.

조이뉴스24 김양수기자 liang@joynews24.com,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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