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근기자] 다시 가수로 무대에 서기까지 11년이 걸렸다. 이결은 2004년 그룹 소유(so-u)로 데뷔했지만 주변 상황으로 인해 곧바로 꿈을 접었고 스타 보컬 트레이너로 살았다. 그러다 2년 전 성대 사망선고를 받고 모든 게 끝이구나 싶었다. 바로 그 때 미뤄왔던 가수의 꿈이 더 간절해졌다.
이결은 지난 11일 첫 솔로 디지털 싱글 앨범 '손만 잡고 잘게'를 발표했다. 흔한 알앤비 곡이지만 최소한의 악기만을 사용, 그 악기들 특유의 빈티지함을 최대한 살렸다. 오래된 낡은 사진 같은 느낌이 물씬 나는 어반 스타일의 곡으로 이결의 독특한 목소리가 어우러졌다.

특히 이 곡은 SG워너비, 씨스타 등의 보컬트레이닝을 했던 그가 솔로 가수 이결로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신호탄을 알리는 곡이라 의미가 있다.
"소유로 데뷔할 때와는 설렘의 차원이 달라요. 그 때도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지금은 그 때의 느낌과는 많이 달라요. 너무 하고 싶었던 음악을 다시 하는 거고 믹싱까지 모든 작업을 혼자 다 해보고 싶었는데 그렇게 만들어낸 결과물이거든요. 어릴 땐 내가 제일 잘 한다고 생각할 만큼 객기가 있었는데 이젠 제가 할 수 있는 건 따로 있다고 느끼고 그런 부분을 들려드릴 수 있을 만큼은 된 것 같아요."
이결은 가요계에서 손꼽힐 만큼 실력 있는 보컬 트레이너로 가창력에 있어선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 중 특히 더 자신이 있는 걸 얘기하자면, 기교보다는 표현에 더 치중을 하고 가사에 따라 톤을 좀 더 다양하게 한다. 전혀 다른 두 목소리를 갖고 있다는 것도 독특하다.
이결은 향후 온에어라는 이름으로도 활동할 예정인데, 이는 전혀 다른 목소리로 완전히 다른 감성을 담기 위해서다.
두 목소리를 내게 된 사연은 이렇다. 그는 보컬 트레이닝을 오래 하다 보니 목이 많이 상했다. 그러다 상태가 안 좋아 2년 전 병원을 갔다가 성대에 혹이 생겼고 앞으로 원하는 목소리로 노래를 하기 어려울 거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 때부터 다친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에게는 사망선고나 다름 없었죠. 생계유지 수단이자 생명인데 겁이 나더라고요. 어떻게든 목소리를 되찾아보고자 했어요. 다친 목소리로 계속 노래 연습을 하다 보니 목소리가 두 개가 됐어요. 한데 섞일 수 없는 두 목소리요. 이결이란 이름으로는 다시 회복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다친 목소리로는 온에어라는 이름으로 앨범을 낼 계획이에요. 목소리도 곡의 감성도 아예 달라요."
이결은 상대적으로 밝고 온에어는 울부짖는 느낌이다. 이결은 남자들이 여자에게 흔히 하는 거짓말을 '손만 잡고 잘게'를 시작으로 3부작으로 선보이고, 온에어로는 더 짙고 애절한 감정을 담은 곡을 발표할 예정이다. 본인의 표현에 따르면 온에어의 보컬은 '더럽다'.
기본적으로 그가 좋아하는 음악 성향은 소울 알앤비다. 그를 음악에 빠지게 해준 건 마이클 잭슨 앨범이다. 기억이 나기 전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남의 집 생황을 했던 그는 어느 날 옆집에서 들리던 노래 소리가 너무 좋아서 자기도 모르게 문을 열고 들어가 테이프를 들고 나왔는데 그게 1991년 나온 '데인저러스(Dangerous)'다. 그 음악들로 힘든 시기를 이겨냈다. 테잎은 늘어지고 CD는 깨져서 15번 넘게 샀다.
그만큼 많이 산 앨범이 하나 더 있는데 솔리드 정규 2집이다. 얼마나 좋아했냐면, 중학교 시절 무작정 정재윤에게 자신이 가수를 해야 하는 이유를 적은 장문의 메일을 보냈고 당시 미국에 머물던 정재윤은 답장을 보내 자신의 매니저 번호를 알려줬다. 이결은 노래방에서 오디션을 봤고 다음날부터 연습하러 오라는 말을 들었다. 여러 일이 생겨 가지 못하게 됐지만 그 정도로 솔리드의 음악을 좋아했다.
곡 작업까지 직접 하는 이결은 가창력을 뽐내기 위한 곡보다는 자신의 감성을 오롯이 담는 곡들을 발표할 생각이다.
"보컬트레이너라고 가창력을 어마어마하게 보여줄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아마 '손만 잡고 잘게'를 들으시면 실망을 하셨을 지도 몰라요. 지르는 부분도 없으니까요. 그런데 전 그러고 싶었어요. 색깔 있는 음악을 하고 싶었어요. 온에어로 내는 음악은 아마 더 마니아적일 거예요. 그리고 제가 추구하는 건 질이 좋은 음악 부자의 느낌보다 배고프고 약간은 모자르지만 정이 가고 듣고 싶은 음악이에요."
조이뉴스24 /정병근기자 kafk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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