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정훈(롯데 자이언츠)은 지난해를 결코 잊을 수 없다. 정규시즌에서 8위에 그친 팀 성적에 대한 아쉬움은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프로 데뷔 후 최고 성적을 냈기 때문이다.
정훈은 135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486타수 146안타)을 기록했다. 프로 입문 후 거둔 첫 3할 타율이다.
타율 뿐 아니다. 정훈은 9홈런 62타점 16도루를 기록하며 세 부문에서도 KBO리그 데뷔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주전 도약, 흘린 땀은 외면하지 않는다
정훈은 현재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우여곡절 있는 야구인생을 보냈다. 첫 소속팀은 롯데가 아니었다. 용마고를 나온 뒤 육성선수로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했다. 정식 선수는 아니었지만 일단 프로팀의 일원이 됐다.
하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다. 그 해가 가기 전 정훈에게 돌아온 건 방출 통보였다. 그는 현역으로 군입대를 했고 전역 후에는 자신이 나온 양덕초등학교에서 어린 후배들을 가르쳤다. 그대로 프로 선수에 대한 미련을 접나 싶었다.
새롭게 마음가짐을 다진 정훈은 지난 2009년 말 롯데에 다시 한 번 육성선수로 입단했다. 두 번째 도전이었고 이번에는 운도 따랐다.
2010시즌 정훈은 육성선수 꼬리표를 뗐다. 그리고 롯데에서 조금씩 자기 자리를 잡아갔다. 주로 2루수 백업으로 출전하다가 2013년 드디어 기회가 왔다. 당시 롯데는 주전 2루수 조성환(현 KBS N 스포츠 야구해설위원)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빠졌다.
정훈은 그 틈을 타 2루수로 자주 출전할 수 있었다. 그런데 타격이 발목을 잡았다. 낮은 타율은 아니었지만 그 해 기록한 2할5푼8리(341타수 88안타)는 조금은 아쉬웠다.

◆데뷔 첫 3할, 반짝 활약 아니다
정훈이 타격에서 제 기량을 선보인 것은 얼마 안된다. 물론 퓨처스(2군)리그에서는 일찌감치 재능을 인정받았다.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2군 코치 시절을 되돌아보며 "롯데 퓨처스팀과 경기를 치르면 정말 뛰어난 실력을 가진 선수가 있었다"고 했다.
김 감독이 꼽은 선수 중 한 명이 바로 정훈이다. 1군 첫 풀타임 시즌 정훈이 타격에 어려움을 느낀 이유 중 하나는 체력이었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면서부터 정훈의 배트도 무뎌졌다.
타격에 서서히 눈을 뜬 그는 2014년에도 3할 타율 달성을 눈앞에 뒀다. 그러나 2할9푼4리(477타수 140안타)에 그쳤다. 그 원인도 체력에 있었다.
정훈은 지난 시즌을 앞두고 절치부심했다. 오프시즌 훈련도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 그 결과가 첫 3할 타율을 이룬 값진 성과로 나타난 것이다.
거포와는 거리가 먼 정훈은 아직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하진 못했지만 2013년과 견줘 2루타 개수가 크게 늘어났다. 2013년 15개의 2루타를 쳤으나 2014년과 지난해는 각각 27개의 2루타를 기록했다. 2014년에는 3루타도 9개를 날렸다. 중장거리형 타자로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정훈은 타순을 가리는 스타일은 아니다. 2014년 당시 팀 지휘봉을 잡고 있던 김시진 감독은 정훈에게 리드오프 역할을 맡기기도 했다. 올 시즌 타순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새롭게 팀을 맡은 조원우 감독 역시 정훈의 타순을 고정하지 않고 상황에 맞춰 조정할 수 있다.
롯데는 팀 성적도 중요하지만 각 포지션별로 세대교체가 필요한 상황이다. 정훈이 주인이 된 2루수 자리 만큼은 그런 걱정을 덜어도 된다.
정훈에게는 올 시즌 두가지 목표가 생겼다. 2시즌 연속 3할 타율 달성과 함께 수비 실책 줄이기다. 그는 지난 시즌 "타격보다는 수비가 더 중요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기량이 궤도에 올라선 정훈이 공격과 수비에서 제몫을 해준다면 롯데는 지난 2012년 이후 다시 한 번 '가을야구' 진출에 대한 기대를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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