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혜림기자] 배우 김정태에겐 마주한 사람을 무장해제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김정태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영화나 방송에서 비춰진 그의 재치가 결코 연출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길지 않은 시간 안에도 쉽게 알 수 있다. 얼핏 날카로워보이는 인상 뒤엔 장난기 가득한 눈동자가 빛난다. 장난인지 진심인지조차 헷갈리는 농담들을 쉼 없이 치고 빠지는 그의 개그 센스는 듣는 이를 정신 못차리게 만들기 일쑤다.
놀라운 사실은 능청스러운 그의 장난에 쉼 없이 웃다 보면 어느새 김정태라는 사람을 향해 묘한 신뢰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잘은 모르겠지만 나쁜 사람은 아닐 것 같다'는 믿음, 논리적으론 설명할 수 없는 호감이 천천히 싹튼다.
'잡아야 산다'(감독 오인천, 제작 더퀸D&M)는 그런 김정태의 매력을 꽤나 잘 훔쳐볼 수 있는 영화다. 영화는 잘 나가는 CEO 승주(김승우 분)와 강력계 허탕 형사 정택(김정태 분), 학창 시절 친구였던 두 사람이 서로 으르렁만 대다 하나의 사건을 겪으며 의기투합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고등학생들에게 퍽치기를 당해 지갑과 휴대폰을 빼앗긴 승주와 총을 뺏긴 정택은 학생 4인방을 잡기 위해 나선다.

극 중 김정태는 정택 역을 맡아 코믹 연기를 소화했다. 스스로를 "건달 영화만 10년 해 온 배우"라고 소개하는 그지만 이번 영화에선 형사로 분했다. 정택은 친구 승주를 향해 열등감과 애정을 동시에 느끼는 인물. 고등학생 4인방과의 사건 후 덫에 걸린 듯 곤란한 상황들을 내리 만나게 되는 캐릭터다.
김정태는 '잡아야 산다'를 "소통에 대한 문제를 코미디로 풀어낸 영화"로 소개했다. 그는 "세대 간 소통이 단절됐다는 데에서 이 영화가 시작됐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영화 속 인물들은 결국 소통을 이루고 관계를 잘 이끌어나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각각 승주와 정택으로 분한 김승우와 김정태가 베테랑 연기자들이라면, 고교생 4인방 역을 맡은 빅스의 멤버 한상혁을 비롯해 신강우, 김민규, 문용석은 연기에 있어 생짜 신인이었다. 김정태는 이들과 호흡을 돌이키며 "현장에서도 젊은 친구들과 우리의 소통이 이어지곤 했다"고 말했다.
"OB와 YB들의 소통이었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우리의 의견을 끝까지 관철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하고요.(웃음) 함께 웃기도 하고, 조언을 해 주기도 했어요. 문용석이나 김민규 같은 친구들은 정말 신인이었거든요. 처음으로 카메라에 찍히는 사람이 상황에 적응하려면 그렇지 않은 이들과 호흡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촬영 기간이 길었다면 조금 더 소통했을텐데, 그렇지 못해 아쉬운 면도 있어요."

평소에도 친분을 이어왔던 김승우와 티격태격하는 친구로 분한 소감도 궁금했다. 김정태는 "김승우 형도 저에게 허물 없이 많은 이야기를 했었다"고 답하며 "친한 사이일수록 함께 작업하는 일이 조심스럽기도 한데, 서로의 스타일을 더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알렸다.
이어 "동료 배우로서 서로 의견을 편히 교환했다"고 덧붙인 그는 "평소 상대가 선배라 해도 연기할 때는 가감없이 의견을 내는 편"이라고 자신의 작업 소신을 설명했다.
"제 몫, 제가 해야 하는 부분이 있으니까요. 제게 주어진 부분은 나름대로 열심히 하려고 해요. 물론 결과는 관객이 정하는 거죠. 관객과 좋은 소통을 이룬다면 웃음으로 이어질테니 배우 개인이 영화 작업의 결과를 평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사람에게 여러가지 면이 있잖아요. 그것을 때에 따라 드라마틱하게 육화하는 것이 제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인간이 지닌 심층적 성격, 그 안의 다양함을 연기로 풀어내는 것이 배우라고 봐요."
최근 김정태에게 가장 많이 쏟아지는 질문은 아들 '야꿍이'의 안부에 대한 것들이다. 길을 나서면 지나치는 많은 이들이 대부분 아들의 안부를 물어온다. KBS 2TV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잠시 출연하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야꿍이'는 벌써 여섯 살 아이가 됐다.
김정태는 "야꿍이가 벌써 6살이니, 이제 심부름도 곧잘 한다"고 말한 뒤 "'야꿍, 불 끌까?'라고 하면 불을 끄고 오기도 한다"고 밝게 답했다. 그러면서도 "아빠가 나이가 많은데, 아이가 이제 6살이니 언제 크나 싶다"고 웃으며 덧붙였다.
한편 '잡아야 산다'는 지난 7일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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