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혜림기자] 딸을 잃은 남자의 앞에 어딘지 이상해보이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담담히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는듯 보이지만, 이들의 텅 빈 시선이 평범치 않다. 느닷없이 나타나는 사람들 중에는 죽은 딸을 연상시키는 소녀도 있다. 이 존재들은 남자의 무의식이 은폐했던 사건과 기억, 그 퍼즐을 맞추는 단서가 된다.
남자의 눈 앞에 나타나 그를 자극하는 이들은 유령이다. 영화는 정신과 의사이기까지 한 이 남자에게 분열적 징후가 나타나게 된 이유, 그를 꾸준히 찾아오는 유령 환자들의 정체, 그 뒤에 얽힌 진실을 긴장감 있게 쫓아간다.
21일 개봉한 영화 '백트랙'(감독 마이클 페트로니, 수입 ㈜수키픽쳐스)은 죄의식과 공포가 빚어낸 기억의 왜곡, 그리고 그 빈틈을 타고 얽힌 반전을 그린다. 자꾸만 나타나는 스산한 분위기의 사람들을 통해 주인공 피터가 충격적인 기억과 마주하게 되는 추리 공포영화다.

자동차 사고로 딸 이비를 잃은 피터는 우울한 일상을 이어간다. 당시의 상황과 사고 순간 자신의 모습을 파편적으로만 기억하는 피터는 소실된 기억을 떠올려내기 위해 애를 쓰지만 쉽지만은 않다.
그러던 중 피터를 찾아온 말 못 하는 소녀는 암호처럼 알 수 없는 흔적들을 남기고 떠나길 반복한다. 소녀의 단서를 토대로 추리를 이어간 끝에, 피터는 잊은 줄도 모른 채 잊고 있었던 1987년 열차사고를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소녀를 비롯해 자신을 찾아온 환자들, 즉 유령들이 모두 이 사고에서 희생된 이들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백트랙'의 관람 포인트는 매끄럽게 직조된 반전, 그리고 배우 애드리언 브로디의 연기다. 마이클 페트로니 감독은 이 영화를 "'식스센스'의 오마쥬"라고 밝혔다. '백트랙'과 '식스센스', 두 영화의 사이에는 유령들과 아이의 등장, 남자 주인공의 심리적 방황, 극 내내 이어지는 서스펜스 외에도 충격적 반전이라는 교집합이 있다.
다만 반전의 얼개는 다르다. '식스센스'의 개봉 이후 '브루스 윌리스가 귀신'이라는 스포일러가 많은 미관람자들에게 허탈감을 안겼다면, '백트랙'의 경우 단 한 마디로 반전을 압축해내긴 어렵다. 하나의 반전 이후 밝혀지는 또 다른 사실, 이어지는 크고 작은 반전들이 서사의 긴장감을 꾸준히 지탱하기 때문이다. 자극적인 호러 신이 없음에도 '심장이 쫄리는' 느낌을 받기 충분하다.
피터 역의 애드리언 브로디는 절제된 연기로 몰입을 돕는다. 딸을 잃은 뒤 힘겹게 아이의 이름을 부르는 장면은 초반부터 관객의 마음을 노크한다. 쪼개져 왜곡됐던 기억의 퍼즐을 맞추는 표정, 자신의 트라우마에 얽힌 충격적 진실을 마주하는 장면도 군더더기 없는 감정 연기로 완성됐다.
사실, 애드리언 브로디의 연기를 평하는 일 자체가 무의미해보이는 구석이 있다. 그는 지난 2003년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영화 '피아니스트'로 최연소 29세의 나이에 제75회 아카데미시상식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인물이다. 같은 해 제60회 골든글로브 드라마 부문, 제37회 전미비평가협회상, 제56회 영국아카데미시상식에서도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한편 영화를 연출한 마이클 페트로니 감독은 영화 '책도둑' '나니아 연대기: 새벽 출정호의 항해' 등의 각본을 맡은 이력이 있다. '백트랙' 작업에서는 각본과 연출을 모두 맡았다.
'백트랙'은 오늘(21일) 개봉해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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