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기자] 서강준에게 tvN '치즈인더트랩' 여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백인호의 옷을 입고 다양한 감정을 만났다. 설렘도 있었고 외롭기도 했다. 우리가 몰랐던 서강준의 얼굴이 있었다. 서강준이 보여준 청춘은 눈부시게 푸르렀고, 또 애달팠다.
아마 드라마가 안팎의 논란에 시달리지만 않았다면, 서강준의 '인생작'이 되지 않았을까. 일련의 잡음 속에 묻히기엔, 백인호에 녹아든 서강준의 연기도, 그 진심도 안타깝다.

tvN '치즈인더트랩'이 종영한지 몇 주가 흘렀다. 서강준은 갈색 머리를 까맣게 염색했고, 정글을 다녀온 탓에 피부는 조금 까무잡잡해졌다. 서강준에 드라마를 훌훌 털었냐고 묻자 "머리를 바꾸면서 백인호와 이별한 느낌이다"고 말했다.
서강준은 '치즈인더트랩' 논란을 에둘러 피해가지 않았다. 다만 "애정을 갖고 만들어서 소중한 작품이다. 그 마음이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진심을 꾹꾹 눌러담아 이야기 했다.
"시간을 되돌려 '치인트'를 다시 하라고 해도 할 것 같아요. 논란보다 값진 것들을 많이 얻었어요. 다시 시간을 되돌려도 다시 백인호 역할을 하고 싶어요. 인호와 가까워지려고 노력했고, 친한 친구가 생긴 느낌이에요. 연기할 때도 재미있었지만, 하고 나서도 소중한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많은 분들이 드라마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는 것 같은데, 작품을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서강준은 백인호를 '친구'라고 표현할 만큼 애정을 듬뿍 담아 연기했다. 백인호와 마주한 첫 시작은 부담이었다. 원작 속 매력적인 인물이었던 백인호에 캐스팅 되던 그 순간부터 의구심 가득한 시선을 받았다. 아직은 연기 경험이 많지 않은, 착하고 여리여리한 꽃미남 이미지가 강했던 서강준에게서 백인호를 떠올리기란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 서강준은 그 간극을 메웠고, 백인호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연기하며 호평 받았다.
"제가 본 인호는 거친 모습이 귀여웠어요. 좀 더 나이도 있어야 되고 연륜도 쌓여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캐스팅 때 '쟤가 왜 백인호야. 와일드한 것이 어울리겠어'라는 시선이 많았어요. 저 역시도 인호와 성격과 이미지가 달라 걱정을 했어요. 그래도 배우로서 이미지가 편향되는 건 좋지 않으니 깨고 싶었어요. 이미지를 바꿀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났다는 게 너무 감사하죠."

많은 이들은 '치인트'에서 유정과 홍설, 인호의 삼각관계에 초점을 맞췄지만, 정작 서강준의 관심은 러브라인이 전부가 아니었다. 늘 혼자였던 인호가 아팠고, 안쓰러웠다고 했다. 백인호가 성장하는 모습에선 서강준 본인의 모습이 투영됐다.
"인호가 잃었던 꿈을 찾아갈 때 희열을 느꼈어요. 인호에게 피아노의 의미가 나에겐 연기잖아요. 저 역시 꿈을 잃었으면 인호와 비슷한 입장이지 않았을까요. 너무 공감이 됐죠. 인호가 피아노를 다시 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는데, 그게 이루어져 참 다행이었죠."
서강준은 "인호에게 '이제는 편안하게 살으렴. 평범하게 사는게 최고야'라고 이야기 해주고 싶다"고 했다. 이는 서강준 스스로에게 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했다. 연기자 자체가 어찌보면 특별한 직업이긴 하지만, 주어진 자리에서 열심히 연기하며 사는 평범한 연기자가 되고 싶은 싶은 것이 그의 꿈이기도 했다.
백인호에 대한 설렘과 애정으로 시작한 '치인트'였지만, 달갑지 않은 논란을 마주하기도 했다. '치즈인더트랩'의 주연 배우의 분량 문제부터 원작자와의 마찰, 그리고 연출자의 사과까지 그야말로 시끌시끌했다. '백인호앓이'를 일으켰던 서강준에 곱지 않은 시선도 날아들었다.
서강준은 "그 또한 받아들이려고 했다. 드라마에 대한 기대와 방향성이 있었을 텐데, 다르게 나오니까 실망을 했던 것 같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일도 생긴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서강준에게 드라마 끝난 이후 요즘 관심사를 물었더니 '야경'이라는 뜻밖의 대답을 내놓는다. 서강준은 "혼자 석양과 야경을 보며 마음을 달랜다. 그 시간만은 힘든 것들이 멈춘다"고 말했다. 그 안에 많은 의미가 내포됐다.
이제 스물넷. 연기에 대한 자신감을 잃었던 적도, 방황한 적도 있었다. 크고 작은 일들을 겪으며 서강준은 단단해졌다. 그는 "주변 반응에 일희일비 하지 않으려 한다. 눈앞에 둔 작품도 집중하지 못하고 수렁에 빠지게 되더라.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강준은 벌써 다음 작품을 가슴에 담고 있다. tvN '안투라지'가 차기작이다. 새로운 도전은 두렵지만, 넘어지고 부닥치다보면 그가 꿈꾸는 연기자에 또 한발짝 다가서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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