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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탈자' 임수정, 이 배우가 사는 법(인터뷰)


"여배우이지만 개인의 삶도, 여자 임수정도 중요해"

[권혜림기자] "운명대로 살아갈 것 같다"고 말하는 배우 임수정의 표정에서 언뜻 작은 미소가 스쳐지나갔다. 과거로 돌아가 뭔가를 바꿀 수 있다면, 그래서 다른 현재를 만날 수 있다면 무엇을 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그의 답은 의외로 간결했다. 하지만 과거를 바꿔버린 뒤 과연 원하는 현재를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짧은 답 안에서도 분명히 느껴졌다. "과거를 바꾸고 나면, 이 현재도 내가 원하는 현재가 아닐 가능성이 많지 않겠나. 아무것도 바꾸지 않고 주어진 순명대로 살 것 같다"는 그의 대답에는 배우로, 인기 스타로, 때로 평범한 여성으로 보내 온 10여 년의 시간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녹아있었다.

'시간이탈자'(감독 곽재용, 제작 상상필름)는 임수정 뿐 아니라 관객에게도 시간과 사랑, 삶에 대한 고민을 던져줄 법한 영화다. 결혼을 앞둔 1983년의 남자 지환(조정석 분)과 강력계 형사인 2015년의 남자 건우(이진욱 분)가 우연히 서로의 꿈을 통해 사랑하는 여자(임수정 분)의 죽음을 목격하며 시작되는 이야기다.

영화에서 임수정은 1983년과 2015년을 각각 살아가는 두 인물 윤정과 소은 역을 맡아 1인2역을 소화했다. 두 남자 배우 조정석, 이진욱과 함께 서로 다른 두 시대를 연기했다. 극 중 사건의 중심에 뛰어들어 고군분투하는 이들은 남성들이지만, 임수정이 연기하는 두 인물은 두 남성들에게 행위의 동기를 제공하는 첫 번째 이유가 된다.

충무로에 여자 배우들이 설 무대가 좁아지고 있다는 지적 아래서도, 임수정은 제 역할을 찾아 충실히 수행해왔다. 무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영화 연기에만 몰두했다. 영화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시간이탈자'의 개봉을 앞두고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임수정은 "여배우들은 큰 영화에서 보여지는 기회가 적다"며 "여기에서도 저기에서도 어울리는 역을 하고 싶다고, 다른 영역에서도 연기를 하고 싶다고 일찌감치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저예산 영화도 한 적이 있고, 아는 감독님 때문에 독립영화에 출연하기도 했어요. '저예산'으로 불리는 영화보다 더 작은 독립영화요. 단편영화제의 심사위원을 맡았던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였어요. 새로운 영화 감독들, 어마어마한 인재들이 많더라고요. '아직 한국 영화가 죽을 일은 멀었다'고 생각했죠. 일부러 그런 경험들을 하려 해요. 영화를 너무 좋아하니까요. 어찌보면 현실은 점점 좁아지고 있는데, 10년 간 미련하게 영화만 찍어왔어요.(웃음) 분위기가 전환되는 시기가 올 거라고 믿어요."

임수정은 "여배우로 15년 정도를 지내오면서 한결같이 제게 남아있는 모습이 있다면 너무 감사한 일일 것"이라며 "내 안에 아직 소녀성이 있는 것 같기는 하다"고도 밝게 말했다. 최근 본 가장 아름다웠던 광경을 묻는 질문에 반포 꽃시장을 찾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활짝 웃는 그의 표정은 소녀의 미소와 다르지 않았다.

프랑스에서 활동한 배우 겸 가수 제인 버킨은 임수정이 닮아가고 싶은 인물들 중 한 명이다. 몇 년 전 제인 버킨의 월드 투어 공연을 관람했던 기억을 돌이키며, 임수정은 "예순이 넘은 아티스트인데도, 너무 너무 사랑스럽고 귀엽고 섹시한데다 에너지가 좋더라"며 "프랑스 문화 특유의 것들 때문에 여성들이 나이가 들어도 자신이 지닌 여성성을 잃지 않을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그의 모습을 보며 '나도 저렇게 나이들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자신의 나이듦을 자연스럽게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려 하는 임수정의 태도는 최근 그의 SNS를 통해서도 드러났다. 꾸밈 없는 민낯 사진을 게시했던 그는 일부 네티즌의 부정적인 반응에 차분하고 솔직한 글로 답했다. 인터뷰를 통해서도 임수정은 "누구나 나이가 든다. 내가 가정을 갖게 되든 아니든, 아티스트를 하든 아니든, 여자로 남고 싶은 마음은 있다"고 입을 열었다.

"20대만큼은 아니겠지만 아직은 제가 예쁘고 젊다고 생각해요. 마음과 뇌는 마냥 어리지 않으니, 그런 모든 것이 주어진 30대가 감사하더라고요. 온전하게 나만을 위해 이기적으로 지내고 싶을 수도 있고, 시간이 지나면 동반자를 만나 가정을 이룰수도 있겠죠. 삶을 그렇게 꾸리고 싶어요. 여배우도 여배우지만, 개인의 삶, 여자 임수정도 중요하다는 거예요. 조화롭게 사는 과정을 겪고 있고 지금도 그 안에 있어요."

하이틴스타로 데뷔해 쉴 틈 없이 연기 활동을 이어왔던 임수정은 "20대에는 일밖에 몰라 커리어만 쌓았는데, 30대에는 여유를 가지고 활동하니 노출 빈도는 적어지더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조화롭게 사는 법을 알게 됐으니, 일도 자주 하고 SNS도 하면서 팬들의 마음도 위로해주고 싶다"고 밝게 말했다. 지난 10여년 간 출연하지 않았던 드라마 작업에도 마음을 열었다는 것이 임수정의 고백이다.

"배우는, 연기할 수 있는 무대가 있다면 하는게 맞는 것 같아요. 제가 어떤 연기를 어떻게 하는지, 영화를 찾아서 보는 사람이 아니라면 10대나 20대는 잘 모를 것 같더라고요. 그렇다면 TV 드라마에선 볼 수 있는 것이잖아요. '미안하다, 사랑한다'가 벌써 10년 전이니, 정말 오래됐죠. 좋은 드라마 작품도 만나고 싶어요."

한편 '시간이탈자'는 오는 13일 개봉한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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