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노그라피, 그 이상의 흥분이라는 포스터 문구를 내건 박재호 감독의 <썸머 타임>은 구멍에 관한 이같은 사회학적 인식을 기반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최초로 동성애라는 문제를 진정성을 가지고 따스한 시각으로 담아낸 <내일로 흐르는 강>과 파격적이고 도착적인 성행위로 화제를 모았던 <쁘아종>을 세상에 내놓은 바 있는 박재호 감독의 의도는 표피적인 성 정치학과 더불어 스토리 구조의 허술함, 그리고 배우들의 미숙한 연기 등으로 성공했다고 보기 힘들다.
그렇다고 관음증을 집요하게 파고 들지도 않는다. 카메라는 육체의 곡선을 탐미하지 않기 때문이다. 관객들은 룰라의 멤버로 활동했던 가수 김지현의 파격 노출만을 감상할 수 있을 뿐이다.

1.85대 1 아나몰픽 와이드스크린으로 제공되는 화질은 극중 상호가 거주하는 2층 마루 바닥의 칙칙하고 거친 질감의 디테일이 약간 부족한 점을 제외하고는 나쁜 수준은 아니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제공하는데, 목공소 앞마당의 오후와 밤 장면에서의 각종 소음 등은 이 영화의 시간 배경과 함께 채널 분리도를 판단할 수 있게 한다.
좌우 프론트 스피커에서는 매미 울음과 개 짖는 소리, 어디선가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 등이 들리고, 좌우 리어 스피커에서는 새 소리 등이 인근에 산이 있음을 짐작케 한다. 그러나 센터를 통해 나오는 대사음에 비해 프론트와 리어의 사운드가 너무 미약해 ‘썸머 타임’이라는 시간적 배경과 현장감을 잘 살리지 못하고 있다.
정사 장면에서는 좌우 프론트 채널을 통해 귀뚜라미 울음과 개 짖는 소리가 들리는데, 이 또한 미약해 센터의 신음 소리에 묻혀 버리고 만다. 드라마 장르의 특성상 우퍼는 잔잔한 배경 음악이 흐르는 일부 장면에서만 있는 듯 없는 듯 사용됐을 뿐이다.
서플먼트는 최근 출시되는 한국 영화 DVD 타이틀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빈약하다. 촬영 현장을 다큐멘터리 식으로 보여주는 ‘썸머 스토리’를 비롯해 영화계에 처음으로 발을 디딘 룰라 김지현과의 5분 분량의 인터뷰를 ‘구멍에서’라는 부록으로 제공한다.
<썸머 타임>이라는 영화는 그 제목과는 달리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제작됐다는 사실을 ‘썸머 스토리’를 통해 알 수 있다.
이외에 베드신 모음, 뮤직 비디오, 그리고 포스터 촬영현장을 감상할 수 있는 갤러리 등이 부록으로 제공된다. 서플먼트와 관련해 한 가지 지적할 점은 일부 부록(베드신 모음 & 그녀)은 중복됐고, 어떤 부록(구멍에서 & 그녀)은 제목과 내용물이 서로 뒤바뀌었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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