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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버팀과 공감으로 쌓은 연기의 시간, 배우 채시현


“무대 위에서는 그 무엇이라도 꿈꿀 수 있다.”

[조이뉴스24 박상욱 기자] ■ 어떤 색이든 담아내는 배우

“저는 어떤 색이든 편견 없이 새로운 색을 입힐 수 있는 흰색 같은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배우이자 연출가인 채시현은 그렇게 말했다. 서울예대 연극과를 졸업하고, 2003년 영화 아리랑으로 데뷔한 그녀는 어느덧 22년 차 배우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대신, 그녀는 조용히 무대와 호흡하며 자신의 시간을 쌓아왔다. “오늘은 어제보다 조금은 더 잘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저를 버티게 했어요.” 그녀는 말한다. 그 믿음은 단순한 낙관이 아니라, 매 작품마다 스스로에게 다짐한 ‘공감’의 약속이었다.

배우 채시현 [사진=클립로드]

“무대 위에서는 수백 명이 저를 쳐다봐도 괜찮아요. 그런데 이상하죠, 무대 밖에서는 누군가 저를 쳐다보면 얼굴이 빨개지거든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내성적인 성격이지만, 무대 위에서는 누구보다 자유롭다. 백지 위에 어떤 색이든 담아낼 수 있는 사람, 그게 배우이자 연출가 채시현의 본모습이다. “무대 위에서는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발견해요. 그리고 관객이 바라봐주는 시선이 저를 다시 살아 있게 만들죠.”

■ “공감이 되지 않으면 연기를 할 수 없어요”

채시현의 무대 위 철학은 ‘공감’이다. “저는 작품을 분석하기 전에 감정을 먼저 공감하려고 해요. 그 인물의 감정이 납득되지 않으면 대사 한 줄도 진심으로 나올 수 없거든요. 그래서 비슷한 경험이 없다면 제 인생에서 가장 가까운 감정을 끌어내요. 혼자 울어도 보고, 화도 내보면서요.” 그녀에게 연기는 기술이 아니라 진심의 문제다. “기술로만 연기하면 관객들은 잘 모르겠지만, 그게 진짜가 아니라는 것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연기는 결국 진심이에요. 그래서 무대에 오르기 전엔 늘 집중하려고 해요. ‘나는 누구다, 나는 그 사람이 된다’는 다짐으로 무대에 오르죠.”

연극 슈만의 한 장면 (클라라슈만역) [사진=클립로드]

■ 버텨온 22년, 믿음 하나로

20년 넘게 무대와 카메라를 오가며 연기했지만, 그녀는 스스로를 “아직 무명 배우”라 말한다. 그러나 그 말 뒤에는 지치지 않는 단단함이 숨어 있다. “어제와 오늘을 버텨낸다면, 분명 내일은 보다 더 나아진 연기를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어요. 단순한 낙관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겠다는 제 자신과의 약속입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한계에 다다라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어찌 알고 귀신처럼 연락이 와요. 마치 ‘아직은 그만두지 말라’는 신호 같아요.” 그녀는 그렇게 22년을 버텼다. 관객의 박수보다, 스스로의 신념으로 자신을 세운 배우. 그 신념의 이름은 ‘공감’이자 ‘믿음’이었다.

채시현 연출의 공연 더 맨 얼라이브 <초이스> 공연 포스터 [사진=클립로드]

■ “연기란, 누군가의 감정을 공감하여 표현하는 일”

오랜 고민 끝에 그녀가 내린 결론이다. “연기는 그 사람의 감정을 공감해서 표현하는 일이에요. 관객이 내 연기를 통해 그 당시의 ‘상황과 심정’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제가 존재하는 이유인 거죠.” 짧지만 그녀의 모든 철학이 담긴 문장이다. 특히 뮤지컬 무대에서는 노래와 연기가 하나가 되어야 한다. 노래에 집중하면 감정이 놓치고, 감정에 빠지면 음이 흔들린다. 그 균형을 찾는 일은 여전히 어렵지만, 그녀는 그 어려움 속에서 배우로 연출가로 성장했다.

■ “먼저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버텨내야 합니다.”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을 묻자 그녀는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먼저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해요. 그리고 아무리 어려워도 버텨내야 해요. 그렇게 온전히 버티면 언젠가 반드시 기회가 찾아와요.” 현실적이고 단단한 그리고 따뜻한 무게가 실려있는 말이라 생각했다. 채시현은 스스로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을 쉽게 내뱉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는 현실 속의 고단함과 이상 사이에서 수없이 부딪혀본 사람이다.

뮤지컬 오캐롤 커튼콜 장면 [사진=클립로드]

■ “연기 잘하는 멋진 배우로 늙고 싶어요. 욕심일까요!”

그녀의 마지막 말은 단순하지만 진심이었다. “모든 배우들이 그렇겠지만 저 역시도 늙어 죽을 때까지 연기하고 싶어요. 그렇게 하기 위해서 저 정말 열심히 살아내고 있어요.”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그렇게 말하던 순간, 기자는 깨달았다. 채시현의 연기는 ‘완성된 기술’이 아니라 ‘끝없는 진심의 과정’이라는 것을. 무대 위의 그녀는 여전히 흰색이다. 어떤 색이든, 어떤 감정이든 담아낼 준비가 되어 있는...

배우이자 연출가 채시현의 인터뷰는 화려한 문장 대신 진심으로 남는다. 그녀는 연기를 통해 자신을 증명하기보다, 매 순간 ‘공감’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려 한다. 그 진심이 무대 위에서 계속 반짝이길 바란다.

/수원=박상욱 기자(sangwook@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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