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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人]② '굿보이'로 증명한 믿음⋯오정세의 '버릴 수 있는 용기'


(인터뷰)배우 오정세, JTBC 토일드라마 '굿보이' 빌런 민주영 役 열연
늘 고민하고 노력하고 준비하는 배우⋯"전작의 색깔 안 묻어나도록"
"자책보다 더 잘할 수 있는 밑거름으로⋯연기 오래하고 싶다"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오정세는 인터뷰 때마다 해당 작품의 메시지가 적힌 로또를 건넨다. 이번 '굿보이' 인터뷰에선 "참 많은 정의가 참 많은 악을 이기길 바라봅니다"라는 글귀가 로또 뒷면을 가득 메웠다. 여기에 더해 "1등 돼서 1년만 쉬시길"이라는 바람도 담겼다. 당첨이 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일주일을 기분 좋게 만드는 힘이자 마음이다. 이는 비단 로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연기에 임하는 자세와 타인을 대하는 태도 역시 선하고 올곧아서 조금만 대화를 나눠봐도 '참 좋은 사람이자 배우이구나'라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탄탄한 연기력 그 이상의 '믿음'이 가득한 배우. 그래서 "오래 연기하고 싶다"라는 그의 바람처럼, 정말 오래도록 오정세의 작품을, 연기를 볼 수 있길 진심으로 응원하게 된다.

지난 20일 종영된 JTBC 토일드라마 '굿보이'(연출 심나연, 극본 이대일)는 특채로 경찰이 된 메달리스트들이 메달 대신 경찰 신분증을 목에 걸고 비양심과 반칙이 판치는 세상에 맞서 싸우는 코믹 액션 청춘 수사극이다. 박보검과 김소현, 이상이, 허성태, 태원석, 오정세, 이호정, 정만식 등이 열연했다.

배우 오정세가 프로필 사진 촬영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프레인TPC]
배우 오정세가 프로필 사진 촬영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프레인TPC]

오정세는 각종 범죄로 인성시를 장악한 배드보이 민주영 역을 맡아 살벌한 연기력으로 절대악의 존재감을 강렬하게 남겼다. 낮고 고요한 목소리 톤, 무표정한 얼굴과 눈빛으로 캐릭터의 공포감을 더욱 극대화시켜 피도 눈물도 없는 빌런을 완성했다. 회가 거듭될수록 더욱 잔혹해지는 악역의 민낯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동시에 폭발적인 아우라로 지금껏 본 적 없는 차별화된 악인을 탄생시켰다.

"착하게 태어난 게 아닌 착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의 노력이, 드라마 안에서도 현실에서도 결국은 빛을 발하길 바란다"라고 말한 오정세는 "정의만으로 꽉 채운 세상을 만들기란 참 힘들겠지만 그래도 참 많은 정의가 참 많은 악을 이기길 바란다"라고 '굿보이' 민주영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통해 깊은 울림을 남겼다. 다음은 종영을 앞두고 오정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굿벤져스'는 따로 단톡방이 있다고 하던데, 혹시 단톡방 활동하는 것이 있나?

"저는 없다.(웃음) 인터뷰하면서 알았는데, 그게 전혀 서운하지 않고 제가 있으면 더 불편할 거다. 저는 저만의 단톡방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웃음) 사실 다른 작품도 기억나는 것이 없다. 있어도 적극적으로 활동하지 않는 편이다."

- 마지막회도 함께 보는 거로 알고 있는데, 첫 회는 팬들과 영화관에서 다같이 봤지 않나. 드라마 같은 경우엔 기대작이 아니면 그렇게 하기 쉽지 않은 일인데 이 또한 새로운 기억일 것 같다.

"제가 느낀 것처럼 나와서 되게 좋았고, 월드컵을 단체로 보는 느낌이었다. 혼자 볼 때보다는 관객들과 같이 보니까 시너지가 더 생긴다. 맨홀 뚜껑을 던지고 각자의 기술이 나올 때는 기립박수도 나왔다. 그래서 월드컵 보는 것처럼 신났던 기억이 있다."

배우 오정세가 프로필 사진 촬영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프레인TPC]
배우 오정세가 프로필 사진 촬영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프레인TPC]

- 남자 배우들도 하기 힘든 액션을 김소현 배우가 잘 소화를 했다고 생각하는데, 후반부에 한나(김소현 분) 머리채를 끌고 가는 장면이 있지 않나. 특히 더 조심스러웠을 것 같은데 어떻게 촬영했는지 궁금하다.

"아무래도 더 조심할 수밖에 없다. 무술팀이 많이 도와주셨다. 저는 계속 누르라고 말씀을 하셨다. 제가 끄집어 당기는 것이 아니라 저는 계속 누르고 한나는 올라오고 그런 느낌으로 연기해서 안전하게 촬영했다. 합 같은 것도 조심조심해서 맞추고, 저뿐만 아니라 모두가 다 그렇게 조심해서 촬영했다."

- 액션 연기를 더 본격적으로 해보고 싶지는 않나?

"예전에는 액션 연기 욕심이 컸는데, 어느 순간 욕심을 버리게 됐다. 조금 덜 나오고 안전함을 추구한다. 예전엔 내가 이렇게 한 대 맞더라도 더 리얼한 걸 추구했다면, 지금은 약간 어설프더라도 안전을 먼저 생각한다. 액션을 찍으면서 봐온 사고가 있다 보니, 욕심 한번 냈다가 작품에 마이너스 생기는 것이 더 큰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 '저기에선 안전이 더 우선시되는 것이 낫지 않나?' 싶어서 최대한 무술팀 지도하에 안전함을 추구하게 됐다."

- 오정세 하면 여전히 코믹함을 먼저 생각하지만, '모범형사'나 '악귀', 그리고 이번 '굿보이'처럼 진지하고 건조한 캐릭터나 악인의 얼굴도 꽤 많았다. 이미지를 깨고 새로운 얼굴을 장착하는 것도 참 좋다는 생각이 든다.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은데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인 것 같다. 저는 색깔이 입혀지는 것이 싫었다. 코미디면 코미디, 악역이면 악역이라고 각인이 되는 것이 싫어서 깨고 싶다. 그 전의 색깔이 잘 안 묻어나게끔 하려고 노력한다. 제 노력과 무관하게 누군가에겐 각인이 될 거다. 그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계속 그런 노력을 길게 해야 하지 않나 싶다."

- 만족도는 얼마 정도 되나?

"보통 점수가 몇 점인지 모르겠지만, 75점이라고 한다면 그 보통을 길게 유지하고 싶다. 높은 점수는 아닐 수 있지만, 오래가는 건 어렵다고 생각한다. 이 만족도를 오래 가져가고 싶은데, 만약 지금의 만족도가 90점이라고 하면 앞으로 갈 때 숨 막힐 것 같다."

배우 오정세가 프로필 사진 촬영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프레인TPC]
배우 오정세가 JTBC 토일드라마 '굿보이'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SLL, 스튜디오앤뉴,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 올 초에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가 나왔고, 영화 '하이파이브'도 개봉이 됐다. '굿보이'까지 연달아 나오면서 상반기에만 엄청난 활약을 했는데, 앞으로는 어떤 계획이 있나?

"'와일드씽'이라는 작품을 다 찍었고 내년 개봉 예정인 걸로 안다. 비운의 발라드 가수이고 희극적인 인물이다. 노래를 못해서 현장에서 어렵긴 했는데 잘 만들어주실 거라 생각한다. 또 하반기엔 디즈니+ '북극성'이 나온다. 지금은 새로운 작업을 하려고 얘기 중이다."

- '폭싹 속았수다' 같은 경우 분량에 비해 임팩트는 상당했다. '역시 오정세'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찰떡 캐릭터였는데 너무 짧아서 아쉬웠다.

"저는 그것보다 더 작은 역할, 혹은 대사 없이 지나가는 역할이라도 행복하게 했을 것 같다. 첫 대사부터 좋았다. "순애 왔어?", "애순이야" 이 두 마디로 제 캐릭터가 다 된다고 생각했다. 대본에 다 잘 쓰여 있어서 누가 해도 잘했을 거다."

- 코믹 연기라는 건 재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장 어려운 연기가 코믹 연기라고 할 정도인데, 그렇게 기가 막히게 잘 살리는 비결은 무엇일까?

"병철이는 처음 들었던 생각은 한량이고,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생각했을 때 '일단 누워야겠다'였다. 모든 대사, 모든 신에서 최대한 누워 있었다. 이사 갈 때도 누워 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연기했다."

- 또 다른 영업 비밀이 있다면 하나만 더 공개해 달라.

"진짜 고민을 많이 하고 많은 준비를 해서 가는데, 그 준비한 걸 다 버릴 용기까지 같이 가져간다. 내가 준비한 것을 다 구현하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면 독이 되는 것 같다. 준비한 것이 찰떡이면 그걸 하겠지만, 그게 다 필요가 없다면 그걸 다 버릴 용기가 필요하다."

배우 오정세가 프로필 사진 촬영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프레인TPC]
배우 오정세가 JTBC 토일드라마 '굿보이'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SLL, 스튜디오앤뉴,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 언제부터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가?

"단편 영화를 할 때니까 꽤 오래전부터 그랬다. 저는 잘 울지 못해서 그게 어려운 사람인데, 어떤 단편 영화를 찍는데 펑펑 울어야 하는 신이었다. 그때는 필름으로 찍을 때라 테이크마다 되게 긴장했다. 우는 것을 표현해야 하는데 방법을 모르니까 3안까지 준비했다. 1안은 이 사람의 서사를 만들어서 준비한 대로 우는 거고, 두 번째는 1안이 안 됐을 때 다 버리고 현장 호흡을 통해서 연기하는 것이고, 세 번째는 누군가에게 부탁해서 실제 통화해서 해보는 거였다. 세가지 다 안 됐다. 결국 못 울고 끝났다. 꾸역꾸역 어떤 연기든 했겠지만, 이게 답이다 하는 건 못 찾았다. 내가 준비한 것에서 답을 찾아야 하지만, 안 찾아질 수도 있는 것이 이 직업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래서 많이 준비하되 내가 준비한 것에서 정답이 없을 수도 있으니 다 버릴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거다."

- 그럴 땐 상심하게 되지 않나? 심적인 부분에서 어떻게 극복하나?

"그냥 받아들이는 거다. 예전에 어떤 영화에서 연기를 못해서 통편집됐다. 지방에서 그 신을 찍고 오면서 속으로 '제발 통편집 되길'이라고 했다. 오늘 100명의 스태프 앞에서 연기를 못해서 망신을 당했지만, 이게 개봉되면 100만 명은 이걸 볼 텐데, 제발 편집이 되길 바라면서 왔다. 다행히 편집됐다. 만약 편집이 안 되더라도 제가 못해서 망신을 당하는 거니까 '다음에 더 잘해야지'하는 밑거름으로 쓸 수 있는 거다. 아쉬운 걸 계속 자책하고 힘들어하면 제 살 깎아 먹는 일이다. 저는 이 일을 오래 하고 싶은데, 이렇게 해야 오래 할 수 있다."

- 마지막으로 '굿보이'는 어떤 의미의 작품으로 남을 것 같나?

"'굿보이'는 즐거운 오락드라마, 성장 드라마인데, 예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우리 옆에 있고 앞으로도 같이 살아갈 검은돈, 검은 권력, 괴물을 인식하며 살아야 한다고 질문을 던질 수 있었던 작품이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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