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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人]② '애마' 이하늬 "여성 소비되는 베드신 아냐, 과감하게 연기"


(인터뷰)배우 이하늬,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 톱스타 정희란 役 열연
"대체불가능한 배우 되고 싶어 노력, 연기가 가장 좋고 재미있어"
"방효린과 혼연일체 되는 느낌 주고 받으며 연기, 신 끝나면 안아주기도"
"진선규 양아치같은 연기에 모두가 박수, 독감에도 최선 다해"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출산 전 예민할 수도, 힘이 들 수도 있는 상황에서 '애마'를 위해 화상 인터뷰에 나선 이하늬는 연신 밝은 미소와 따뜻한 목소리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결혼, 그리고 엄마가 된 후 더욱 여유로워지고 편안해진 분위기의 이하늬다. 반면 연기에 대한 열정은 더욱 강해졌다. 장르, 캐릭터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며 변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하늬가 있어 '애마'라는 의미 있는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다.

지난 22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감독 이해영)는 1980년대 한국을 강타한 에로영화의 탄생 과정 속,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 가려진 어두운 현실에 용감하게 맞짱 뜨는 톱스타 희란(이하늬 분)과 신인 배우 주애(방효린 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천하장사 마돈나', '독전', '유령' 이해영 감독의 첫 시리즈 연출작이다. 이하늬와 방효린, 진선규, 조현철, 이성욱, 박해준, 이소이, 황성빈 등이 출연했다.

배우 이하늬가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배우 이하늬가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1980년대를 풍미했던 희대의 화제작 '애마부인'의 제작 과정을 둘러싼 비하인드와 당시 충무로 영화판의 치열한 경쟁과 욕망, 그리고 엄혹한 시대가 드러낸 야만성을 풀어냈다. 강력한 심의 규제로 표현의 자유조차 허락되지 않았던 모순이 가득했던 시대의 아이러니를 유쾌하면서도 절대 가볍지 않은 시선을 풀어내 깊은 울림과 여운을 남겼다.

이하늬는 80년대 최고의 배우 정희란으로 분해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를 완성했다. 희란은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당대 최고의 배우로, 더 이상의 노출 연기를 하지 않겠노라 다짐한 직후, 에로영화 '애마부인'의 시나리오를 받고 거절한다. 하지만 신성영화사와의 계약에 묶여 조연 에리카 역을 맡게 되고 애마 역 주애에게 동질감과 연민을 느끼면서 점차 각성, 자신의 목소리를 내게 된다.

이하늬는 화려한 의상과 헤어 스타일,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표정과 말투를 갖춘 희란을 통해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했다. 제스처부터 걸음걸이, 말투와 음의 높낮이까지 치열한 고민과 노력 끝에 80년대 톱스타를 완벽하게 표현했다. 또 야만의 시대, 주체적인 여성상을 탄탄한 연기력으로 그려내며 또다시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입증했다.

만삭인 상태로 제작발표회에 나설 정도로 '애마'에 대한 깊은 애정과 주연 배우로서 책임감을 드러냈던 이하늬는 작품 공개 전이자 출산 전 화상 인터뷰를 통해 '애마' 촬영 과정을 전했다. 이후 이하늬는 지난 24일 둘째 딸을 출산했다. 이하늬는 2021년 12월 2살 연상의 비연예인과 결혼해 다음 해 6월 첫 딸을 품에 안은 바 있다. 다음은 이하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배우 이하늬가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배우 이하늬가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 '애마부인'을 소재로 하고 있다 보니 극을 다 보기 전에는 자극적인 것에 먼저 초점이 갈 수도 있다. 그런 지점에서의 고민은 없었나?

"처음에 '애마'라고 얘기를 했을 때 덥석 제가 하겠다는 얘기는 안 나왔고, 대본을 주시면 읽어보겠다고 했다. 보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저는 재미가 중요한 사람이다. 대본을 봤을 때 후루룩 넘어가는 대본이 있고, 뭐라고 했더라 하면서 뒤로 돌아가는 대본이 있다. '애마'는 어떻게 2025년에 이걸 내놓으려고 했을까 싶은 작품이다. 감독님이 참 대단하고, 참 좋은 작가라는 생각을 하면서 대본을 봤다. 오히려 자극적인 것에 초점이 안 맞춰져서 할 수 있었다. 극에서 베드신이 나온다. 제 나름 과감한 베드신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여성을 소비적으로 베드신에 사용했다면 너무 불편했을 것 같다. 같은 장면이라도 어떤 앵글, 어떤 뷰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영화인데, 건강하고 무해하다. 그래서 과감하게 연기하고, 성에 대해서도 자유롭고 건강하고 캐주얼하게 얘기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 연회장에서 나온 정부 윗선, 전 대통령을 연상케 하는 부분 등 실제 인물을 떠올리게 하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부담이 되지는 않았나?

"픽션과 논픽션을 오가기도 하고, 드라마를 찍을 때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는 생각은 잘 안 한다. 부담을 느끼거나 하지는 않는다. 상징적인 것은 있을 수 있지만 그 사실을 재현한다기보다는 80년대 분위기를 희화하기도 하고 불편함을 주는 것도 있다. 연회장 신 같은 경우도 어떤 부분에서는 실제적이고 어떤 부분에서는 판타지 같다고 해석했다. 80년대의 가학적이고 폭력적인 것을 대변하는 장면이라 꼭 필요했다. 4부 초반 주애와 희란을 통해 드라마가 전환점을 맞게 된다. '애마'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작업이었고 그렇게 생각하고 연기했다."

- '애마'는 80년대 충무로를 배경으로 하다 보니 글로벌에도 통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국내를 넘어 글로벌에도 통할 수 있는 공감 포인트, 메시지가 있다면?

"로컬한 소재이지만 '애마'가 관통하는 지점은 투쟁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이다. 이런 일은 시대를 떠나 끊임없이 있다. 80년대 올림픽도 있고 새로운 세상이 왔다고 기대했지만, 세상은 여전히 똑같고 계속 살아가야 한다. 그래서 단단해져야 한다고 한다. 세상은 점점 더 좋아지지만, 부조리와 잘못된 것을 침묵하지 않고, 내 선에서 끝내지 않고 한 단계 진일보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다. 희란이 그런 선택을 하는 건 판타지 같은 요소가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가 과감한 행보를 선택한다면 어땠을까. 몇 년 전 미투 사건 등 많은 일이 일어나면서 사회적 시스템도 바뀐다. 스태프 근무 시간 같은 경우도 예전엔 상상할 수 없던 것인데 구현이 되고 있다. 그렇기에 누군가는 용기 있게 발언을 해야 한다. 소재를 떠나 이런 투쟁의 역사와 연장선에서 있다는 점에서 좋아하고 공감해주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배우 이하늬가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배우 이하늬와 방효린이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배우 이하늬가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배우 이하늬와 방효린이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에서 연기 호흡을 맞추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 희란과 주애의 관계성을 따라가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다. 처음엔 적대 관계에 있다가 도움을 주고 연대하게 되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런 달라지는 감정선을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나?

"감사하게도 감독님이 자연스럽게 대본을 따라가면 되게끔 싸주셨다. 꼿꼿함,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희란에게 주애는 자극 포인트가 된다. 접점을 가지게 되는데, 처음 연기할 때의 모습을 보면서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 여배우로서 동질감을 느끼고 연민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연대하기도 한다. 여자들끼리만 적대하지 않고 연대하면 세상이 1도 올라간다는 얘기가 있더라. 그런 느낌이 현장에서도 있었다. 순서대로 찍지는 않았지만 효린 배우와 점점 마음을 열어가고 같이 호흡했다. 배우들은 연기할 때 합이 딱 맞는 순간을 잊지 못하는 것 같다. '연기에 진심이구나', '연기를 정말 잘하고 싶구나. 진짜 진심인 사람이구나' 이런 모먼트가 클립 됐을 때, 그 사람과 저와 혼연일체 되는 느낌을 효린 배우와 주고받으면서 연기했다. 연기할 때 신이 끝나면 안아주기도 했다. 그런 것이 자연스럽게 되는 현장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수개월 같이 작업하며 연대가 한 번에 생기지는 않지만 정말 천천히 마음이 깊어지는 것이 있었다."

- 진선규 배우와는 또다시 호흡을 맞췄다. 워낙 친한 사이라 함께 하는 작업이 더 재미있었을 것 같다.

"말할 것 없이 너무 좋았다. 진선규 배우가 캐스팅됐다는 것만으로도 제 삶의 30% 정도의 복지가, 빛이 채워졌다고 생각했다. 볼 때마다 너무 좋다. 너무 좋은 배우이지만 호흡이 안 맞는 경우가 있더라. 호흡이 항상 맞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뭘 해도 서로 받아줄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너무 징그럽게 연기를 잘했다. "희란아, 하나만 하자. 주연 아니고 조연이잖아"라고 하면서 정말 양아치스러운 말을 하는데 너무 훌륭했다. 카메라보다도 제가 맨 앞자리에서 방구석 1열로 보는 사람으로서 박수를 안 칠 수가 없었다. 연기하면서 컷하고 박수를 친 건 처음이다. 저도 그렇고 스태프도 다같이 박수쳤던 기억이 난다. 찌를 던졌을 때 매번 찌에 물고기가 반응하지 않지만, 백만 번 던지면 찌가 흔들릴 때가 있다. 비가 올 수도 있을 거라며 매일 물동이를 놓는 마음으로 연기하는데, 찌가 흔들리고 물동이에 비가 가득 채워지는 느낌이다. 진선규 배우와 할 때는 많은 부분에서 그렇게 느꼈다."

- 진선규 배우와 육탄전이 있었는데 비하인드가 있다면?

"'애마'는 비하인드가 너무 많았다. 진선규 배우와는 이미 호흡을 한 번 맞췄던 분이라 어 하면 어 하고, 아 하면 아 했던 기억이 난다. 총을 들고 수영장에서 육탄전하고 때리고 구르는 신이 있었다. 밖 시퀀스만 3일 밤을 새우며 찍었다. 그때 진선규 배우가 B형 독감에 걸렸다. 진짜 너무 아프고 열이 펄펄 났다. 22일부터 크리스마스 아침까지 찍었다. 왜 이리 짠한지 모르겠는데, 짠할 정도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연기해주셨다. 그래서 저도 허투루 할 수 없었다. 정말 너무 추웠다. 눈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눈 뿌리는 차가 왔는데 실제로 23일과 24일에는 눈이 예쁘게 펑펑 왔다. 힘들었지만 예쁘게 촬영했던 기억이 난다. 모든 신마다 코멘터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너무 많은 고생과 스토리가 있다."

배우 이하늬가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배우 이하늬가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 영화계에서 활동하는 배우로서 소위 말해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을 보면 희란의 입장처럼 공감되는 지점이 있나?

"후배님들 요즘 연기를 너무 잘한다. 김남길 배우, 김성균 배우와 함께 있는 단톡방이 있는데 '트리거' 보면서도 "우리는 이제 큰일 났다. 이렇게 다 연기를 잘하면 우리는 설 곳이 없다"라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너무 연기를 잘하는 분이 많다. 희란이 주애를 바라보는 마음이 있을 수 있다. 그런 마음보다 제가 어떻게 연기를 좀 더 진지하고, 놓지 않고 더 깊이 있게 갈 수 있을까가 더 먼저여야 하고 그러기 위해 노력한다. 대체 불가능한 배우가 되면 어떻게든 살아남는다고 생각은 한다. 제가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더 많다. 저는 연기가 너무너무 좋다. 제가 취미도 많고 뭘 하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 연기보다 더 재미있는 걸 못 찾은 것 같다. 제가 했던 것 중 연기가 너무 재미있다. 낚시에 미쳐서 사는 분들처럼 제가 연기의 맛을 이제 조금 알아가는 것 같다. 예전에 안 됐던 부분이 확장되고 확장되면 너무 반갑다. 다른 분들과 비교하기엔 제가 모자라지만 저 스스로는 조금씩 확장되어 가는 모습을 봤을 때 너무 좋다. 카타르시스가 있고 정말 감사하다.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할 수 있을 때까지는 최선을 다해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애기를 낳는다고 은퇴한다는 시대는 지났지만, 저는 작품 할 때마다 '이게 내 마지막 작품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진짜 무슨 일이 어떻게 터져서 다음 작품을 못 하게 되는 변수는 너무 많이 있다. 놀랍게 제 주위에도 그런 일이 있다. 이번이 마지막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한 작품씩 하게 되니까 더 소중해지는 것 같다."

- 이하늬라는 사람이 80년대에 있다면 어떤 배우가 됐을 것 같나?

"좀 더 예민한 배우가 되어있을 것 같다. 배우가 편안하려면 많은 분의 배려와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80년대는 정말 녹록지 않았겠더라. 찾아보니까 그렇더라. 25년 '애마'에도 나오지만 '혼자 우는 암캐', '타오르는 아궁이' 같은 제목이 실제로 있더라. 포스터도 그렇고, 드러내놓고 성애 영화를 본격적으로 하겠다고 한, 에로 영화의 시대였다. 여배우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고단했을까 싶더라. 이 시대에 연기가 좋아서 하셨던 선배님들 정말 많이 고단하셨겠다. 어떤 포인트에서는 칼날처럼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지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다. 은퇴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을 것 같다. 소진되고 소모되었다면 어느 정도 일하다가 은퇴 생각을 했을 것 같다는 고단함이 느껴졌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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