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엘렉트라'에서는 연약하게 보이는 주인공의 무료한 몸짓보다 개성 강한 악역 캐릭터들의 이색 혈전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 잡는다.
쌍검을 휘두르며 시공간을 넘나드는 키리기. 어디선가 본듯한 인물인 그는 영화 ‘007 어나더 데이’에서 문대령 역으로 출연한 한국인 배우 윌 윤 리이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액션 연기뿐 아니라 절제된 감정 연기를 표출해 한층 성숙된 연기 내공을 선보인다.
몸에 지닌 문신이 무기가 돼 상대방을 급습하는 타투(크리스 액커맨)와 손길만 닿아도 생명을 잃게 되는 신종 메듀사 타이포이드(나타샤 맬스), 돌보다 더욱 단단한 인간병기 스톤(밥 샙), 민첩한 몸놀림과 교묘한 술수로 상대를 제압하는 킨코우(에드슨 T 리베이로) 등 최강의 암살조직 '핸드’도 관객들을 사로잡는 요인이다.
이들은 다른 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아이템으로 무장해 관객들에게 만화 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이 영화에서 주목할 사항은 새로운 여전사의 등장이다. ‘매트릭스’의 체취를 팍팍 풍기며 ‘캣 우먼’의 민첩함과 ‘툼 레이더’의 저돌적인 몸놀림 등을 그대로 옮겨 놓은 섹시 여전사의 모습이 뭇남성의 가슴을 뒤흔들고 만다.
영화의 제목이자 주인공의 이름인 엘렉트라(제니퍼 가너)는 본래 콤플렉스의 대명사이다. 극상에서 엘렉트라가 줄곧 ‘숫자세기’를 하는 장면은 그의 강박 관념이나 죄의식들을 들춰내는 장치로 작용한다.
살인 기계로 살아가던 냉혹한 암살자 엘렉트라가 어린 소녀 에비(커스테인 프라우트)를 만나 변해가는 과정을 통해 롭 바우만 감독은 주인공의 여성스러움을 표현하려 했다. 하지만 충분한 서술이 부족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 중반부에 이들이 부둥켜 안고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애원하는 장면은 피식 웃음이 나기까지 한다. 3류 영화로 전락할 뻔한 함정들이 영화 곳곳에 방치돼 있다.
'엘렉트라'는 ‘엑스맨1’과 ‘엑스맨2’에서 비주얼 기술의 최고 정점을 자랑한 엑스맨 제작진들이 한 데 뭉쳐 만든 작품이지만 ‘엑스맨’ 이상의 박수는 기대하기 힘들 것 같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 보단 평균점을 유지했다는 평가다.
15세 관람가, 오는 21일 개봉.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