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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人] 정지훈 "40대는 내려놓음의 미학…가족·일에 최선"


'고스트 닥터' 종영 인터뷰 "돌아가신 母에게 말 걸었죠"

[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고스트 닥터' 정지훈은 천재 의사이자 고스트였다. 오만하고 시크한 얼굴부터 허당미에 인간적인 반전 매력까지 담아내야 했다. "쉽지 않겠다 싶었다"던 작품, 그러나 포텐을 터트리며 '인생캐'를 만들어냈다.

정지훈(비)은 최근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고스트 닥터' 차영민 역을 맡아 유종의 미를 거뒀다.

가수 정지훈이 '고스트 닥터'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은 정지훈 이미지. [사진=써브라임]
가수 정지훈이 '고스트 닥터'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은 정지훈 이미지. [사진=써브라임]

◆ "'고스트닥터' 부담, 점심·저녁 굶어가며 대본 연구"

정지훈은 "장장 6개월 동안 수술 트레이닝을 받고 공부했다"라며 너무 기쁘기도 하고, 감격스럽기도 하고 허무한 느낌도 있다. 너무 고생하면서 찍은 드라마"라고 복잡미묘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매 수술신 방마다 수술을 해낼 때마다 짜릿함과 쾌감을 잊을 수가 없다"라며 "한 번의 수술신을 위해 정말 수많은 스태프들이 땀을 많이 흘렸고, 박진감 넘치는 수술신을 위해 하나하나 다 외웠다. 감격스럽다"고 작품에 임했던 진심을 전했다.

'고스트 닥터'는 신들린 의술의 오만한 천재 의사 차영민(정지훈 분)과 사명감이라곤 1도 없는 황금 수저 레지던트 고승탁(김범), 배경도 실력도 극과 극인 두 의사가 바디를 공유하면서 벌어지는 메디컬 스토리다. 최종회에서는 현실 세계로 돌아온 차영민(정지훈 분)과 고승탁(김범 분)이 환자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정지훈은 "너무 만족스럽다"라며 "잊혀지는 캐릭터가 없이, 모든 캐릭터의 의문점을 다 풀어주는 엔딩이다. 누구 하나 허투루 물음표를 갖지 않고. 흘려보내지 않고 잘 마무리가 됐다"라고 엔딩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정지훈은 냉소적인 성격으로 독설을 일삼지만 뛰어난 의술로 병원 내 독보적인 입지를 갖춘 흉부외과 전문의 차영민 역을 맡았다. 뜨거운 호평 뒤에는 잘 해내고 싶다는 캐릭터 욕심과 노력이 있었다.

"미국에서 오디션도 봤는데 펜데믹 때문에 못 가게 됐어요. 늘 똑같은 역할, 비슷한 캐릭터가 들어오다가 '의사는 처음이네?' 궁금해서 대본을 읽게 됐죠. 처음엔 하고 싶은 생각보다 고생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거 잘못하면 혼나겠는데, 소화를 할 수 있을까' 생각했죠. 1부를 읽어보고 욕심이 났어요. 고생스럽지만 배우로서 한단계 더 배워가는 그림이 그려졌어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만큼, 그 이상의 노력이 필요했다. 천재의사였기에 수술신 공부는 필수였다. 그 인물에 몰입하기 위해 많은 고민도 필요했다.

"캐릭터를 구축하면서 부담감이 있었어요. 다른 작품보다 예민했어요. 밥 먹는걸 좋아하는 내가, 점심 저녁을 굶어가며 대본을 들고 있고 '의사들은 어떻게 즉흥적으로 애드리브를 할까. 그분들도 농담을 하는데 어떤 농담을 할까' 연구했어요. 실제 의사들과 대화를 많이 했구요. 또 수술 도구부터 수술하는 방법도 열심히 공부했어요. 진짜 의사가 되려면 십수년 동안 수많은 수술방에 들어가야 하지만요."

◆ "고스트 진짜 있을지도, 돌아가신 母에게 말 건넸다"

지금껏 보아온 의사 캐릭터와는 다를 수 밖에 없었다. 극중 차영민은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코마 상태가 되고, 고스트가 되어 병원을 떠돈다. 차갑고 냉소적이었던 의사 고영민과 달리, 초보 고스트가 된 그는 허당미가 넘쳤다.

"고스트가 된 차영민의 블랙코미디와 허당기를 어떻게 차별화 둘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분명히 천재 의사이고 차갑고 냉정한데 이 아이도 살고 싶어하는 하나의 인간이잖아요. 그러한 에피소드를 코믹적으로 풀려고 했어요. 차영민이라는 캐릭터는 거의 애드리브가 많았어요. 너무 진지해버리면, 차영민을 이해하는 이해도가 떨어질 것 같아 양해를 구하고 블랙코미디를 했죠. 이해해준 작가, 감독님에 감사해요. 반면 살아있는 차영민을 연기할 때는 고개의 각도, 늘 뒷짐을 지고 다닌다거나 안경을 쓰고 다니는 것까지, 스타일리시한 면모도 신경을 많이 썼어요."

고스트라는 설정상 혼자만의 연기를 펼치는 장면도 많았다. 인간과 고스트를 오가는 사실상 1인2역의 연기가 애로사항도 컸다고 털어놨다.

"제가 묻는데 각자 다른 이야기를 해요. 상대방의 대사를 듣고 다음 대사를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혼자만의 싸움이었죠. 또 거의 1인2역이었잖아요. 누워있는 코마 상태의 차영민과 떠돌아다니는 차영민. 옷도 계속 갈아입어야 하고, 졸음이 와도 침대에서 잘 수도 없어요. 누워있다가 일어나면 숨소리가 달라져서 NG가 났어요."

가수 정지훈이 '고스트 닥터'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은 정지훈 이미지. [사진=써브라임]
가수 정지훈이 '고스트 닥터'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은 정지훈 이미지. [사진=써브라임아티스트에이전시 ]

고스트를 연기하며 어딘가에 진짜 고스트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고도 말했다.

"예전에 어머님이 돌아가셨을 때 항상 주위에 있을거다라는 생각으로, 혼잣말로 '잘 지내시죠?'라고 했는데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또다른 세계가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잖아요. 이 드라마를 찍으면서 가끔, 어머니에게 '잘 지내시죠?'라고 말을 건네고 '전 잘지내요'라고 했죠."

정지훈과 김범의 차진 호흡으로 완성한 케미도 빼놓을 수 없다. 고승탁의 몸에 빙의한 차영민은 환자를 살리기 위해 공조에 돌입, 유쾌한 재미와 감동을 선사했다.

"'아'하면 '어'하고 서수남과 하청일 선배님의 느낌이었어요. 호흡이 너무 잘 맞았어요. 김범과 촬영할 때 애드리브를 하다 NG도 많이 났어요. 대본대로 안 할 때도 있고, 대사를 다하고도 애드리브를 해요. 그걸 받아쳐주면서 살린 신들이 많아요. 호흡이 더할 나위 없었죠."

김범이 고승탁에 빙의한 차영민을 연기하는 장면을 보고 감탄하기도 했다고. 그는 "김범이 저를 예의주시했다. 제가 잘 쓰는 단어나 '잠시 대기' '어허' 같은 추임새를 간파하고 빙의할 때 썼다. 연구를 많이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따로 드라마 반응을 안 챙겨본다는 그는, 주변인들의 반응을 통해 드라마의 인기를 실감한다고. 이효리와 노홍철이 드라마 '고스트 닥터'를 보고 응원(?) 메시지도 보냈다며, 든든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효리 누나는 제가 드라마 나오는건 꼴보기 싫다고 해요. 멋있는 척 해서 싫다고. 그게 제 직업인데 (어쩌겠냐). 그래도 본게 어디냐 싶어요. 그래도 누구보다 제가 잘 되는걸 좋아해주는 우리 누나죠. 털보 형은 사실 드라마를 잘 안 봐요. '어제 시청률 1등 했더라. 잘되서 배가 아프다. '먹보와 털보'가 잘돼야 하는데'라는 반응을 했어요(웃음). 또 집 근처 식당 아주머니가 '다음회가 어떻게 되냐. 미치겠다'고 하더라구요. 미칠 정도로 재미있냐고 했죠. 주변에서도 제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다고 해서 그게기억에 남아요."

그렇다면 정지훈은 스스로에게 어떤 평가를 내렸을까. 정지훈은 "시청자들이 평가를 해준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일하는 사람으로서 한층 더 성숙해졌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잘 버텼고 잘 고뇌했고 스트레스를 받았고, 마치 희로애락이 담긴 하나의 수술을 끝낸 느낌이에요. 그 수술을 6개월 동안 했어요. 수술이 잘 됐는지, 안됐는지는 시청자들이 평가하는 것지만, 저는 차영민으로서 행복했어요."

가수 정지훈이 '고스트 닥터'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은 정지훈 이미지. [사진=써브라임]
가수 정지훈이 '고스트 닥터'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은 정지훈 이미지. [사진=써브라임아티스트에이전시 ]

◆ "팔다리 으스러질 때까지 댄스 가수, 박진영과 약속"

정지훈은 임인년, 40대에 접어들었다. 2002년 정규 1집 'N001'(타이틀곡 나쁜 남자) 솔로 데뷔한 그는 배우로도 20주년이 됐다. 카리스마 넘치는 댄스 가수로, 다채로운 캐릭터를 소화하는 연기자로 전천후 활동을 펼쳤다. '깡'의 역주행 인기가 시발점이 되어 MBC '놀면 뭐하니?' 유재석, 이효리와 혼성그룹 싹쓰리로 활동하며 대중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섰다.

"저는 원래 가벼운사람이에요. 해외 활동을 하면서, 또 제 잘못으로 인해 제 모습을 예능에서 보여줄 방법이 1도 없었을 뿐이죠. 저에 대한 고정관념이 생긴 것 같아 이 부분을 깨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유튜브를 했고, '깡' 신드롬이 생기면서 김태호 감독님이 '웃는거 해보지 않을래요'라고 해서 싹쓰리를 하게 된 거죠. 저는 재밌는거, 노는거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무대에서 춤추는건 좋아하지만, 멋있어지고 싶거나 화려한 걸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40대 정지훈에 대해 묻자 "예전엔 3일 밤을 새도 괜찮았는데, 오늘은 인터뷰 중간 타임에 한숨을 잤다. 체력이 옛날 같지 않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40대는 좀 더 내려놓음의 미학을 (실천하고 싶어요.) 더 내려놓고 대화하고 싶어요. 안되면 안되는대로 실패하면 실패하는 대로 인정하고 싶고, 성공하면 성공하는 대로 겸손해지고 싶어요. 그냥 제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제 40대는 가족과의 시간 50%, 일 50%요. 아, 바이크 타는 것도 5% 정도 하고 싶어요."

"댄스 가수도 쭉 해야죠. 팔다리가 으스러질 때까지, 허리가 부서질 때까지. 제가 어린 친구들과는 춤사위가 다르거든요. (박)진영이 형과 끝까지 함께 하기로 했어요. 열심히 뛰어보겠습니다."

'고스트 닥터'를 마친 정지훈은 쉴 시간이 없다. 자신이 제작한 아이돌 그룹 싸이퍼의 새 앨범 프로듀싱 등으로 바쁜 나날을 이어갈 예정이다. 정지훈은 소소한 행복을 이야기 하며 활짝 웃었다.

"제가 프로듀싱 하는 아이돌 그룹이 잘되면 좋겠고, 배우로서 계속 좋은 작품 할 거에요. 신드롬이 있는 흥행이 아니어도 꾸준히 노력할 겁니다. 소소한 행복, 오늘도 인터뷰 잘 끝내고 맛있는 밥 먹으러 가고. 오늘 하루도 행복하면 좋겠어요."

/이미영 기자(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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