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일상 단절이 됐을 때 어떻게 회복하고 다시 살아가는지를 담았다." 신카이 마토코 감독이 현시대의 아픔과 상실을 마주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희망의 메시지를 '스즈메의 문단속'에 담아냈다.
8일 오전 서울 메가박스 성수에서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감독 신카이 마코토) 내한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현장에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과 주인공 스즈메 목소리 역을 맡은 하라 나노카가 참석했다.
!['스즈메의 문단속' [사진=쇼박스]](https://image.inews24.com/v1/742008a3e0f5ce.jpg)
'스즈메의 문단속'은 우연히 재난을 부르는 문을 열게 된 소녀 '스즈메'가 일본 각지에서 발생하는 재난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문을 닫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국내에서 38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너의 이름은.', 영화 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은 '날씨의 아이'를 잇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이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 최대 스케일이라고 자부할 만큼 전작들에 비해 더욱 커진 스케일을 자랑하는 '스즈메의 문단속'은 규슈, 시코쿠, 고베, 도쿄에 이르기까지 거대한 재난을 막기 위해 분투하는 스즈메의 용기와 성장을 긴장감 있고 몰입감 있게 펼쳐내 유일무이한 감성 판타지 어드벤처의 탄생을 예고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2) 이후 21년 만에 일본 애니메이션 중 제7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받으며 전 세계적인 관심은 물론 작품성까지 인정받았다.
또한 일본 개봉 당시 신카이 마코토 감독 작품 중 역대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한 데 이어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와 함께 세 작품 연속 일본 천만 관객을 돌파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국내에서도 8일 개봉 전 50%가 넘는 예매율, 사전 예매량 18만 명을 넘어서며 흥행을 예고했다.

이날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스즈메의 문단속'은 코로나 한가운데서 만든 작품"이라며 "완성을 했을 때 한국에 갈 수 있나 불안한 마음이었다. 이렇게 무사히 한국에 와서 뵐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라고 내한 소감을 밝혔다.
이어 '문'을 소재로 하는 것에 대해 "작품을 만들 때부터 떠올랐던 아이템 중 하나다"라며 "드라마 '도깨비'를 보았을 때 문을 사용하는 방식이 인상적이라 힌트를 얻어서 설정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을 모티브로 한 건 일상의 상징이라 생각했다. 문을 열고 "다녀오겠습니다"라고 하고 "다녀왔습니다"라고 하며 문을 닫는다. 그것이 반복하는 것이 일상이다"라며 "재해는 이런 일상을 단절시킨다. 문을 열고 나갔는데 돌아오지 않는 것이고 그것이 재해라고 생각했다. 문이 어울린다고 여겼다"라고 말했다.
'너의 이름은.' 성공 이후에도 재해라는 사회 문제를 다룬 것에 대해서는 '책임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고백했다. 그는 "히트를 하고 나면 이후에 봐주는 분들이 많아진다. 그것이 힘이기도 하고 책임이 생기기도 한다"라며 "그렇기에 단순히 재미있는 애니를 만들자는 마음은 없었고, 일본인 전체 트라우마를 재회한다는 것을 제대로 재미있게 그린다면 잊고 있거나 잘 모르는 분들의 기억을 잇고 잘 전달될 수 있다고 여겼다"라고 책임을 완수하고자 하는 마음이 반영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전작들과 공통점이 있지만, 다음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싶다"라며 "지금은 다음 작품에 대해 백지 상태라 한국에 와 있는 동안 힌트를 얻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전작들에 이어 또 다시 물을 사용하는 것은 "매우 성가시고 힘든 작업이지만 그렇게 힘들게 그린 걸 관객들이 좋아하고 아름답고 굉장하게 느끼게 되기 때문에 계속해서 물을 그리려고 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스즈메의 문단속' 속 시선을 강탈하는 캐릭터 고양이 다이진에 대해서도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인간의 눈에는 자연이 변덕스럽다. 아름답다가도 무시무하게 인간을 덮쳐온다. 스나미가 그렇다"라며 "그런 변덕스러운 자연을 표현하고 싶었고 고양이의 성격이 자연과 닮았다고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또 다이진이 "스즈메의 아이가 되고 싶다"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머니와 딸의 관계를 그리고 싶은 것과 관련이 있다. 이모가 "우리집 애가 되렴"이라고 하는데 스즈메가 들었던 말을 표현한 것"이라며 "피가 이어지지 않아도 부모 자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이진이 불쌍하다는 반응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 다이진은 고양이라기 보다는 고양이의 모습을 한 신이다. 미안하긴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덧붙였다.
'너의 이름은.'은 물론이고 최근 '더 퍼스트 슬램덩크'까지 일본 애니메이션이 한국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스즈메의 문단속' 역시 개봉 전부터 높은 예매율을 유지하며 흥행을 예고한 바. 이에 대해 그는 "제가 오히려 왜 이렇게 일본 애니를 좋아하는지 묻고 싶을 정도로 많이 좋아하시는 것 같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 이유 중 하나는 일본과 한국의 문화 풍경이 닮았기 때문인것 같다. 가끔 서울 거리 그립기도 하고, 어느 거리를 보면서 도쿄의 미래가 아닐까 생각한다"라며 "마음이 반영 되어서 만들어진 것이라 마음의 형태가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 일본 애니를 많이 보고 일본에선 한국 드라마를 많이 본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또 그는 "정치적으로는 한국 일본 사이가 좋았다가 나쁘기도 한다. 파도처럼 반복된다. 하지만 문화에서는 강하게 연결되어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영화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캐릭터는 바로 의자로 변하는 소타다. 그는 "스즈메 이야기만 그리면 관객들이 볼 때 무겁고 괴로울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장소에 있기만 해도 따뜻하고 귀여움을 느끼는 존재가 함께 하길 위해 의자로 설정했다"라고 말했다.
이 의자는 다리가 세 개 뿐이라 삐걱거리기 일쑤다. 이는 재해의 피해로 다리 하나가 없어진 설정이라고 한다. 그는 "불안정해서 걷기만 해도 코믹한 느낌이 난다. 이 영화의 온도를 올려준다고 생각했다"라며 "또 하나의 이유는 스즈메 마음의 메타포로 보여주고 싶었다. 마음의 상실이 있는 인물이기에 다리 세 개로 표현하고 싶었고, 상실에도 불구하고 의자처럼 달리고 강하게 살아 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팠다"라고 밝혔다.

1700:1의 경쟁을 뚫고 스즈메 목소리를 연기한 하라 나노카는 "만나서 반갑습니다"라고 한국말로 인사를 건넨 후 "감독님과 함께 한국에 와서 기쁘다. 행복한 시간 주셔서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이어 성우 첫 도전에 대해 "내가 이것을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많았다. 성우에 대해 아무 것도 몰라서 불안했다"라며 "하지만 더빙을 할 때 감독님이 매번 '굉장히 훌륭하다'라고 얘기를 해주셨고 그 덕분에 잘 해낼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스즈메에 대해 "굉장히 잘 달리는 사람이다. 액션도 그렇지만 감정적인 의미에서도 그렇다. 계산하지 않고 바로 달려가는 성격이라 매력적이고 저에게는 없는 면이라 부럽다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목소리 연기를 할 때 "아!"라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 어려웠다는 그는 "마이크 앞에 가만히 서서 액션신을 하는 것이 어려웠다, 달리는 호흡을 위해 달리기, 스쿼트를 하면서 호흡을 내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관객들이 우리들의 현실과 상관이 있고, 우리 세계를 그려낸 영화라고 생각하길 바란다. 재해는 여기저기 늘어난다. 자연재해가 아니라도 전쟁, 사고가 있다. 그런 일이 일상을 갑작스럽게 단절시킨다"라며 "일상 단절이 됐을 때 어떻게 회복하고 다시 살아가는지를 테마로 한다. 우리의 세계를 그린다고 생각하고 즐겁게 봐달라"라고 당부했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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