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人]② 강훈, 단단한 내면으로 꽃 피운 '옷소매'→'너시속'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강훈은 신드롬 급의 인기를 누렸던 MBC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홍덕로 역을 맡아 이준호, 이세영과 완벽한 합을 이뤄내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주목 받았다. 이어 tvN '작은 아씨들'과 SBS '꽃선비 열애사' 그리고 JTBC 예능 '택배는 몽골몽골'까지, 다양한 매력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꽉 사로잡았다. 그런 그가 '너의 시간 속으로' 속 고등학생 인규로 돌아왔다. 배우로서 크게 주목 받지 못했던 시간 동안 스스로를 더 많이 사랑하고 단단하게 내면을 다진 강훈은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순수함과 연기를 향한 뜨거운 열정으로 조금씩 꽃을 피워가고 있는 중이다.

지난 달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너의 시간 속으로'(연출 김진원, 각본 최효비)는 1년 전 세상을 떠난 남자친구를 그리워하던 준희(전여빈 분)가 운명처럼 1998년으로 타임슬립해 민주(전여빈 분)가 되어 남자친구 연준(안효섭 분)와 똑같이 생긴 시헌(안효섭 분)과 친구 인규(강훈 분)를 만나고 겪게 되는 미스터리 로맨스로, 가가연과 허광한, 시백우 주연 대만 드라마 '상견니'를 원작으로 한 리메이크작이다.

'상견니'는 누적 조회수 10억 뷰를 기록할 정도로 아시아 전역에서 신드롬을 일으켰으며, 한국에서도 '상친자'('상견니'에 미친 자) 열풍과 함께 큰 사랑을 얻었다.

강훈은 1998년 시헌의 절친이자 민주를 좋아하는 인규 역을 맡아 안효섭, 전여빈 등과 연기 호흡을 맞췄다. 민주를 진심으로 위하고 한결같이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한 인규는 과거 결정적인 사건으로 인생의 큰 변화를 겪게 된다. 강훈은 시헌과의 우정, 민주를 향한 순애보 등 절절한 감정을 탁월한 연기력으로 섬세하게 그려내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었다. 다음은 강훈과의 일문일답이다.

- '너의 시간 속으로'를 한 번에 다 정주행했나?

"촬영 기간이 길었던 작품이라 하루 만에 다 보면 그 추억을 하루 만에 보내는 것 같아서 저는 4회씩 나눠서 봤다. 다른 드라마 같으면 일주일에 2편 공개가 되니 오래 그 감정을 가져갈 수 있는데 너무 빨리 내 손을 떠나는 것 같아서 싱숭생숭했다. 끝난 거 같지 않았다. 졸업 앨범이 갑자기 사라진 느낌이라 서운함이 있었고, 촬영 때의 추억도 떠올랐다. 그래서 한 번에 다 보진 못했다."

- 강훈이 본 인규는 어떤 인물인가. 또 인규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죄를 뒤집어쓰고 교도소를 가고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게 되는데 어떻게 이해했나.

"유약해 보이지만 생각과 배려심이 깊고 책임감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크게 표현하는 사람이 아니다 보니 인규의 감정을 어떻게 전할지 고민했다. 인규는 자신이 가장 좋아했던 민주를 지키지 못한 죄책감이 있다. 그래서 그 사람의 소원을 들어줘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해서 사람들이 기억해준다면 좋겠다는 민주의 말을 듣고 그 결심을 하게 된 거다. 교도소에서 나오면서 자신에게 남은 건 할머니와 시헌이라고 생각하고 그들을 위해서라도 살아야겠다고 생각하지만 할머니가 돌아가신다. 시헌을 생각하지는 않은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인규에겐 너무 큰 상실감으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 출소 후 외모가 너무 말끔한 거 아니냐는 말도 있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감독님과 수염에 대한 얘기를 하기도 했다. 제가 수염이 잘 자라질 않아서 수염을 붙이면 별로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고민을 하다가, 외적인 것보다는 인규가 교도소 안에서 어떤 생각을 했을지, 그의 내면이 어떻게 변했을지를 중점적으로 생각했다."

- 민주와 준희를 바라볼 때의 눈빛 변화가 섬세했다.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 점은?

"좋아하는 사람의 변화는 빨리 캐치하지 않나. 감독님도 민주와 민주 몸에 들어온 준희의 변화를 가장 빨리 발견하는 사람은 인규일 것이라고 하셨다. 혼자 보고 느끼고 생각을 많이 하는 친구다 보니 눈빛 표현에 신경을 많이 썼다. 말을 많이 하지 않다 보니 민주가 시헌이와 말을 할 때의 변화를 디테일하게 집중해 표현하려고 했는데 감독님께서 편집을 잘 해주셔서 잘 보였다고 생각한다. 또 여빈 누나가 확실하게 다른 모습을 보여줘서 느끼는 대로 연기했다."

- 시헌과 인규 모두 '사랑에 미친 자' 즉 '사친자'인데, 강훈의 입장에선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나.

"두 사람 모두 다 극단적인데 결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번에 작품을 보면서 시헌이 비행기를 타는 것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이해를 할 수 있었다. 가장 사랑할 때는 극단적일 수도 있을 것 같다."

- 지금까지 짝사랑 연기를 많이 했는데, 쌍방 로맨스에 대한 욕심도 있나?

"이 질문을 받고 생각해봤는데 저는 쌍방보다는 제가 짝사랑을 받는 역할을 하고 싶더라."

- 그럼 인규나 시헌까지는 아니라도, '나 연애할 때 이 정도까지 해봤다' 할 수 있는 것이 있나? 연애 스타일이 궁금하다.

"저도 사랑을 하게 되면 주변이 잘 안 보이는 성격이다. 그 상대에게 집중한다. 제가 생각했을 땐 극단적인데(웃음) 친구들과 연락이 안 된다. 다행히 친구들은 다 이해해준다."

- '너의 시간 속으로'는 풋풋하고 애틋한 강훈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스스로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다고 하는 지점이 있나?

"전 작품에서는 과하게 표현을 했다. 그래서 다음 작품에선 반대의 느낌을 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계속 비슷한 결로 연기하면 아무리 다르게 한다고 해도 같아 보일 수 있지 않나. 그래서 인규를 표현할 때 작은 디테일을 살려서 표현하고 싶었다. 그런 표현을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고, 사람들에게도 그런 이미지로 남았으면 좋겠다."

- '택배는 몽골몽골'에서 배우 생활을 하던 중 작품이 없어서 강제로 쉬기도 했고, 그 과정에서 '나만은 나를 아껴줘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 경험이 민주, 그리고 인규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됐을 것 같기도 하다.

"'옷소매 붉은 끝동' 하기 전까지 좀 힘들었다. 물론 저보다 더 힘든 분도 있을 테고, 그들보다 힘든 시간이 짧았을 수도 있지만 저 역시 힘들다 싶은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저는 배우가 아닌 다른 직업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배우 말곤 없다', '지금은 때가 아닐 뿐이다'라고 생각했고, 저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주는 시기였다. 그래서 내면이 더 단단해졌다. 자기 자신을 사랑해주고 인정해주면 다른 사람도 보이고 안아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을 아끼고 좋아한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도 들리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민주를 좋아하는 인규에게 접근했다."

- 인규를 통해 받은 위로도 있나.

"인규를 연기하면서 배운 것이 많았다. 지금까지는 저를 많이 생각했다면, 인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고 고민해주는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저 또한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조금씩 천천히 배워가고 있다."

- 부모님 용돈 드리는 것이 현재의 낙이라고 했는데, 부모님도 아들이 잘되고 있어서 굉장히 기쁘실 것 같다.

"쉴 틈 없이 작품 나오고 예능도 하다 보니 지금은 너무나 좋아해 주신다. 아버지께서 너무 좋아하고 기뻐해 주셔서 반대로 차분해지기도 한다. 아버지가 기사나 시청자 반응을 보내주신다.(웃음) 저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집안의 막내로 할 일 하고 다 똑같다."

- '택배는 몽골몽골' 댓글을 보면 "'꽃할배'일 줄 알았는데 '육아일기'더라"라는 얘기가 있더라.(웃음) 예능은 연기할 때와는 또 다른 지점이 있는데, 쾌감을 느끼는 것이 있나.

"저를 찾아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저는 배우가 간절했던 사람이라 1번은 배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작품을 1번으로 하고 시간이 된다면 언제든 예능을 할 생각이 있다. 관찰 예능이다 보니 처음엔 카메라가 보였다. 그런데 몸이 힘들어지면 어느 순간 카메라가 안 보인다. 그러다 한국에 와서야 '그게 나가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