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넷플릭스 '너의 시간 속으로'에 이어 영화 '거미집'으로 돌아온 배우 전여빈은 전혀 다른 캐릭터를 자유자재로 연기하며 자신만의 '무한 매력'을 제대로 각인시켰다. 역시 '믿고 보는 배우'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하지만 스스로는 이제 막 걸음을 뗀 아이 같다며 겸손함을 드러낸다. 생각의 깊이도, 연기를 향한 열정도, 상대를 향한 배려와 애정도, 전여빈 속에서 반짝 반짝 빛이 난다. 그리고 이런 전여빈이기에 '거미집' 속 '웃음 버튼' 같은 활약이 반갑고 기쁠 수밖에 없다.
지난 27일 개봉된 '거미집'(감독 김지운)은 1970년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될 거라 믿는 김감독(송강호)이 검열,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현장에서 촬영을 밀어붙이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리는 영화다. 송강호와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정수정, 박정수, 장영남 등이 열연을 펼쳤다.
![배우 전여빈이 영화 '거미집'(감독 김지운)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바른손이앤에이]](https://image.inews24.com/v1/7fbfee9979798c.jpg)
전여빈은 김열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하는 제작사 신성필림의 후계자 신미도 역을 맡아 거침없는 매력을 한껏 뿜어냈다. 영화의 결말을 다시 찍으려 하는 김열을 절대적으로 믿고 따르는 미도는 방해를 하는 이들을 몰아내고, 불만을 토해내는 유림(정수정 분)과 계속해서 대립한다. 급기야 유림 대신 연기를 하겠다고 나서 큰 웃음을 선사한다. 이 과저에서 전여빈은 다양한 감정 표현과 코믹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해 극적 재미를 한층 끌어올린다. '역시 전여빈'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기가 막히게 미도를 완성해내 호평을 이끈다. 다음은 전여빈과의 일문일답이다.
- '너의 시간 속으로'에 이어 '거미집' 개봉까지, 연달아 전혀 다른 두 작품으로 대중들을 만나게 됐다.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거미집'을 먼저 하고 '너의 시간 속으로'를 맞물려 들어가서 2개월 정도 촬영이 겹쳤다. 개봉과 오픈도 동시에 할 줄 몰랐는데, 씨를 뿌려놓은 것을 거두는 느낌이라 감사한 마음이 크다. 좋아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고, 그걸 함께 해내주는 분들이 계셨다. 이 세상에 좋은 것, 아름다운 것을 함께 나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생겨서 기분이 좋다. 평가를 받는 사람의 불안감과 긴장이 따라오긴 하지만 제일 큰마음은 감사함이다."
- 미도는 장사꾼 같은 말투를 쓴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어도 구사해야 했는데 어떻게 준비를 했나.
"극 안에서 형사 역을 했던 김중희 배우가 일본어를 잘한다. 그래서 검수를 해주셨다. 미도는 유학파이긴 하지만 정통적으로 일본어를 배우려고 노력한 사람은 아니었을 것 같았다. 부딪히고 놀면서 습득했을 것 같다고 상상하면서 구현했다. 제작사의 일원으로 투자하는 사람을 만나는 건데, 그래서 마치 시장의 젊은 이모 같은 느낌으로 거침없이 다가가고 스며든다. 나이가 가늠이 안 되는 사람 있지 않나. 어려 보이는데 행동은 아저씨같이, 모호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 미도가 웃음 폭격기로 활약하는데, 내가 봐도 웃기다 했던 장면이 있나.
"연기를 시연하는 장면이 웃겼다. 의욕이 고취되어 있지만 표현은 우스꽝스럽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정선에서 표현이 되어야 했기 때문에 볼 때는 재미있는데 연기할 때는 어려웠다. 근사하게 보이거나 보호 본능이 일어나면 안 되다 보니 경계선을 찾는 것에서 고심했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라며 현타가 왔던 순간도 있었다."
![배우 전여빈이 영화 '거미집'(감독 김지운)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바른손이앤에이]](https://image.inews24.com/v1/1905b1147427b4.jpg)
- 송강호 배우와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
"선배님은 정말 뜨거운 배우다. 일분일초도 허투루 쓰지 않고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쏟아낸다. 좋은 자극제가 됐고, 현장의 태도까지 닮고 싶은 선배님이다. 재능은 제가 닮고 싶다고 해서 닮아지는 것이 아니다. '재능있는 분이 저렇게 노력할 수 있구나'를 배웠고 에너지, 리듬감, 호흡을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서로 좋은 하모니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선배님 마음은 모르지만(웃음) 모든 순간이 행복했고 즐거웠다. 배우는 표현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고, 내 앞에 있는 존재와 또 다른 세상을 만들어 가는 건데 그것이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러웠다. 에너지가 흡수되면서 자극을 주는 것이 재미있었다. 자신이 읽지 않은 책을 보고,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고, 가보지 않은 곳으로 여행을 갔을 때 도파민이 나오지 않나. 강호 선배님과는 계속 그런 기분을 느꼈다."
- 미도는 영화 속 영화 '거미집'의 결말이 바뀐 것에 크게 감동한다. 극 속에서 수동적 인물이었던 민자가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고 행동하는 것에서 자신의 욕망을 봤고, 그래서 김열을 절대적으로 지지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도라는 인물은 젠더적으로 말하면 남성 배우들에게서 보던 캐릭터의 면모를 가졌다. 자칫하면 티피컬한 캐릭터일 수 있는데, 여성이 맡았다는 이유로 색다른 경험을 주는 다른 캐릭터가 됐다. '거미집'에서 말하는 진취적인 여성은 자신의 욕망을 가감 없이 펼쳐나가는데, 그걸 미도가 영화 밖에서 보여준다. 미도는 자신이 원하던 모습이라 그 시나리오에 꽂힌 것 같고, 그래서 자신의 욕망을 향해 막힘없이 달려간다. 그래서 미도의 옷차림도 탈 코르셋적인데 거기서 그 친구의 욕망을 엿볼 수 있다. 또 미도만 메이크업을 안 한다."
- 미도가 유림에게 화를 내는 것은 어떻게 해석했나.
"미도도 김열이 처음에 할 말 있다고 할 때 시큰둥하다. 이건 삭제가 된 신인데, 시나리오를 읽다가 감화가 되어 눈물을 흘린다. 그 정도로 감동을 하는데, 그래서 자신이 이것을 사수해야 한다는 집념이 생긴다. '거미집'을 향한 강한 집착과 의지가 있고, 충성심도 있을 거다. 그런데 유림이 김열에 대해 쉽고 가볍게 얘기한다. 내 가족을 험담하는 것을 들었을 때의 화학적인 반응이지 않을까. '감히 내 가족을 건드렸어?'라며 전투 의지가 나오고 '그 사람을 이렇게 대한다고?', '고마움을 몰라?'라며 괘씸해 했을 것 같다. 방식이 옳지는 않지만 미도의 열정과 충성, 집념이 어글리하게 표현된 것 같다. 자기도 맞으면서 자랐다고 하는데, 표현 방식이 워낙 서툰 사람이다."
![배우 전여빈이 영화 '거미집'(감독 김지운)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바른손이앤에이]](https://image.inews24.com/v1/e1696927644082.jpg)
- 김지운 감독과 작업을 하면서 '역시'라고 느낀 지점이 있나.
"제 데뷔 연도를 '죄 많은 소녀'로 친다면 5년밖에 되지 않는다. 긴 시간이 아니다. 아직 만나야 하는 작품, 감독님이 많아서 특출난 점을 비교하는 것이 실례일 수 있지만, 저는 김지운 감독님께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를 본받고 싶다. 조용하고 차분하게, 끝까지 집요하게 첫 테이크부터 마지막까지 세공하는 마음으로 신을 들여다보고 만들어간다. 뜨거운 온도를 가진 감독님의 태도가 묘하게 다가왔다. 조용하고 차분한 상태에서도 열정이 들끓을 수 있더라. 남을 해치고 위압감을 주는 자세가 아니면서도 열정적인 상태로 현장을 이끌어 갈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 전여빈 배우도 김지운 감독이 말한 '어떤 날은 천재 같고 또 어떤 날은 정반대인 것 같은' 순간이 있나.
"있다. 날개가 있어서 거침없이 하늘을 자유롭게 날 수 있다가도, 날개가 안 펴지고 물에 접은 새처럼 둥둥 가라앉기도 한다. 날개가 소용없어서 절망감을 느낀다. 배우는 자신의 신체뿐만 아니라 감정, 이성 등 모든 것을 사용하고 표현해야 하는 존재인데, 결국 스스로 자신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 그래서 혐오에 빠지면 안 된다. 그렇게 되면 자기 자신을 제대로 사용할 수가 없다. 절망해도 나를 믿어주고 안아주며 일으켜야 한다. 엎어지면 엎어지는 대로, 잘 걸으면 걷는 대로 스스로를 북돋아 주려고 한다. 물론 힘에 부치기도 하는데, 그런 때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여과 없이 받으려 한다. 사실 그게 예전에는 부끄럽고 창피했다. 그만큼 내 능력이 안 되는 것 같고, 도움을 받을 때는 책임을 제대로 지고 있지 않은 사람인 것 같아서 괴로웠다. 하지만 '인간은 그런 것이다. 다 해낼 수 없다'라는 진실을 받아들이고 나니, 도움을 받으면서 걷고 있다. 아기였을 때 엄마의 몸 안에서 영양분을 받고 태어난다. 그 아이는 혼자 길러질 수 없다. 친구들과 함께 자라면서 사회적인 동물로 성장한다. 학교를 거치면서 끊임없이 교류하고 어른이 된다. 어른이 된다고 해도 완전한 어른이 되는 건 아니다. 계속 누군가에게 의지하며 나아간다. 인생이 끝날 때까지 가져가야 하는 부분이다. 배우로서도 모든 마음을 열어놓고 나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받아들이려고 한다. 또 제 주변인의 손을 잡으려고 용기를 잃지 않으려 하는 마음가짐이다."
- 작년엔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사회를 맡았고, 올해엔 '거미집'으로 칸국제영화제에 참석했다. 이렇게 배우로서 좋은 길을 걸어가고 있는데, 스스로도 영화인으로 잘 성장했구나 느끼는가.
"저는 배우 생활을 이른 시기에 한 것이 아니다. 속도 자체가 느린 거북이 같은 사람이다. 그저 현재를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살아내고 있다 보니 이렇게 이뤄냈다고 하는 것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그저 그 순간을 오롯이 살아낸다. 배우는 길게 바라보고 소망할 수 있는 직업이다. 살아있는 시간대마다 자기 영역이 변하고 표현하는 방식도 달라질 수 있는 직업이다. 저는 그 순간순간을 알차게 즐기고 노력하면서 이 배우라는 직업을 70대까지 길게 길게 가져가고 싶다. 긴 꿈이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의 성과라는 것은 저에게 아이 같은 느낌이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것 같다."
![배우 전여빈이 영화 '거미집'(감독 김지운)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바른손이앤에이]](https://image.inews24.com/v1/2cd60a606dfdc1.jpg)
- 전여빈이 걸음마를 이제 막 뗐다는 건, 진짜 이제 막 연기를 시작한 배우들을 너무 기죽이는 발언이지 않나.
"진짜다.(웃음) 이렇게 말씀을 해주시는 건 제가 이뤄낸 부분이 있다는 것이니까 당연히 감사하다. 하지만 스스로에겐 박해지는 것이 있다. 그 기저엔, 배우를 너무 하고 싶었고 연기를 나 자신만큼 아끼기 때문에 죄게 조심스럽게 다루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다. 이 걸음의 과정에서 함부로 들뜨고 싶지 않고, 붕붕 떠다니고 싶지 않다. 이 순간들을 잘 간직하고 싶고, 어떻게 하면 오랫동안 같이 있을 수 있을까 싶어서 고민이 많다."
- 영화 엔딩에 엄태구 배우가 '미남 매우'로 우정 출연했다. 넷플릭스 '낙원의 밤' 이후 오랜만에 만났을 텐데 어땠나.
"정말 웃겼다. 그런 헤어스타일이 잘 어울리더라. 오빠와 앞뒤 줄에 앉아 있는 상황 자체가 웃겼다. 그걸 마지막 촬영에서 찍었다. 제가 오빠를 많이 의지하는데, 그렇게 파마머리를 하고 우아하게 앉아 있는 오빠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큰 힘이 됐다. 풍성한 머리숱을 보는 것도 좋았다. 현재 드라마를 찍고 있는데 멜로 드라마라고 하더라. 걱정 없이 잘 해낼 거라 믿는다. 오빠에겐 순도 200%의 믿음밖에 없다. 무사히 잘 마치길 응원한다."
- 더불어 tvN 드라마 '빈센조'에서 함께 한 송중기 배우의 영화 '화란'도 곧 개봉한다. 여전히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빈센조' 팀인데 응원을 전한 것이 있다면?
"중기 오빠가 영화를 준비하는 마음가짐을 얘기한 적이 있어서 '화란'도 굉장히 기대된다. 오빠가 강아지와 함께 입국한 날이 생일이었다. '빈센조' 팀에서 오빠에게 축하한다고 했다. '함께 찾아온 축복과 함께 더 행복해질 거다'라고 아이가 태어난 것과 함께 생일도 축하해줬다. 그런 의미에서 '화란'도 좋은 영화일 거라 믿는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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