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그야말로 염혜란으로 시작해 염혜란으로 끝나는 2023년이다. 등장하는 작품마다 엄청난 존재감과 연기력을 뽐내는 염혜란이 있어서 관객과 대중들은 눈과 귀가 즐거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염혜란은 자신의 강점을 평범함이라고 말하며 '천의 작품' 속에서 다양한 얼굴을 그려내고 싶다는 겸손함과 소박한 바람을 전했다.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은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평범한 직장인 김모미가 밤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인터넷 방송 BJ 마스크걸로 활동하면서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김모미(이한별, 나나, 고현정 분)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그린다.
![배우 염혜란이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감독 김용훈)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https://image.inews24.com/v1/8d3e2dac385434.jpg)
염혜란은 마스크걸에게 아들 주오남(안재홍 분)을 잃은 엄마 김경자 역을 맡아 복수를 향한 광기에 사로잡혀 일생을 거는 인물을 압도적인 연기로 그려내 극찬을 얻었다. '더 글로리' 현남과는 또 다른 복수 서사를 완성하며 놀라운 존재감을 과시했다.
올 초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넷플릭스 '더 글로리'부터 등장하는 순간 강렬함을 선사하는 '마스크걸', 화려한 액션에 인간미까지 더해낸 tvN '경이로운 소문2', 11월 개봉을 앞둔 영화 '소년들', 특별출연한 '달짝지근해: 7510', '거미집'까지, 염혜란을 빼놓고는 2023년을 돌아볼 수 없을 정도다. 놀랍고도 경이로운 배우 염혜란이 있어 즐겁고 짜릿했던 순간들이다. 다음은 염혜란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요즘 인기있는 작품엔 늘 염혜란이 있고, 등장할 때마다 엄청난 화제를 모은다.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특히 '마스크걸'에선 엄청난 반응이 일었는데 기억나는 것이 있다면?
"총량의 법칙이 있어서 운을 다 써버린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호시절'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두가 공들여 만든 작품이 좋은 반응을 얻어서 너무 행복하다. 저는 SNS를 안 하는데 관계자들에게서 연락이 많이 왔다. 대중이 주는 사랑도 감사하다. 동료들이 '고생했다', '좋다'라고 해주는 것도 큰 응원이 된다. 반응 중에서는 '눈이 돌았네', '김경자가 되어버렸네' 그 말이 기분이 좋았다."
- 세 명의 모미가 주인공이지만 작품 공개 이후엔 '김경자가 주인공'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이를 어떻게 생각하나.
"'김경자가 주인공'이라는 말이 100% 찬사로 들리지 않았다. 모미의 이야기인데 마냥 행복한 말은 아니었다. 그건 어쩔 수 없이 주인공을 세 명으로 나누면서 제가 분량이 많고 등장하는 회차가 많아서 나온 얘기 같다. 그런 점에서 수혜자로서 기쁘게 받아들일 수 없는 지점이 있다. 멀티 플롯으로 가면서 회마다 주인공이 달라지는 재미가 있었다. 수미상관처럼, 여러 덩어리가 결국 마지막에 하나로 묶이는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 한 사람만 응원할 수 없는 구조고 주인공이 많은 작품이다."
- 분장도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분장한 모습을 보고 어땠나.
"분장한 김경자가 너무 멋있었고 좋았다. 배우가 아름다운 때는 그 인물이 될 때다. 2부 땐 얼굴이 노안이라 분장이 필요 없다며 자신이 있었다. 만약 분장하면 연기할 때 행동에 제약이 될 것 같았다. 물에 빠져야 하고 액션을 하다 보니 땀도 엄청 나기 때문에 굳이 해야 하나 했다. 하지만 분장 안 했으면 어쩔 뻔했나 싶었다. 마스크 같아서 자유로웠다. 분장이 우려와 다르게 저를 자유롭게 해줘 도움을 받았다."
![배우 염혜란이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감독 김용훈)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https://image.inews24.com/v1/294d4720716125.jpg)
- 나이 든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해 아쉽지는 않았나.
"억울한 건 지난 것 같다. 지금이 가장 젊고 예쁠 때다. 예전에 연극을 할 땐 왜 나이 든 역할만 쓰나 싶어서 서운했다. 하지만 매체 연기를 하면서 다양한 역할을 하면서 서운함이 사라졌다. 행복한 캐릭터를 많이 만났다. 나이가 있는 역할이라 더 매력 있는 것도 있다. 늙은 여자가 장총을 든 건 처음이라 배역이 매력 있었다. 앞으로 연기할 시간이 많으니까 할 역할도 많을 거라 생각한다."
- 물에 빠지거나 육탄전을 하는 등 과격한 액션신도 많았다. 힘들지 않았나?
"신마다 힘들었다. 물 공포증이 있어서 더 힘들었다. 그래서 생색을 내고 싶었는데 '밀수'를 본 후 그 마음이 쏙 들어갔다. 선배님들이 수중 발레까지 하는데 후배가 감히 싶더라.(웃음) 물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갇히는 것이라 공포감이 컸다. 수영을 몇 번 배우다가 실패했었는데, 다시 물과 친해지는 연습을 했다. 무사히 끝내서 다행이었다."
- 염혜란은 나오면 믿고 볼 수 있다 싶을 정도로 안심을 주는 배우다. 장르별로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본인만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시대적인 흐름이 있는 것 같다. 예전엔 '듣보잡'이 나오면 빠져들지 못했던 것 같다. 나도 알고 너도 아는 배우가 해야 몰입이 됐다. 하지만 지금은 낯선 얼굴이 몰입되는 시대적 흐름을 탄 것 같다. '다 저렇게 예쁘냐', '극에서 못생겼다고 하는 여자도 나보다 예쁘다' 싶으면 몰입을 못 한다. 나와 닮은 배우가 나와야 현실감이 있다. 그런 요구가 맞물리고 여성 캐릭터도 풍부해지면서 저의 쓰임도 많아진 것 같다."
- 스스로 돌이켜봤을 때 변화의 지점이 되는 작품이 있을 것 같다.
"롤이 커진 건 '경이로운 소문'이다. 1이 잘 되고 핫해지면서 공동 주연이 됐다. 주인공은 소문이지만 공동으로 묶인 느낌이다. 분량도 많아지고 상도 받았다. '동백꽃 필 무렵'은 상대적으로 많이 찍지 않았다. 이렇게 분량이 적어도 되나 했는데, 등장하는 장면이 강렬해서인지 크게 생각해주시더라. 조금 나왔는데도 장면이 기가 막히고 역할이 좋다 보니 각인이 크게 됐다. 그리고 처음 해본 것도 많았다. 라운드 인터뷰라는 걸 처음 해봤다. '같은 얘기를 몇 번이나 해야 하는 거냐'라고 했다.(웃음) '도깨비'는 '이렇게 많이 본다고?' 할 정도로 파급효과가 컸다."
- '더 글로리' 때는 어땠나?
"무조건 된다는 느낌이 왔다. 저는 묻어갔다. 세상에 연기 잘하는 분이 2억 명은 될 건데 어떤 작품을 하느냐에 따라 주목도가 달라진다. '더 글로리'는 무조건 많이 본다, 하는 확신이 있었다."
![배우 염혜란이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감독 김용훈)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https://image.inews24.com/v1/743ffc948d94e2.jpg)
-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의미 있는 메시지를 생각하는 것 같다. 기준은 그때 따라 바뀐다. 캐릭터 때문일 수도 있고, 돈 때문에 할 수도 있다. 그런 기준은 바뀌지만, 꼭 지키려고 하는 믿음은 무슨 메시지를 주느냐다. '굳이, 이 시대에' 꼭 해야 하는 이야기인지, 마음을 울리는 메시지인지를 보는 것 같다."
- 앞으로도 염혜란이란 배우는 무궁무진하게 쓰일 것 같다. 배우로서 목표가 있다면?
"어떤 배우가 되겠다는 목표도, 주인공을 하겠다는 마음도 없다. 하루하루 해나가자, 내 앞에 온 캐릭터를 진지하게 만나서 치열하게 살아보자는 마음일 뿐 큰 목표는 없다. 주어진 일을 하자는 것이 길게 일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오로지 이 작품에 들인 고생을 알아줘서 고맙다는 마음이다."
- 세상엔 참 연기 잘하는 배우가 많지만 그 중에서도 꼭 염혜란을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마음이 가는 건 평범함 때문인 것 같다. 나랑 다르게 예쁘면 다른 운명을 타고났다고 생각할 텐데, 평범하면 내 옆의 누군가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접근성이 용이하다. '엄마 같다' 혹은 '나 같아도 그렇게 하겠다'라는 공감이 생긴다는 것이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 배우는 '천의 얼굴'이라고 하는데, 염혜란은 '천의 얼굴'이 맞다고 생각하나.
"천의 작품만 있는 것 같다. 작품이 있어서 그 얼굴을 보여줄 수 있다. 끊임없이 제 안의 다양한 것을 발견하는 것이다. 비슷하다고 해도 다른 것을 찾아가는 작업이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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