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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人]② 셀린 송 감독, '패스트 라이브즈'가 해피엔딩인 이유(ft.장기하)


(인터뷰)셀린 송 감독, 데뷔작 '패스트 라이브즈'로 오스카 작품상·각본상 후보
"유태오·그레타 리, 어른과 어린아이의 얼굴 공존…보자마자 '맞다' 싶었다"
"12살의 자신과 안녕한 나영, 12살 아내를 만난 아서, 모두가 해피엔딩"
"진짜 남성성은 소중한 이를 위해 내가 필요한 걸 잠시 보류하는 것, 감동적"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어른과 어린아이의 얼굴 공존", "진짜 어른스럽고 감동적인 모습" 셀린 송 감독은 '패스트 라이브즈'에 인연을 담아내는 동시에 어른스러운 관계성을 포착해 깊은 감동을 안겼다. 서로에 대한 배려, 그 바탕에 깃든 사랑은 내 옆의 누군가 혹은 마음 속 깊이 담아둔 추억 속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며 아련한 미소를 짓게 한다. '인연'이라는 말 속에 담긴 그 의미처럼, 참 따뜻하고 예쁜 사랑 이야기 '패스트 라이브즈'다.

지난 3월 6일 개봉된 '패스트 라이브즈'(PAST LIVES/감독 셀린 송)는 서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첫사랑 나영(그레타 리 분)과 해성(유태오 분)이 24년 만에 뉴욕에서 다시 만나 끊어질 듯 이어져온 그들의 인연을 돌아보는 이틀간의 운명적인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넘버3’ 송능한 감독의 딸이자 한국계 캐나다인인 셀린 송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다.

셀린 송 감독이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CJ ENM]
셀린 송 감독이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CJ ENM]

셀린 송 감독은 24년 만에 뉴욕에서 재회한 나영과 해성의 운명 같은 이야기를 섬세한 통찰력으로 포착하며 전 세계를 사로잡았다. 특히 인연이라는 단어를 통해 미묘하면서도 애틋한 감정을 담아내 깊은 여운을 안겼다.

이에 제39회 선댄스 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된 후 외신 및 평단으로부터 만장일치 극찬을 받으며 단숨에 화제작으로 급부상했으며, 인디와이어, 롤링스톤이 선정한 '올해 최고의 영화' 1위를 비롯해 타임지, 뉴욕타임스 등 '2023년 최고의 영화' 리스트에 선정됐다. 또 전 세계 72관왕을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과 각본상에 노미네이트 되는 쾌거를 이뤘다.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러시아 인형처럼', 애플TV+ '더 모닝 쇼' 시즌 2, 3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한국계 배우 그레타 리와 제77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노미네이트에 빛나는 유태오는 섬세한 멜로 연기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다음은 셀린 송 감독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유태오, 그레타 리 배우를 해성과 나영 역에 캐스팅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배우들에게서 어떤 얼굴이 보인 건 아니고, 이런 배우여야 한다고 생각한 건 없다. 하지만 유태오, 그레타 리의 얼굴을 보자마자 맞는 것 같다고 느꼈다. 어린아이와 어른의 얼굴을 다 봤다. 웃지 않고 차갑게 있으면 굉장히 어른스럽다. 유태오 배우는 만났을 때 마흔이었고, 그레타 리 배우도 아이 둘이 있는 엄마다. 오디션을 하고, 웃고 농담하는 걸 보는데 진짜 어린아이 같았다. 유태오 배우는 8살 같아 보였다. 캐릭터는 그게 중요했다. 영화 자체가 우리 인생에 담겨 있는 모순적인 이야기다. 12살이기도 하고 12살이 아니기도 하다. 그런 모순적인 것이 얼굴에 담겨 있는 것이 중요했다."

셀린 송 감독이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CJ ENM]
배우 유태오와 그레타 리가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감독 셀린 송)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사진=CJ ENM]

- 유태오 배우는 캐릭터보다 더 남성적인 이미지를 가진 배우다. 그런 점에서의 고민은 없었나?

"저는 오디션을 해주는 배우 중에서 고를 수밖에 없다. 오디션 테이프를 몇백 개를 봤다. 그중 서른 명 정도를 불러 얼굴을 보고 오디션을 봤다. 캐릭터를 찾으려고 했다."

- 가수인 장기하의 출연은 어떻게 진행이 됐나?

"해성 역으로 오디션을 봤고 그래서 만나게 됐다. 앞서 말한 서른 명 중 한 명이다. 저는 음악을 들었기 때문에 그 분을 알고 있었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며 친해졌다. 해성 역을 유태오 배우가 하게 되면서 '조연이 있는데, 하루 정도 일하면 되는데 해보겠냐'라고 물었더니 '당연히 해보고 싶다'라고 하더라."

- 해성과 나영이 걸어가 우버를 기다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장면 역시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는데, 어떻게 연출했나?

"그 길엔 150피트(약 46미터)의 트랙을 깔았다. 해성과 나영이 어느 쪽으로 걸어가 우버를 기다릴 건가, 어떻게 찍을 건가 질문을 했는데 이것이 어떤 영화를 찍을지에 대한 열쇠가 됐다. 가로 선이다. 나영과 해성이 걸어가는 것을 타임라인이라고 생각했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걸어간 것이 현재에서 과거로 간 것인데, 그곳에서 우버를 2분 동안 기다린다. 그리고 우버가 해성을 과거로 데려간다. 뉴욕 바람도 도와줬다. 원래는 바람을 계획한 것이 아닌데, 바람이 불어서 나영의 스커트를 이상하게 과거 방향으로 밀어주더라. 영화 신이 준 기적이다. 하지만 나영은 돌아서 현재와 미래로 걸어간다. 그 끝에는 집이 있다. 이후 해성이가 차를 타고 공항으로 가는 장면도, 해성 역시 앞으로 나아가야 하기 때문에 오른쪽으로 간다. 나영이 울면서 집에 갈 때, 많은 분이 왜 우는지에 대해 궁금해한다고 생각한다. 저는 세 명 다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하는데, 나영이는 12살의 자신에게 안녕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해성이가 안녕할 찬스를 준거다. 친구가 준 특별한 기회다. 처음 안녕은 낮이지만, 이후 안녕을 밤에 찍고 싶었던 건 어린아이 둘이 24년 동안 헤어졌던 골목에서 안녕을 하기 위해 기다렸기 때문이라는 걸 보여주려 한 거다. 해성이는 당연히 안녕하기 위해 왔고, 그걸 얻었기에 후련하게 떠날 수 있다. 공항으로 가는 장면에서 유태오 배우가 표정에 대해 묻길래 '피곤하지만 후련하고 행복한 표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서(존 마가로 분) 또한 해피엔딩이다. 자신의 아내가 누군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기 때문에 언어도 배웠던 사람이다. 그는 이날 밤 덕분에 자신이 몰랐던 12살짜리 울보 나영이를 알게 되고 만난다. 셋 다 얻은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셀린 송 감독이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CJ ENM]
유태오와 그레타 리, 존 마가로가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감독 셀린 송)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사진=CJ ENM]

- 우버가 오기 전 해성과 나영이 완전히 마주 보고 서 있다. 그 장면에 관객들 역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데 연출 의도는 무엇인가?

"그 길이가 45초다. 스크립터에는 2분으로 쓰여 있다. 하지만 촬영할 때 2분은 너무 길다. 언제 차가 올지에 대해선 제가 손으로 표시를 하기로 했다. 그래서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언제 우버가 올지 몰랐다. 몇 초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관객이 느끼는 감정이 중요했다. '우버 언제 와?'라는 마음과 우버가 올 때 '10초만 더'라는 마음이 공존해야 했다. 그건 숫자로 할 수 없다. 제 감정이 그랬을 때 손으로 차를 불렀다. 제 안에 있는 시계, 리듬으로 정해진 시간이다."

- 나영의 남편인 아서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이들도 존재한다. 아서를 통해 어떤 점을 전하고 싶었나?

"배우와 저는 관객들이 아서가 등장할 때 잘 왔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나영과 해성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그러므로 침실 신이 굉장히 중요했다. 존은 한국계 미국인과 결혼했다. 캐스팅할 때는 몰랐는데, 기본적으로 한국말을 좀 한다. 존은 정말 진심으로 이 역을 이해하고 치열하게 임했다. 그래서 저에게 '한국말을 연습하면 더 잘할 수 있다'라고 했는데 제가 절대 하지 말라고 했다. 아서는 한국말을 못 하고,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한국말을 잘하면 이상하다. 그 노력이 감동적인 거다. 아서가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저는 남성성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데, 제가 사랑하고 알고 지내는 남자들의 남성성은 보통 우리가 먼저 떠올리는 마초적인 것과는 다르다. 제가 생각하는 건 내가 지켜야 하고 소중한 사람을 위해 내가 필요한 것을 잠시라도 보류해두는 것이다. 이 순간을 내 중심으로 만들지 않고 옆에 두는 거다. 아서와 해성은 나영을 열 수 있는 열쇠를 가지고 있다. 해성이가 가지고 있는 열쇠는 아서가 가지고 있지 않고, 해성이가 가지지 않은 것을 아서가 가지고 있다. 둘 다 함께 여기 있어야 나영이가 완벽하게 열린다. 사랑하는 사람을 더 깊게 이해하고 사랑할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서로를 하룻밤만이라도 받아들이는 것이 감동적이고 어른스럽고 남성적이다. 그래서 나영이도 해피엔딩인 거다."

셀린 송 감독이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CJ ENM]
셀린 송 감독이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CJ ENM]

- 아서에게 관객들이 이입할 수 있었던 건 배우가 짓는 섬세한 표정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그의 표정에 어떤 감정을 담아내고 싶었나?

"바에서 아서는 가만히 이야기를 듣기만 한다. 필름카메라로 찍었다. 롤 안에 6분이 들어가는데 한 번에 그렇게 찍는다. 그래서 존에게 '해성과 나영이 신을 하는 와중에 니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의 리스닝을 해달라. 카메라를 돌릴 건데 6분을 다 너에게 쓸 거다'라고 부탁했다. 존이 연기를 정말 잘했다. 10가지 방법의 리스닝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무지개 색깔같이 원하는 대로 골라서 그걸 놓을 수 있었다. 너무 열받아 하는 느낌이면 안 되고, 또 너무 편한 느낌이면 나영이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 그 중간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 중간도 반은 화나 있고, 반은 아니고가 아니라 '잘 모르겠다'라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 연기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이다. 세 배우 모두 잘하는 사람들이라, 정답을 다 알고 싶어 했다. 모범생이다. 그래야 하는 신도 많았지만 바 신이나 우버 기다리는 신은 미스터리하기 때문에 정답을 모르는 것이 중요했다. 그 오랜 시간 동안 대사 없이 정답을 모르는 것이 어려웠을 거다. 그래서 그것에 대한 대화를 가장 많이 했다. 엔딩에서 '다음 생에선 누구일까'라고 하면 나영이가 '모르겠다'라고 하고 해성도 '나도'라고 한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감정이 중요하다. 잘 모르겠다는 마음을 키웠던 것 같고, 아서도 6분 동안 10가지 리스닝을 보여주면서 '다음에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라는 표정이 있었다."

-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하다.

"저는 영화를 만들 때 잠도 안 자고 밥도 안 먹고 한다. 푹 빠져서 행복하게 산다. 그런 마음이 없으면 시작하기 어렵다 진짜 믿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서 앞으로 어떤 걸 할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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