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양수 기자]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토니어워즈 6개부문을 석권하며 K뮤지컬의 위상을 드높였다. '어쩌면 해피엔딩'의 따뜻한 감동 스토리는 한국의 '헬퍼봇'에 이어 미국의 '반딧불이'들까지 사로잡았다.
24일 오후 서울 중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진행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토니어워즈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박천휴 작가는 "작곡가 윌 애런슨과 나는 기대했다 실망하는 것이 두려워 기대하지 않으려 애를 쓴다. 사랑의 아픔을 두려워해서 사랑에 빠지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클레어와 같다"며 '토니어워즈' 10개부문에 노미네이트된 이후에도 기대를 하지 않으려 애썼다고 전했다.
![박천휴 작가와 한경숙 프로듀서(NHN링크 공연 제작 이사)가 24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1가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토니어워즈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62ebb720067b30.jpg)
![박천휴 작가와 한경숙 프로듀서(NHN링크 공연 제작 이사)가 24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1가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토니어워즈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8602573d811fb1.jpg)
지난해 11월 브로드웨이에 진출한 '어쩌면 해피엔딩'은 지난 8일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어워즈'에서 작품상, 연출상, 극본상, 작사작곡상 등 6개 부문을 수상했다. 이는 한국 작가가 집필하고 한국에서 초연했으며 한국을 배경으로 한 창작뮤지컬이 토니어워즈에서 수상한 최초의 사례다.
그는 "시상식 당일은 정말 정신없는 마라톤같은 하루였다. 너무 기쁘고 당황스럽고 놀라웠다. 하지만 동시에 오늘이 다 끝났으니 편하게 잘 수 있겠다는 기대감도 들었다. 심정이 복잡미묘했다"고 수상 당시를 떠올렸다.
"토니어워즈 트로피는 초라한 뉴욕 집 식탁에 올려뒀어요. 그걸 보며 아침을 먹으니 신기했어요. 더 열심히 하는 창작자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죠."
'어쩌면 해피엔딩'은 근 미래의 서울을 배경으로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헬퍼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 박천휴, 윌 애런슨 '윌휴 콤비'가 공동작업했다.
'어쩌면 해피엔딩'의 미국 진출은 한국 공연과 시작을 같이 한다. 2013년 우람문화재단의 개발지원을 받아 트라이아웃 공연과 미국 내 낭독공연을 준비했다. 2016년 뉴욕 낭독공연을 시작으로 2020년 애틀란타 트라이아웃 공연이 진행됐다. 그리고 '어쩌면 해피엔딩'은 코로나 팬데믹을 거쳐 2024년 11월, 비로소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정식 개막했다.
![박천휴 작가와 한경숙 프로듀서(NHN링크 공연 제작 이사)가 24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1가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토니어워즈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ac85441f2d224a.jpg)
박 작가는 "뮤지컬 만드는 일은 많은 분들과 오랜시간 함께 하는 작업이다. 수많은 행성이 제자리를 찾아 정렬하듯이 우연과 행운, 노력이 합쳐져야 하고, 자잘한 우여곡절을 겪어야 한다"면서 "미국에서 나는 이민자다. 그들의 문화와 언어 안에서 나는 이방인이라는 사실을 예민하게 느꼈다. 하지만 그를 견뎌내고 나니 어느 순간 한국인 극작가 최초로 큰 기회를 얻었다"고 다사다난했던 지난 시간을 되돌아봤다.
'어쩌면 해피엔딩' 브로드웨이 공연은 내년 1월까지 오픈런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6월 현재 브로드웨이 공연은 전 회차 매진을 기록 중이다. 현재 티켓 가격은 최고 499달러(약 68만원)에 달한다. 2026년엔 하반기 북미 투어를 계획 중이다.
'어쩌면 해피엔딩'의 브로드웨이 공연을 성사시킨 NHN링크 공연제작이사 겸 프로듀서 한경숙은 "10년 전 '어쩌면 해피엔딩'의 시작이 된 우람문화재단에서 처음 박 작가를 만났고, 내가 소속된 대명문화공장에서 초연과 앵콜, 재연을 선보였다"라며 "그리고 지난해 9월 NHN링크에서 '어쩌면 해피엔딩'에 투자를 하면서 토니어워즈 수상이라는 영광의 자리에 함께 할 수 있게 됐다"고 작품과의 남다른 인연을 전했다.
'어쩌면 해피엔딩'의 10주년 공연은 오는 10월 두산아트센터에서 개막한다. 오랫동안 사랑받았던 모습 그대로 돌아온다. 미국판 '어쩌면 해피엔딩'은 2028년께 국내에서 선보일 계획이다.
한 프로듀서는 "한국 공연은 브로드웨이 공연의 지침선이다. 대본과 음악 자체가 완벽하고, 두 창작진은 지문과 무대 위 구현할 장면을 섬세하고, 자세하게 담아냈다. 한국 공연은 최대한 기존 감성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공연장에 맞춰 보완하려고 한다. 지금껏 봐주신 관객들에게는 익숙하면서도 반가운 무대를, 처음 본 분들에게는 신선함을 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10월 공연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어쩌면 해피엔딩'의 성공에는 작품에 함께 공감하고 웃어주고 울어주는 관객들의 힘이 컸다. 특히 한국에 '헬퍼봇'들이 있다면 미국에는 '반딧불이'라는 팬덤이 두텁게 자리매김했다. 이들은 한국 못지 않은 회전문 관객이 되어 '어쩌면 해피엔딩'의 대성공을 이끌어냈다.
박 작가는 "한국과 미국 관객들은 같은 포인트에 웃고 울어주셔서 감사했다. 브로드웨이에서도 재관람율이 높은 편이다"라면서 "한국 관객은 감동할 때 속으로 표현하는 반면, 미국은 소리를 내어 탄식하고 박수를 치고 환호하는 등 물리적 반응으로 표현하는 게 달랐다"고 한국과 미국의 관객들의 반응 차이를 전했다.
![박천휴 작가와 한경숙 프로듀서(NHN링크 공연 제작 이사)가 24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1가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토니어워즈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753d9cb0437671.jpg)
"한국 관객들은 제 원동력이에요. 저는 자신감 넘치는 경력있는 작가가 아니죠. 만약 한국 관객들에게 공감받은 경험이 쌓이지 않았더라면, 연출이 대사를 바꿔보자 할때, 제작자가 설정을 바꿔보자고 할때 변화를 줬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대로 믿고 가겠다고 고집부릴 수 있었던 것은 모두 한국 관객들 덕분입니다."
한편 '어쩌면 해피엔딩' 10주년 공연은 10월30일부터 2026년 1월25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된다.
/김양수 기자(liang@joynews24.com),사진=정소희 기자(ss08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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