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작만 140편" 이순재, 하늘에 졌다⋯'야동순재' '꽃할배'로 사랑받은 국민배우

[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현역 최고령으로 활동한 '국민 배우' 이순재가 굵직한 족적을 남기고 하늘에 졌다.

이순재는 25일 새벽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눈을 감았다. 빈소는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이순재는 고령에도 무대 위에서 연기 열정을 불태운 이 시대의 진짜 배우였다.

고인은 지난해 KBS 2TV 코믹극 '개소리', 영화 '대가족',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 등에 연달아 출연하며 왕성하게 활동을 펼쳤으나, 지난해 10월 공연 활동을 취소하면서 건강 이상설이 불거졌다. 이후 활동을 잠정 중단하고 회복에 집중해 왔으나 그토록 사랑하던 무대에 다시 복귀하지 못했다.

1934년 함북 회령에서 태어난 고인은 4살 때 서울로 내려왔고 서울고와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1956년 연극 '지평선 넘어'로 데뷔해 '동의보감', '보고 또 보고', '사랑이 뭐길래' '목욕탕집 남자들', '허준' '상도' '이산' '야인시대', '토지', '엄마가 뿔났다' 등 무려 140편에 달하는 드라마에 출연했다. 특히 대표작 중 하나인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에서는 가부장적 아버지 '대발이 아버지'로 큰 인기를 누렸다.

가족극과 코믹, 사극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온 고인은 70대 들어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지붕뚫고 하이킥'에 출연하며 또 한 번 전성기를 맞았다. 호동을 치는 '버럭 순재' '야동 순재' 캐릭터로 큰 웃음을 안기며 젊은 세대들에게도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2013년 방영된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할배'에서는 맏형이지만 지치지 않는 체력과 의욕 넘치는 모습으로 '직진 순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돌직구 발언과 거침없는 화법, 그러면서도 친근하고 인간미 넘치는 모습으로 울림을 안기기도 했다.

이순재는 잠시 정치권에 몸담기도 했다. 1992년 14대 총선에 당시 여당인 민주자유당(민자당) 후보로 서울 중랑갑 선거구에 출마해 당선됐고 이후 국회의원으로서 민자당 부대변인과 한일의원연맹 간사 등도 역임했다. 후학 양성에도 힘썼던 이순재는 최근까지 가천대 연기예술학과 석좌교수로 학생들도 가르쳤다.

배우 생활을 하는 내내 넘치는 연기 열정으로 수많은 족적을 남긴 故 이순재. 그는 지난 2024년 12월 31일 '2024 KBS연기대상'에서 드라마 '개소리'로 영예의 대상을 수상했다. 당시 90세였다. 최수종 등 후배 배우들의 부축을 받으며 무대에 오른 이순재는 "오래 살다보니 이런 날도 있네"라며 "(시청자) 여러분께 평생 신세 많이 지고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연기 경력 70년, '국내 최고령 배우'이자 '국민 배우'였던 이순재의 뜨거웠던 마지막 인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