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박정민이 '액션과 멜로'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 이렇게 사랑에 미친 남자를 본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애틋하고 절절해서 눈시울이 붉어질 정도다. 스스로는 멜로에 대한 갈증이 없었고, 대중이 자신의 멜로를 보고 싶어 할까 싶어서 생각이 없었다고 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액션은 물론이고 멜로까지 잘하는 배우라는 것이 '휴민트'를 통해 입증된 것. 류승완 감독이 작정하고 멋있게 만든 박건이라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낸 박정민에 감탄이 터져 나온다.
오는 11일 개봉되는 영화 '휴민트'(감독 류승완)는 비밀도, 진실도 차가운 얼음 바다에 수장되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이들이 격돌하는 이야기다. 연출을 맡은 류승완 감독을 필두로 조인성, 박정민, 박해준, 신세경까지 합세해 강력한 시너지를 완성했다.
![배우 박정민이 영화 '휴민트'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샘컴퍼니]](https://image.inews24.com/v1/c873db537e52f2.jpg)
박정민은 북한 국가보위성 조장 박건 역을 맡았다. 매사 냉철한 판단력과 기민한 움직임을 바탕으로 성과를 쌓아온 그는 작전 지역에서 채선화(신세경)와 마주치는 순간 마음에 균열이 일기 시작한다.
그는 온몸을 내던지는 거친 액션으로 강렬함을 뿜어내는 동시에 오직 선화를 지키기 위해 돌진하는 '직진 사랑꾼'으로 변모해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얼굴을 보여준다. 사랑을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내걸 정도로 처절하게 싸우고 달려나가는 박정민의 처절한 멜로에 개봉 전부터 극찬이 쏟아지고 있다. 다음은 박정민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호평이 많은데 개봉을 앞둔 소감은 어떤가?
"까봐야 아는 건데 나온 평들은 감사하다. 좋게 써주신 분들도 있고 조금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 전작인 '얼굴'이 기대 이상의 흥행을 했고 좋은 선례를 남겼다. 이번엔 대작인데, 그래서 마음가짐이 달라지는 것도 좀 있나?
"촬영할 때는 같다. '얼굴'은 부담이 없었다. 잘 되면 좋겠는데, 관객수로만 따졌을 때 적은 관객이 들어온다고 해도 좋은 도전, 좋은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재미있었기 때문이고 회복도 빠르다. 하지만 큰 영화는 배우로서 부담감이 좀 있다. 책임은 나뉘는 거로 생각하고, 결과에 대해 긴장이 된다. 예쁘게 봐주시면 좋겠다. 그런 차이는 좀 있는 것 같다."
![배우 박정민이 영화 '휴민트'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샘컴퍼니]](https://image.inews24.com/v1/b7285f525a7c7c.jpg)
- 이 영화에서 어떤 점이 가장 끌렸나?
"이야기 자체가 흘러가는 방식이 직진이다. 이런 직진성의 이야기를 감독님이 어떻게 만들지 궁금했다. 그냥 만들 분이 아니라는 걸 잘 안다. 긴박한 이야기를 어떤 톤앤매너로 만들 거라고 했을 때 궁금했고 마음에 들었다. 그 이후에 인물에 대해 생각했다. 처음엔 멜로가 있는 줄 몰랐다. '왜 나에게 이렇게나 좋은 역할을 주실까. 뭘 보고 주셨을까' 했다. 시나리오를 보고는 박건의 감정 상태에 따라서 이야기가 전복되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줬을까' 감사한 마음이 컸다."
- 류승완 감독과 전작 '밀수'에선 장도리 역할을 했다. 지금과는 극과 극의 비주얼과 감정선을 가져가는데 그런 면에서 이야기를 나눈 것이 있나?
"박건이라는 역할에 왜 박정민을 캐스팅했는지 구체적으로 얘기한 적이 없다. '밀수' 무대인사를 했을 때 "액션 영화를 어떻게 생각하니?"라고 하시길래 "좋게 생각한다"라고 했다. "휴민트'를 하는데 생각이 있니?"라고 하셔서 "있다" 그 정도의 이야기를 사건에 나눴다. 남자답고 액션도 많으니 준비를 어느 정도 해야 한다는 말씀을 해주셔서 그 당시에 체육관을 다녔다. 그러다가 영화 캐스팅이 본격적으로 됐을 때는 그런 얘기를 나눈 것이 없고 "박건이라는 인물이 멋있었으면 좋겠다", "목적이 분명한 사람이면 좋겠다", "야생의 인물이면 좋겠다"는 말씀을 계속 해주셨다. 그런 인물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 만족도는 어떤가?
"그런 촬영을 하기 시작하면 그 인물과 가까워지니까 자아도취 하기 시작한다. 박건은 제가 아닌 다른 사람 얼굴로 갈 수 없다. 내가 하는 거라고 믿고 가야 한다. 그래서 취하기 마련이다. 잘생겼다 못생겼다를 떠나서 이 인물과 저를 붙여놓기 마련인데, 영화 보기 전에 무섭더라. 저랑 동떨어진 사람인데 내 눈에 오그라들지 않을까 생각이 많았다. 그런데 보고 그렇게까지는 아닌 것 같아서 감사하다는 마음이다. 어색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 사랑의 화신이다. 그런 압도적인 이미지를 끌어냈을 때는 분명 그런 면을 봤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내 안에 그런 면이 있다고 생각하나?
"저는 개인적으로 배우가 연기할 때 자기 안에 없는 것이 나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것이 있는지 차분히 들여다보고 발견하는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박건이라는 인물이 가진 순애보적인 것을 찾아보려고 부단히 애를 썼다. 구체적으로 그걸 써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제 안의 기억이 발현된 것 같다. 박건은 모든 표현을 거칠게 할 수밖에 없다. 누군가를 구출하기 위해 싸워야 하고 총을 쏜다. 하지만 자기가 사랑하는 이 앞에서는 표현하지 못한다. 그런 면에서 제 안에 언젠가의 박정민을 찾으려고 계속 노력했다. 촬영 10회차 정도가 되면 자연스럽게 뭔가가 나오는 것을 발견하고 그렇게 쭉 간다. 결론은 제 안에 있는 무언가라고 추측한다."

- 장르를 하다가 멜로를 하게 됐는데, 평소에 멜로 갈증이 있었나?
"갈증은 없었다. 선물처럼 찾아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멜로 대본이 안 들어와서 고통스러워'는 아니다. '휴민트'도 멜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액션 영화고 누군가를 구출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박건과 선화의 감정이 깊게 표현될 거라는 생각은 못 했다. 세경 배우가 선화 역으로 합류하고 같이 촬영을 하다 보니 뭔가 짙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게 어쩌면 멜로일 수도 있겠다'는 걸 촬영 중간에 알았다. 내가 멜로를 하고 싶어서 선택한 것이 아니라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 혹시 레퍼런스가 있었나?
"참고한 영화는 많다. 감독님이 다른 배우들에게도 하는지 모르겠지만 USB에 옛날 영화를 담아준다. DVD도 있다. '007'도 있고 프랑스 영화도 있는데 감독님은 옛날 홍콩 영화 위주로 많이 말씀하셨다.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버리는 영화인데 예를 들어 '영웅본색' 같은 거다. 그 당시엔 그렇게 표현이 되는 영화가 있어서 그런 영화를 많이 보면서 '어떻게 하라는 거지?' 싶어서 더 혼란스러웠다."
- 어떤 점에서 더 혼란스러웠나?
"제가 주윤발이 아니니까. '그 역할을 내 얼굴로 연기하면 이상할 텐데. 나의 목소리나 외적으로 연기하면 이상하지 않나? 뭘 참고하라는 거지?' 싶었다. 그래도 분위기나 그들의 행동은 배우고 취할 것이 있어서 꾸준히 봤다. 하지만 혼란스러움이 있었다."
- 대사가 많지 않아서 표정과 눈빛으로 접근해야 했는데, 박건을 어떤 인물로 해석하고 접근했나?
"원리 원칙주의자다. 국가에 충성하고. 이념적인 인간이다. 그래서 선화가 떠났다. 원리원칙을 중시하던 사람이 소중한 것을 잃었을 때의 심경의 변화가 있다. 그리고 그 인물을 다시 만났을 때 무너져가는 자신의 신념을 마주한다. 그러다 보니 말로 표현하는 건 늘 어색하고, 결국에는 한 사람을 위해서 싸우는 것이 더 익숙하다는 판단을 했다. 말보다는 침묵하고 오히려 떨어져 있는 걸로 표현이 된다고 생각했다."

- 박건은 고독한 인물인데, 어떤 색으로 정의할 수 있다고 보나?
"색은 생각해본 적이 없긴 하다. 생각해보자면 갈등이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는 인간이 갈등하면서 생기는 고독이다. 이 영화를 하면서 가장 어렵기도 했지만 쓸쓸했던 장면이 창가에서 선화의 노래를 들을 때다. 그 장면 때문에 멜로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단 한 번도 자신의 신념과 개인 사이에서 갈등해보지 않은 사람이 갈등을 시작했을 때 느끼는 감정은 서툴 것이다. 하지만 선택을 해야 했고 결국 비극을 맞이한다."
- 멜로에 대한 평가가 굉장히 좋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멜로에 알레르기가 있는 것 같이 느껴진다. 이번에 하고 나서 앞으로 더 도전해볼 마음이 생기기도 했나?
"제가 알레르기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는 멜로를 보는 사람들이 알레르기를 느낄까 싶은 거다. 도전해보고 좋은 영화를 만들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다. 지금은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지만, 박정민 멜로가 궁금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전에는 '내가 하는 멜로를 궁금해하나?' 그런 생각 때문에 멜로에 대한 생각이 없었다. 시켜주면 해보고 싶긴 하다. 지금 멜로 비슷한 것도 나왔고, 사람들의 평가가 '보니까 좋은데?'라고 하면 더욱 가까이 갈 용기는 생긴다. 제가 제 멜로에 대해 "으, 너무 징그러워"는 아니다. 그 모습을 보는 누군가가 징그러워할까 봐 인 거다."
- 박건에게 선화는 모든 행동의 계기가 되는 인물이지만, 과거의 순수했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인물인 것 같다. 박건에게 선화는 어떤 인물이라고 해석했나?
“영화 속에서 하는 행동 중에 우리끼리 전사를 가지고 하는 행동이 있다. 무릎베개하고 머리를 쓰다듬어주는데, 그들이 전에 했던 행동을 하는 거다. 관객이 크게 알아줄 필요는 없지만 우리는 그런 전사가 있어서 연기적인 도움을 받는 것이 있다. 휴대폰 녹음을 들을 때, 과거 박건의 목소리, 말투가 다르다. 어리고 순수할 때 박건은 지금 이렇게까지 폭력적이거나 하나밖에 모르는 인간은 아니었을 거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이별을 하게 되면 상대가 그립기도 하지만 상대와 보낸 시간 때문에 괴롭다. 상대로 인해 행복하고 좋았던 시간이 있다. 그것이 물밀 듯이 찾아왔을 것 같다. 나를 행복하게 해준 여자다. 싫어서 헤어진 것이 아니라서 부여잡고 싶은데 실패한 거다. 그렇게 변해버린 한 사람의 결정이 꼬여서 그렇게 된 거다.”
-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다고 보나?
"박건이라면 목숨까지 던질 수 있지만 박정민은 못 한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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